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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님이 제사를 없애자고 하길래..” 그날 밥상머리에서 벌어진 일

성장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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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부모님이 돌아가신 뒤 우리 집은 18년 동안 제사를 지냈다. 장남인 아주버님 댁에서 모였고 형님은 매번 전을 부치고 나물을 만들고 탕국까지 직접 끓였다.

나도 일찍 가서 일을 도왔지만 솔직히 제사는 원래 그렇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난해 제사를 마친 뒤 형님이 밥상머리에서 갑자기 “우리 이제 제사 그만 지내자”고 말했다.

가장 먼저 화를 낸 사람은 둘째 아주버님이었다

“갑자기 제사를 왜 없애?”
둘째 아주버님이 숟가락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부모님 돌아가신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그러냐.”
남편도 아무 말은 하지 않았지만 표정이 좋지 않았다.

형님은 잠시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러자 아주버님이 한마디를 더했다.

“힘들면 음식을 조금 줄이면 되잖아. 제사까지 없앨 필요가 있어?”
그 순간 형님이 처음으로 웃었다.
그런데 평소와는 조금 다른 웃음이었다.

형님이 냉장고에서 종이 한 장을 가져왔다

거기에는 제사 사흘 전부터 일정이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시장 보기.’, ‘나물 준비.’, ‘고기 재우기.’, ‘전 재료 손질.’ 제사 당일에는 새벽 5시라고 적혀 있었다. 형님이 말했다.

“당신들은 오늘 저녁에 왔지만 나는 화요일부터 제사 지내고 있었어.”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우리는 18년 동안 제삿날 저녁에 와서 절하고 밥을 먹은 뒤 밤늦게 집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형님에게 제사는 하루짜리 행사가 아니었다.

형님이 마지막으로 한 말에 모두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둘째 아주버님이 조금 누그러진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니까 다음부터 우리가 일찍 와서 도와주면 되잖아.”
그러자 형님이 말했다.
“나는 이제 도움받아서 제사를 계속 지내고 싶은 게 아니야.”
그리고 잠시 밥상을 바라보다 말을 이어갔다.

“나도 명절이나 제삿날에 엄마 생각만 하고 싶어. 전 뒤집다가 엄마 생각하고 싶지 않아.”
그 말을 듣는 순간 아무도 말을 하지 못했다.
형님도 며느리이기 전에 누군가의 딸이었다.

그런데 시부모님 제사를 준비하느라 정작 자기 부모님 기일에는 간단히 꽃만 놓고 왔다는 이야기를 그날 처음 들었다.

형님은 마지막으로 말했다.
“부모님을 잊자는 게 아니야. 음식 안 차린다고 부모님을 잊는 건 아니잖아.”

결국 우리 가족은 그날 제사를 없애기로 했다. 대신 부모님 기일이 있는 주말에 형제들이 함께 모여 식사를 하기로 했다.

첫해에는 조금 허전했다. 제사상이 없으니 정말 무언가 빠진 것 같았다.

그런데 식사를 하다가 형님이 시어머니 이야기를 꺼냈다.

“어머니가 생전에 갈비를 참 좋아하셨잖아.”
그러자 여기저기서 부모님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이상하게도 제사를 지낼 때보다 돌아가신 부모님 이야기를 더 오래 했다.

이 이야기는 실제 중년과 노년 가족의 제사 문제를 둘러싼 여러 사연과 경험을 바탕으로 일부 내용을 재구성한 실화다. 전통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전통을 지키기 위해 누군가가 계속 희생하고 있지는 않은지 한번쯤 돌아볼 필요가 있다.

부모를 기억하는 방법은 하나가 아니다. 어쩌면 가장 좋은 제사는 음식의 가짓수를 지키는 것이 아니라 가족들이 웃으며 모여 오래도록 부모의 이야기를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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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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