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직 내려놓고 의원직 지킨 용혜인… 그 이면에 숨은 소수정당의 ‘생존 딜레마’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재명 정부의 첫 ‘90년대생 장관’ 탄생 여부로 정치권의 집중 조명을 받았으나, 지명 14일 만에 후보직을 전격 사퇴하고 현직 국회의원직을 유지하기로 결단을 내렸다.
표면적으로는 비례대표 의원과 국무위원 겸직 논란에 따른 여당의 ‘자진 결단’ 요구를 수용한 형태지만, 그 이면에는 당의 존폐와 직결된 소수정당의 냉혹한 정치적·재정적 현실이 자리 잡고 있었다.
이번 사퇴 결정의 본질은 정치인 개인의 진로 선택을 넘어 자신이 창당하고 이끌어온 기본소득당의 ‘원내정당 지위’를 보전하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현재 기본소득당 소속 국회의원은 용 의원 단 한 명이다. 통상 비례대표 국회의원이 행정부 장관에 입각해 의원직을 사퇴할 경우, 공직선거법에 따라 소속 정당의 비례대표 다음 순번 후보자가 의석을 승계한다. 그러나 기본소득당은 지난 총선 당시 비례대표 후보 명부에 추가 승계 대상 후보를 남겨두지 않았다.
만약 용 의원이 장관직 수행을 위해 국회의원직을 사퇴했다면, 의석 승계 절차 없이 기본소득당은 원내 의석이 전무한 ‘원외정당’으로 즉시 추락하는 구조였다. 단 한 석에 불과하지만, 원내에 의석을 보유하고 있느냐 없느냐는 대한민국 정당 구조에서 생사의 갈림길을 의미한다.
원내정당과 원외정당의 차이는 단순한 정치적 상징성에 그치지 않는다. 국회 상임위원회 출석을 통한 법안 발의 및 정책 결정 과정 참여, 원내 의전과 정당 연설 등 제도적 발언권뿐만 아니라 ‘정당의 재정적 생존’ 자체가 좌우된다.
그 격차는 정당 국고보조금 액수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기본소득당이 원내 진입 전 원외정당에 머물렀던 창당 초기, 분기마다 지급받은 국고보조금은 900만 원 안팎에 불과했다. 상근 당직자 한 사람의 인건비조차 충당하기 버거운 수준이다.
반면 원내 의석 1석을 유지할 경우 상황은 완전히 달라진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보조금 배분 기준에 따르면, 원내 의석을 보유한 정당은 정당 국고보조금 총액의 일정 비율을 우선 배분받는다. 용 의원이 남은 임기 21개월 동안 원내 의원직을 지켜냄으로써 기본소득당이 확보할 수 있는 경상보조금은 약 19억 4000만 원에 달한다. 여기에 다음 총선 국면에서 지원되는 선거보조금(약 10억 원 이상)까지 합산하면 그 규모는 29억 원을 넘어선다.
분기 900만 원과 수십억 원이라는 막대한 재정 격차는 당사 운영, 정책 연구 역량, 당직자 생계 및 조직 유지와 직결된다. 용 의원이 장관직에 오르는 대가로 의원직을 버리는 것은 곧 당의 존속 기반과 동료 당직자들의 생계를 위태롭게 만드는 선택이었던 셈이다.
당초 용 의원은 장관직과 비례대표 의원직을 동시에 유지하는 ‘겸직’ 방안을 검토하며 당의 원내 지위를 지키고자 했다. 그러나 비례대표 의원의 행정부 겸직에 대한 여론의 비판과 함께, 연대 파트너인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조차 정치적 부담을 우려해 후보자의 결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결국 용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성평등 사회를 만들어내고자 했던 결심과 함께 장관 후보직을 내려놓고자 한다”며 자진 사퇴를 발표했다. 장관이라는 권력의 정점 대신 소수정당의 버팀목이자 원내 교두보 역할을 지키는 길을 택한 것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이번 사태는 현행 선거제도와 국고보조금 배분 방식이 소수정당에게 얼마나 가혹한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건”이라며 “단 한 석의 유무에 따라 당의 존폐와 수십억 원의 재정이 흔들리는 기형적 구조 속에서 용 의원의 사퇴는 개인의 영달보다 정당의 생존을 우선할 수밖에 없었던 씁쓸한 자화상”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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