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암살자(들)’ 박해일② “유해진의 롱런 비결 궁금해 현장에서 열심히 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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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암살자(들)〉 배우 박해일의 인터뷰는 1부에서 이어집니다.

재환은 부장이란 위치에서 팀원을 이끌기도 하고, 자유언론실천 선언을 앞장서서 하잖아요. 연기하신 입장에서 재환의 어떤 점이 그를 그렇게까지 이끌었다고 보시나요?
직업적인 부분이 있잖아요. 철구도 형사로서, 재환 영일 등등 신문사 모든 분들이 기자로서, 그리고 큰 저격 사건 주변으로 수많은 직업군이 나타나요. 그건 아마 시대가 만들어준 동기가 아닐까 싶어요. 허진호 감독님은 이 주변 인물 중에 몇 군데 직업군을 잡아서 정직한 직업적 소명으로 시대적 공기와 사건을 대하려고 하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재환은 자유언론실천 선언에 나와있는 언론의 자유를 정직하게 지키려고 했던 인물인 거 같아요. 저는 그걸로 설명이 되더라고요. 표현의 자유가 쉽지 않은 시대인 만큼 그건 꼭 지켜내려고 했던 인물이 아니었을까. 지금은 SNS로 개인으로서도 표현의 자유를 웬만하면 누릴 수 있는 시대지만 그때는 작중 나오는 검열관 제도도 있었기 때문에 그런 숨 막히는 느낌을 재환은 깨고 싶었던 건 아닐까요.
SNS 시대를 언급하셨는데, 지금 시대에도 김재환 같은 인물이 필요하다고 보시나요?
그때 시대 기자나 지금 시대 기자나 객관적인 직업군의 태도를 지키려고 했다고 말씀드린 적이 있어요. 그 시대의 김재환은 정도의 길을 걸었다. 현재 직업군은 더 다양하겠지만 각자의 정도를 가져가는 이야기라고 봐요. 어떻게 메시지를 정확하게 짚어주거나 그런 톤의 영화라기보다 방금 질문처럼 관객분들에게 어떻게 생각하냐고 질문할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해요. 엔딩타이틀 롤에 모든 부가영상 이후의 자막들의 상황들까지 다 가져가 보시고 저는 배우로서 관객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은 마음이에요. 다만 지금이 당시보다 더 자유로운 시대인 것만은 확실하죠.
영화의 악역으로 많은 배우들이 등장하는데요, 특히 재환은 박훈 배우가 연기한 김상필과 자주 충돌하곤 합니다.
박훈 배우는 미워할 수가 없는데 〈한산: 용의 출현〉에서 옆에 수장(이운룡 역)이었습니다. 그때 연기를 너무 잘하셔서 김한민 감독이랑 같이 “너무 매력적인 배우를 만났다” 했었는데 이번에 두 번째로 만난 거예요. 그전에도 〈서울의 봄〉 같은 데서 공직 역할을 많이 했더라고요, 그런 카리스마가 있는. 이제 신문사로 들어온 거잖아요. 신문사에서 몇 년째 있는지 모를 캐릭터지만, 반은 기자가 된 것 같은 느낌을 가져가려고 하더라고요. 이렇게 빨간 펜 딱 들면서. 그가 편집부 역할을 하잖아요. 그렇게 지적인 것에도 욕망이 있었던 캐릭터가 아니었을까. 영화 시작할 때 재환은 호송차에서 호송되는 걸로 나오는데, 그것도 박훈 배우가 맡은 캐릭터 때문에 그렇게 시작되지 않았을까. 그러니까 일종의 ‘톰과 제리’ 같은 역할이랄까요.(웃음) 역할 간의 사이는 그렇지만 영화에서 신문사에서 모래를 뿌리는 장면도 있고 하니까 서로 디테일한 걸 많이 얘기하면서 해보자 해보자 하면서 재밌게 찍었어요.
기자들끼리는 호칭이 일반 사무직하고 조금 다르잖아요. 보통 ‘부장님’ 하는 것도 ‘부장’하고 부르는 식으로요. 그게 어색하진 않으셨나요?
그래도 연극할 때 선배 선배 많이 썼어서 (덜 어색해요). 그 시대에 신문사란 공간은 그만큼 단결과 단합이 잘 되었을까. 감독님도 그런 얘기를 하셨었는데, 나이의 격차보다 기사를 쓰는 본질에 집중하는 태도가 좋겠다고 하셨어요. 편집자한테 형이라고도 하고, 그런 관계들이 다른 직종하고 미세하게 다른 태도로 보일 수 있는데, 저는 그걸 좋은 측면으로 생각하는 기질의 사람이에요.
배우의 입장에서 이런 시대극에 임하는 매력이나 의미가 따로 있으실까요?
지금, 현재는 정리가 안되었잖아요. 반면 조선시대나 현대사라는 역사는 다양한 문학과 여러 매체로서 시대적인 부분을 다양한 해석으로 정리를 하잖아요. 그런 걸 참조할 수 있고 지금과는 다른 트렌드, 미술적 영역이나 제가 카메라 앞에서 서온 신문사 같은 공간, 그런 공간의 차이, 그래서 타임머신처럼 시대로 뛰어간다는 설렘이 있습니다. 다만 현재의 내가 뛰어들어간다는 부분에서 그 격차를 그 시대에 맞게끔 표현해야 한다는 게 있죠. 의상, 스타일, 문화, 사람을 대하는 그때의 여러 정치 경제 사회문화의 느낌들. 그런 걸 어림잡아서는 안 될 것 같고 그래서 현장에서 함께 하는 전문가들이 잡아주시죠. 뉘앙스, 관계에서 던지는 호흡, 눈빛들. 그런 것들을 잡아가는 게 쉽진 않지만 재밌는 게 아닐까. 그래서 한국영화는 현대사나 조선시대를 많이 만드는 것 아닐까요?
오랜 시간 배우로 활동하고 있으신데, 늘 작품을 돌아보면 작품 중심에 박해일 배우가 있었구나 생각하게 되곤 합니다. 그런 독특한 지점에 있는 배우인데, 작품에 들어가실 때 어떤 식으로 마음먹고 하시는지도 궁금합니다.
너무 그렇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제 기질이 그런가 봐요. 배우의 기질이 다양한데 어떤 영화의 배우를 보면 ‘저건 내가 할 수 없다’ 두 손 두 발 다 들게 되는 연기를 볼 때가 있어요. 저랑 다른 기질의 배우의 멋진 연기를 볼 때 그래요. 그건 제가 따라 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저라는 기질의 자연인이 할 수 있는 연기가 무엇인가 고민하게 되는 것 같아요. 제가 해야 될 어떤 순간만을 잘하자 주의가 아니라 같이 잘 녹아났으면 좋겠다? 그게 좋은 연기고 괜찮은 작품이 나올 수 있는 여지가 있는 태도 아닌가 싶어요. 그게 더 재밌기도 하고요. 예시를 들자면 〈최종병기 활〉 같은 영화도 활이 구체적인 소재였는데 그게 너무 좋았어요. 국궁을 잡아봤는데 이 질감이 좋았어요. 이번에 기자라는 역할을 제안받았을 때 20여 년째 작품을 하면 수많은 기자를 만나고 있는데, 제대로 (기자가 소재가) 된 작품을 안 해봤지 싶었어요. 이 정도의 소스를 가지고 있는데.(웃음) 그래서 이번에 만난 거죠. 〈헤어질 결심〉에서의 형사는, 신인배우가 보통 하게 되는 경찰이나 형사를 많이 하잖아요. 제 기질에 하고 싶다는 생각이 덜 들었어요. 그런데 그 형사는 좀 달랐어요. 시민들에게 친절하고 형사면서 품위를 챙기네? 내가 예상하고 익숙한 형사가 아니다, 그런 식으로 저의 호기심이 작동하는 것 같아요. 이번 영화의 재환이란 기자나 70년대를 파고드는 역할도 저한테는 크게 호기심이 있었어요.
그럼 그 시절 기자들을 상대로 따로 취재를 하신 부분도 있을까요?
제가 직접 기자를 찾아봐야겠다 했더니 감독님이 굳이 그렇게까지라고 하셨어요. 대신 감독님이 알고 계신 그 시대의 기자스러움으로 재환을 이 정도 선으로 가보는 게 어떨까 말해주시고, 자료를 챙겨주시기도 하고요. 툭툭 지나가는 이야기를 정말 많이 나눴어요. 촬영 들어가기 전에 일대일 얘기를 많이 한 게 도움이 됐고, 다른 배우들도 마찬가지일 거예요. 신문사 배우들은 우리끼리 또 그렇게 모여서 작품과 캐릭터에 대해서 얘기를 많이 나누고. 또 막걸리 한잔하면서 사는 얘기도 하고. 감독님이 그걸 영화 속 장면에도 녹여내시고요. 그렇게 리얼리티를 살려내시는구나 싶었죠.
〈암살자(들)〉은 재환이 신입인 영일을 행사 취재를 보내는 것으로 시작되잖아요. 재환으로선 그게 어떤 선택이었까요? 후배를 믿는 마음?
그 시대의 재환 같은 사람이 있었을지 모르죠. 감독님은 지금 시대에도 어울릴 법한 인물로서 재환을 심어놓으려고 하시지 않았을까 생각돼요. 말씀처럼 신입을 그렇게 작지 않은 자리에 가서 취재를 시킨 건 팀원으로서의 신뢰, 신뢰하기에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 재환도 신입이었을 때가 있었을 거잖아요. 본인도 직업적으로 선배를 겪으면서 후배를 만나잖아요. 그렇게 보면 재환은 조직을 잘 배운 캐릭터가 아닐까 싶어요. 신임을 한다는 것, 사회부 팀원들은 신뢰감으로 쌓아였다는 것. 후배를 최대한 위험에 빠뜨리고 싶지 않다는 책임감도 있다는 것. 그렇게 재환은 살뜰히 챙기는 면도 있고 과감하게 후배에게 일을 건네주는 역할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사실 이번엔 같은 직종을 연기했는데, 이런 만남은 자주 있을 수 없잖아요. 내심 기대를 했습니다. 같은 직종으로서 사랑받길.(일동 웃음)
이번 작품에서도 그렇고 언제나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동안으로 정평이 나있잖아요. 동안 비결이 있으실까요? 그리고 이번 작품에서 본인의 비주얼을 자평한다면?
사람은 늙죠.(웃음) 이제부터 잘 나이 들어가야죠. 〈헤어질 결심〉을 함께 한 송종희 분장 감독님이 계신데 올해 30주년이셔서 전시도 하셨어요. 이번에도 작업을 같이 해주시니까 결정적인 씬에서 딱 힘을 주셔서 그래서 그렇게 보였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역시 좋은 분장감독은 어느 순간에 힘을 주시는 베테랑이시니까. 분장팀에 감사해야죠.
유해진 배우와는 〈이끼〉 이후 오랜만에 만나셨어요. 두 분이 함께 홍보 영상으로 챌린지를 찍은 것도 그렇고, 낯설다는 느낌도 있는데 어떠셨나요?
요즘 홍보할 때 챌린지 해달라고 하더라고요. 진짜 해진이 형님이 유연하게 잘 하시더라고요. 해진이형님한테 배운 게 많았어요 홍보뿐만 아니라. 이 작품 하면서 캐릭터를 만들어가고 정말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제가 98년도쯤에 성인극무대로 들어왔어요. 신입단원으로 시작했는데, 주변에 다른 극단 공연들이 펼쳐지고 있어요. ‘새들은 횡단보도를 건너지 않는다’에서 극중극으로 ‘고도를 기다리며’를 하는데 박희순 선배, 유해진 선배가 연기를 하셨어요. 두 분이 날아다니시더라고요. 그러다가 영화판에 먼저 가셨고, 〈이끼〉에서 처음 뵈었어요. 정말 무시무시하셨죠, 한 신에서 모든 걸 다 던지시는데 상도 받으셨고요. 그러고 이번에 15년 만에 만나게 됐는데 이분이 장수할 수 있는 비결을 알고 싶다는 궁금함이 들었어요. 얼마 전에 〈왕과 사는 남자〉로 정점을 찍으시고, 기운이 너무 좋으시잖아요. 그래서 현장에서 어떻게 준비하시는가. 첫째, 시나리오를 몰래 봤는데 빼곡하게 매 신에 다 메모를 하고 계세요. 그게 그 선배의 아이디어와 이 작품을 생각하는 의견과 생각과 모든 것이 담긴 지도 같은 것이었어요. 항상 가지고 다니다가 (연기할 때) 그때그때 카드를 꺼내놓으시더라고요. 저는 그런 스타일의 배우는 아니거든요.
또 하나는 촬영이 딱 끝났는데 전주였나, 숙소로 넘어가는데 비슷하게 끝나서 선배 차를 따라갔어요. 유해진 선배가 러닝 복장으로 갈아입고 도로 중간에 내려서, 숙소까지 6km 정도 남았는데 뛰어가시더라고요. 이걸 보면서 무릎을 쳤어요. 스트레스를 그날 그 순간에 푸시는구나. 그 긴 호흡으로 그 체력과 마인드를 저런 식으로 단련하는구나 생각이 됐어요. 배우로서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했어요. 다음날 바로 숙소 근처에 따라 뛸 곳을 찾았어요.(일동 웃음) 해진이 형한테도 말 안 했어요. 전주 천변을 찾아서 저도 뛰었죠. 뛰어보니 너무 좋더라고요. 잠도 잘 오고. 그게 이 영화랑 맞아떨어진 게 뭐냐 하면 영화가 ‘시작, 땡’ 하면 끝까지 빠른 템포로 달려가는 영화거든요. 해진이 형이 그 톤을 알았는지 모르겠지만 그런 톤으로 일상을 비슷하게 유지하고 있었던 거예요. 제가 그걸 따라했습니다.(웃음) 그런 식으로 선배한테 배우게 된 게 있어요. 이 자리를 빌려서 감사하다고 꼭 전하고 싶어요. (기자들에게) 꼭 전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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