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정의 딥톡스] “대학 4수 하면서도, 뻔뻔하게 여기까지 왔다.” ‘타짜: 벨제붑의 노래’ ‘메이드 인 코리아 시즌2’ 배우 노재원과의 만남 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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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진행형으로 작품을 통해 계속 노재원의 가능성을 업그레이드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그런 노재원의 과거를 역추적해보면 어떤 시간이었을까 궁금해요. 워낙 내성적인 성격이라 나서는 스타일은 아니었겠다는 짐작도 가는데요.
정말 그래요. 나서는 걸 잘 못 하고 숫기가 없는 건 사실이에요. 학창 시절도 그랬는데 마음 속에는 나서고 싶을 때도 있고 주목받고 싶을 때도 있을 때가 있었어요. 중학교 때였는데. 그때 제가 드라마 NG 장면을 보고, 저거다! 호기심이 생겼어요. 너무 가벼운 생각이라 부끄러운데 저는 그게 너무 재밌어 보였어요. 실수한 장면들을 모은 거라 다들 재밌게 웃고 장난치는 모습을 보면서 연기는 저렇게 재밌는 직업인가 보다, 나도 해보고 싶다. (웃음)
크게 오해를 한 거네요. (웃음) 연기에 처음 관심을 가진 순간인데, 그전까지 관심사는 어떤 것이었나요.
뭐 딱히 없었어요. 평범한 아이였는데 그걸 보고 재밌겠다 호기심이 생긴 거였어요. 그런데 어릴 적부터 워낙 영화도 영화를 많이 좋아했었어요. 물론 그때도 배우가 되겠다 큰 결심을 한 건 아니었어요. 제가 배우가 될 거라는 생각은 안 했던 것 같아요.
많은 배우들을 배출한 안양예술고등학교에 진학했어요.
예고를 진학하게 될 거란 생각을 못했는데 중학교 3학년 때 담임 선생님이 먼저 저한테 권유하셨었어요. 예고를 진학해 보는 게 어떻겠냐, 다행히 부모님을 설득해서 연기 학원을 한 한 달 정도 다닐 수 있었는데, 그 경험이 재밌었던 거죠. 그때까지만 해도 배우에 대한 진중한 꿈이 있다기보다는 부담스럽지 않고 자신만만했어요. 가벼운 생각으로 시작했던 것 같아요. 교복도 예쁘고 학교도 좀 더 자유롭고 멋있다. 그리고 연기하면서 재밌게 학교를 다닐 테니까. (웃음)
재능이 있지 않았을까요. 선생님의 권유도 그렇고, 연기 학원에 재미를 붙인 것도 잘 하면서 오는 자신감이 컸을 것 같아요.
제가 다닌 연기학원 수강생이 10명도 안 됐어요. 엄청 작은 학원이었으니까 그땐 자신만만했죠. 그게 제 세상의 전부였으니까요. 근데 안양예고 때도 저는 꽤 잘하는 학생이었어요. 선생님들의 예쁨을 받았고 그래서 당연히 저는 좋은 대학 갈 줄 알았는데 예상과 달리 대학을 다 떨어지게 됐죠. 그때 세상을 알았고 쓴맛을 알았어요. 그런데 한편으로 그때 제 꿈이 확고하게 생긴 것 같아요. 그전까진 그냥 막연했었어요. 그때까지 배우는 재밌으니까, 난 잘할 것 같다는 정도였다면 입시를 하면서 단순히 ‘배우’라기 보다 ‘좋은 연기할 수 있는 배우’가 될 수 있을 것 같아’라는 생각을 했었어요. 근거 없는 자신감이 생겼던 거죠. 아이러니했던 건 제가 입시에 실패하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는 거였어요.
사고의 매커니즘이 좀 독특해요. 그 정도면 포기할 법도 할 텐데, 오히려 에너지가 더해졌네요. (웃음)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공연예술창작학부에 입시까지 사수를 한 걸로 알고 있는데요. 친구들은 이미 진학하거나 연기를 할 때라 거기서 오는 박탈감도 컸을 것 같아요. 어떻게 극복했나요.
안양예고 후배가 한예종이나 중앙대 가고 저는 재수하고 삼수하고 그랬어요. 그럴 때 좀 많이 작아지죠. 그런데 다행히 이쪽 연극영화과 입시가 워낙 나이 많은 사람들도 많이 가니까 남들 다 하는데 뭘 하면서 저 스스로 위로를 했어요. 부모님께는 죄송하지만 ‘좀 더 뒷바라지 해 주십시오.’ 그걸 뻔뻔하게 했었어요. 뭣보다 그때 연기가 너무 재밌었고 확신이 있었어요. 1년만 더 하면 되겠다 싶었어요. 물론 그러고도 또 떨어지긴 했어요. (웃음) 그렇게 계속 떨어져도 연기가 너무 좋았고 재밌고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사수까지 할 수 있었죠. 제가 하고 있더라고요.
그 당시 노재원이 분석한 ‘배우 노재원’은 어떤 배우였나요. 선이 굵은 남자배우들의 목소리와 다른 떨리는 듯한 목소리도 다르게 받아들여졌을 테고, 눈에 띄었을 것 같아요. 지금의 강점이 어떤 면에서는 약점이라고 생각했던 적도 있나요.
저 스스로는 제가 다르다는 그런 생각을 그때 못 해봤어요. 당시엔 저도 목소리를 좋게 내려고 노력을 했죠. 입시라는 과제가 있었으니까 그랬던 것 같아요. 사실 저는 독특한 학생은 아니었어요. 그리고 이렇게 활동을 하다 보니까 뭔가 독특한 캐릭터를 맡으면서 되게 독특한 지점이 도드라졌던 것 같은데 그 당시에는 떨어졌던 이유는 뭔가 연기를 좀 착각하고 있었던 게 컸었어요. 이런 학생으로 보이려고 하고. 내 에너지를 뽐내고 싶어 하고. 지금 생각하면 부끄럽지만 그런 마음이 컸죠. 당시는 솔직해지는 방법을 몰랐던 것 같아요. 제가 기억나는 스승님 말이 있는데요. 저한테, ‘네 연기는 잘하는 것도 있고 그냥 그래. 그런데 네 가장 큰 장점은 연기를 정말 사랑해. 그게 너의 가장 큰 장점이야. 너보다 연기 좋아하는 애는 못봤어.” 하셨어요. 그 말이 정말 위안이 되고 힘이 됐어요. 지금도 마찬가지예요. 제가 연기를 그렇게 잘한다는 생각은 안 해요. 그런데 나 연기 진짜 좋아하는구나. 그건 그때처럼 여전히 변하지 않았구나 싶어요.
대학 입학이 늦은 편이라면, 독립영화계에서 노재원의 존재감은 비교적 빠르게 발견된 것 같아요. 서울독립영화제의 배우 발굴 프로젝트죠. ‘4회 60초 독백 페스티벌’에서 1등상을 받았어요. 그때가 2021년인데요. 60초 독백이 배출한 최고의 스타이자, 60초 독백을 수식하는 배우이기도 한데요. 앞으로 굉장히 많은 영광의 순간들이 당연히 오겠지만, 그때의 희열은 진짜 다른 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여태까지 했던 모든 작품 캐스팅된 것보다 그 순간이 가장 짜릿했던 것 같아요. 제가 페스티벌에 지원하게 된 계기가 오경화, 홍경 배우 등 앞서 60초 독백 페스티벌에 출연 나왔던 배우들의 연기를 보면서 감탄을 해서였어요. 연기가 너무 좋다 다들 어떻게 이렇게 연기들을 하지? 대단하다. 그때 제가 29살, 20대의 마지막이었는데요. 내가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해보자. 후보 24명 안에만 들었으면 좋겠다 하고 지원했던 거였어요. 1등은 정말 상상도 못했던 결과였어요. 내가 꿈만 같이 생각하던 독백 페스티벌에서 내가 1등을 했다니. 제가 그만한 대단한 배우였어가 아니라 그냥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당시에 심사위원이셨던 선배님들께 후에 들으니 제가 연기적으로 가장 뛰어나서 상을 준다기보단 1등은 어떤 면에서는 응원의 메시지이기도 하셨대요. 저만의 특별함에 가산점을 주시고 응원해 주고 싶은 마음이 있으셨다고 들었어요.
이야기하다 보니 60초 독백의 순간까지 거슬러 올라오게 됐는데요. (웃음) 지금 배우님의 영상을 보고 60초 독백을 준비하고 꿈꾸는 배우들에게 필요한 이야기일 것 같은데요.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으세요?
그렇게 달려가는 사람들 중에 제 친구, 동료들도 많아요. 그런데 생각해 보면 제가 이게 답이야 하고 해줄 수 있는 얘기가 없어요. 왜냐하면 이젠 제가 그 60초 독백 대회를 나가 또 나도 어떻게 해야 되지 싶을 테니까요. 지금 다시 참가하면 뽑히지 않을 수가 있겠구나. 어떤 특정 공식과 방법이 있는 건 아닌 것 같아요.
다양한 플랫폼에서 콘텐츠가 만들어지고 있는데요. 산업의 위기도 읽히지만, 한편으로 자신의 스타일을 가지고 있다면 역량을 발휘할 기회도 읽히는데요. 새로운 환경에서 노재원 배우의 활약이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제 바람은 더 다양해졌으면 좋겠어요. 한 번도 보지 못한 것들을 자꾸 보고 싶은 욕심과 기대가 있어요. 산업의 논리도 분명 존재하지만, 그 한편으로 말도 안 되는 일들이 많이 일어났으면 좋겠어요. 더 과감하고 더 발칙한 일들이 많아지면 어떨까, 생각합니다.
〈메이드 인 코리아 시즌2〉와 〈타짜: 벨제붑의 노래〉까지 이제 카드의 패를 뒤집어야 할, 결과를 기다리는 시기인데요.
결과를 생각하면 무서워요. (웃음) 최선을 다했고 많은 분들이 즐겁게 봐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잘 되면 정말 좋을 것 같고요. 저는 또 이제 앞으로 있을 작품에 더 신경을 쓰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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