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퇴를 하고 나면 집안의 돈 흐름이 달라집니다. 들어오는 것은 정해져 있고 나가는 것만 늘어나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한 남편은 아내가 오래된 가계부를 다시 꺼내 쓰는 것을 보았습니다. 며칠 뒤 그 가계부를 펼쳐 보고 한참을 앉아 있었다고 합니다.

식탁에 놓여 있던 공책
아내는 저녁마다 식탁에 앉아 무언가를 적었습니다. 남편은 처음에 일기인 줄 알았습니다. 가계부라는 말을 듣고는 요즘 누가 그런 걸 쓰느냐고 웃었습니다. 아내는 웃기만 하고 대답하지 않았습니다. 그 공책은 몇 주 동안 계속 식탁 위에 있었습니다.

혼자 펼쳐 본 날
아내가 외출한 오후에 남편은 그 공책을 열어 보았습니다. 날짜와 금액이 깨알같이 적혀 있었습니다. 그런데 항목 옆에 짧은 메모가 함께 붙어 있었습니다. 어느 날에는 남편 병원 다녀오는 날이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다른 날에는 아들 생일이라 조금 더 썼다는 말이 있었습니다.

가계부 마지막 장에 적힌 것
맨 뒷장에는 달마다 남기고 싶은 금액이 적혀 있었습니다. 그 아래에 왜 그 돈이 필요한지가 한 줄씩 붙어 있었습니다. 대부분 남편과 자식들에 관한 내용이었습니다. 정작 아내 자신을 위한 항목은 거의 없었습니다. 남편은 그날 저녁에 아무 말도 꺼내지 못했습니다.

가계부는 숫자를 적는 공책이지만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지가 함께 드러납니다. 그래서 오래 쓴 가계부는 살림 기록이자 마음의 기록이 되기도 합니다.혹시 집에 그런 공책이 있다면 한 번 펼쳐 보시기 바랍니다. 돈 이야기 뒤에 숨어 있던 말이 보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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