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소와 과일의 껍질은 단순한 포장지가 아니다. 외부 환경과 직접 맞닿는 조직인 만큼 식이섬유와 색소, 다양한 식물성 생리활성 성분이 모여 있는 경우가 많다. 감자 껍질에서는 클로로겐산을 비롯한 페놀성 성분, 사과 껍질에서는 케르세틴과 여러 폴리페놀, 단호박 껍질에서는 베타카로틴을 포함한 카로티노이드가 확인된다. 알맞게 손질하면 평소 버렸던 부분까지 식탁에서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
감자 껍질, 알맹이보다 페놀성 성분이 집중된 부분이다
감자를 먹을 때 가장 먼저 벗겨내는 부분이 껍질이지만 영양 측면에서는 꽤 아까운 선택이 될 수 있다. 감자 껍질에는 클로로겐산을 비롯한 여러 페놀성 화합물이 들어 있으며, 연구에서 껍질은 감자 속살보다 페놀성 성분 함량이 높고 시험관 수준의 라디칼 소거 활성도 강하게 나타났다.
껍질과 바로 아래 조직에는 식이섬유도 포함돼 있어 껍질째 먹으면 감자의 고형분을 보다 온전히 섭취하는 장점이 있다. 감자는 탄수화물만 많은 식품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칼륨과 비타민 C 등도 공급한다. 여기에 껍질까지 활용하면 식이섬유와 식물성 성분까지 함께 챙길 수 있다. 작은 감자는 껍질째 쪄 먹거나 웨지 형태로 잘라 오븐에 구우면 질긴 식감도 크게 줄어든다.

감자 껍질은 ‘초록색과 싹’부터 확인해야 안전하게 먹을 수 있다
감자는 다른 두 식품과 달리 껍질째 먹을 때 반드시 확인할 부분이 있다. 감자에는 알파-솔라닌과 알파-차코닌이라는 글리코알칼로이드가 자연적으로 존재하는데, 껍질과 싹·녹색으로 변한 부분에서 농도가 특히 높아질 수 있다. FDA 자료에서도 감자의 글리코알칼로이드는 껍질과 싹, 빛을 받아 녹색으로 변한 부위에 가장 높은 농도로 존재한다고 설명한다.
따라서 상태가 좋은 감자는 흐르는 물에 깨끗하게 문질러 씻은 뒤 껍질째 활용할 수 있지만, 싹이 많이 났거나 녹색으로 변하고 쓴맛이 나는 감자는 껍질까지 먹겠다고 고집할 필요가 없다. 감자 껍질의 영양을 챙기는 것보다 좋은 상태의 감자를 고르는 것이 먼저다.

사과 껍질, 케르세틴과 폴리페놀을 버리지 않고 먹는 방법이다
사과는 껍질을 벗기느냐 그대로 먹느냐에 따라 섭취하는 식물성 성분의 구성이 달라진다. 사과 껍질에는 케르세틴 배당체와 프로시아니딘을 비롯한 다양한 폴리페놀이 존재한다. 실제 후지 사과를 껍질과 과육으로 나누어 분석한 연구에서는 껍질의 결합형 페놀 성분이 과육보다 풍부하게 나타났으며 높은 항산화 활성을 보였다.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사과 껍질에서 케르세틴의 여러 배당체가 확인되고 섭취 후 체내 흡수가 관찰됐다.
여기에 사과를 껍질째 먹으면 껍질 부분의 식이섬유까지 함께 섭취할 수 있다. 따라서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사과를 매번 매끈하게 깎아 먹기보다 깨끗하게 씻어 껍질째 씹어 먹는 것이 과일을 보다 온전히 활용하는 방법이다.

사과 껍질의 식이섬유와 폴리페놀은 장까지 함께 내려간다
사과 껍질의 장점은 항산화 성분 하나에 그치지 않는다. 과일 껍질에는 소화되지 않는 식이섬유와 소화 과정에서 쉽게 추출되지 않는 비추출성 폴리페놀(non-extractable polyphenols)이 함께 존재할 수 있다.
여러 과일 껍질을 분석한 연구에서는 일부 과일에서 전체 비추출성 폴리페놀의 상당 부분이 껍질에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성분은 식이섬유와 함께 대장까지 이동하면서 장내 환경과 관련된 연구 대상이 되고 있다. 사과 껍질을 활용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역시 통째로 먹는 것이다. 껍질째 얇게 썰어 무가당 요거트나 오트밀에 곁들이면 단맛 나는 가공 간식 대신 식이섬유와 폴리페놀을 함께 챙길 수 있다.

단호박 껍질, 짙은 색 속에 카로티노이드와 폴리페놀이 들어 있다
단호박을 찐 뒤 속살만 긁어 먹고 초록색 껍질은 남기는 경우가 많지만 충분히 익힌 단호박 껍질은 함께 활용할 만하다. 호박류 껍질을 분석한 연구에서는 베타카로틴을 비롯한 여러 카로티노이드가 확인됐으며 항산화 활성도 관찰됐다. 또 다른 단호박 계열(Cucurbita maxima) 껍질 연구에서는 플라보노이드·페놀산 등 여러 페놀성 화합물이 검출됐다.
베타카로틴은 체내에서 필요한 만큼 비타민 A로 전환되는 전구체로 정상적인 시각 기능과 면역 기능, 세포 성장에 필요한 영양소 공급에 기여한다. 단호박 껍질은 생으로 먹으면 단단하지만 찌거나 오븐에 충분히 구우면 부드러워져 속살과 함께 먹기 쉬워진다.

세 가지 껍질은 깨끗하게 씻고 ‘먹기 좋은 조리법’을 찾는 것이 핵심이다
껍질을 먹는다고 모든 영양소가 갑자기 몇 배 늘어나는 것은 아니지만, 원래 버리던 식이섬유와 폴리페놀·카로티노이드가 포함된 부분을 함께 섭취한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감자는 껍질째 찌거나 구워 먹고, 사과는 흐르는 물에 충분히 씻어 통째로 먹으며, 단호박은 껍질이 부드러워질 정도로 충분히 익히면 활용하기 쉽다. FDA도 과일과 채소는 먹기 전 흐르는 물에 충분히 씻고, 비누나 세제·상업용 세척제를 사용하는 것은 권장하지 않는다.
단단한 농산물은 깨끗한 솔로 문질러 씻는 방법도 권한다. 껍질을 무조건 버리기보다 상태가 좋은 식재료를 제대로 세척하고 알맞게 조리해 먹는 것이 음식의 영양을 더 온전히 활용하는 방법이다.
한눈에 보는 핵심 정리
감자 껍질 식이섬유와 클로로겐산을 비롯한 페놀성 성분을 함께 섭취할 수 있다. 단, 녹색으로 변했거나 싹이 난 감자는 글리코알칼로이드 때문에 주의한다.
사과 껍질 식이섬유·케르세틴·프로시아니딘 등 여러 폴리페놀이 존재해 사과를 보다 온전히 먹는 데 유리하다.
단호박 껍질 베타카로틴을 비롯한 카로티노이드와 다양한 페놀성 화합물이 들어 있어 충분히 익혀 속살과 함께 먹기 좋다.
공통적인 장점 껍질까지 먹으면 과육만 먹을 때 버려지는 식이섬유와 식물성 생리활성 성분까지 활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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