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사람에게 감자샐러드와 계란말이, 김은 특별할 것 없는 익숙한 반찬이다. 하지만 북한에서 생활하다 한국에 정착한 사람에게는 같은 식재료라도 사용하는 방식과 양, 식당에서 제공되는 빈도 때문에 색다르게 다가올 수 있다. 북한에 감자와 계란, 김이 없는 것이 아니라 한국 식당에서 이 재료들이 너무 자연스럽고 풍성한 밑반찬으로 등장한다는 점이 중요한 차이다.
북한에도 감자는 흔하다, 그런데 ‘샐러드’가 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감자는 북한에서도 낯선 식재료가 아니다. 특히 양강도와 자강도 등 북부 지역에서는 감자가 중요한 식량작물로 활용돼왔고 감자농마국수, 감자떡 등 다양한 음식으로 먹는다. 그래서 탈북민에게 신기하게 느껴질 수 있는 부분은 감자 자체가 아니라 한국식 감자샐러드의 조리 방식이다.
삶은 감자를 으깬 뒤 마요네즈를 넉넉하게 섞고 오이와 당근, 햄, 계란 등을 넣어 부드럽고 고소하게 만드는 음식은 감자를 주식이나 든든한 한 끼 재료로 활용하는 방식과 상당히 다른 인상을 준다. 특히 고깃집이나 돈가스집에 가면 이런 감자샐러드가 메인 음식도 아닌 기본 반찬으로 한 접시 자연스럽게 등장한다는 풍경이 더욱 색다르게 느껴질 수 있다.

마요네즈가 들어가면 감자의 맛과 식감이 완전히 달라진다
한국식 감자샐러드에서 가장 큰 차이를 만드는 재료는 마요네즈다. 삶은 감자에 마요네즈가 들어가면 퍽퍽했던 질감이 부드럽고 크리미하게 변하고 설탕이나 소금, 후추 등을 조금씩 넣으면 달고 짭조름한 맛까지 더해진다. 식당에 따라 사과와 건포도, 옥수수, 햄 등을 추가하기도 한다.
결국 하나의 감자 반찬 안에 여러 재료와 조미료가 동시에 들어가는 셈이다. 한국에서는 고기나 돈가스 옆에 조금씩 곁들이는 평범한 반찬이지만 북한에서 감자를 주식 대용이나 비교적 단순한 형태로 접했던 일부 탈북민에게는 익숙한 감자가 전혀 다른 음식으로 변한 모습 자체가 흥미로운 경험이 될 수 있다.

계란말이는 음식보다 ‘계란을 쓰는 양’에서 놀라기 쉽다
계란 역시 북한에서 먹지 않는 음식이 아니다. 다만 지역과 가정의 경제적 상황, 시기에 따라 계란을 얼마나 자주 구하고 먹을 수 있었는지는 차이가 크다. 한국 식당의 계란말이가 인상적으로 다가올 수 있는 이유는 여러 개의 계란을 한꺼번에 풀어 두툼하게 말아 한 접시 가득 내놓는 방식에 있다.
여기에 당근과 대파, 양파 등을 잘게 썰어 넣고 식당에 따라 치즈까지 넣는다. 한국 가정에서는 도시락 반찬이나 아침 반찬으로 익숙하고 술집에서는 큼지막한 계란말이가 하나의 메뉴가 되기도 한다. 계란을 몇 개씩 사용해 두툼한 반찬 하나를 만드는 풍경은 식재료를 아껴 사용하던 환경에서 생활한 사람에게 특히 풍요롭게 느껴질 수 있다.

한 조각씩 먹는 계란이 아니라 마음껏 집어 먹는 밑반찬
한국에서 계란은 활용 범위가 상당히 넓다. 계란프라이부터 찜, 말이, 장조림, 국까지 거의 매일 다른 형태로 식탁에 올릴 수 있다. 계란말이 한 줄을 만들 때도 보통 여러 개의 계란이 필요하다. 더욱 인상적인 것은 일부 식당에서 계란말이나 계란찜 같은 음식이 기본찬 또는 비교적 부담 없는 추가 메뉴로 제공된다는 점이다.
한국 사람에게는 흔한 풍경이지만 북한에서 계란을 상대적으로 귀하게 먹었던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식재료 자체보다 ‘이 정도 양의 계란을 한 번에 반찬으로 먹는다’는 소비 방식이 더 강하게 기억될 수 있다. 같은 계란이라도 얼마나 자주, 얼마나 풍성하게 사용할 수 있는지가 음식에 대한 인상을 완전히 바꾸는 것이다.

김도 북한에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너무 일상적이다
김 역시 북한에 존재하지 않는 식재료가 아니다. 한반도 주변 바다에서 해조류를 먹어온 역사는 남북 모두에 있고 북한에서도 김과 미역을 비롯한 해조류를 접할 수 있다. 한국에 온 일부 탈북민에게 색다르게 느껴질 수 있는 부분은 김의 종류와 유통 방식, 그리고 소비 빈도다.
한국에서는 마트와 편의점 어디에서나 작은 포장김을 쉽게 살 수 있고 식당에서는 참기름이나 들기름을 바르고 소금을 뿌려 구운 김이 기본 반찬처럼 등장한다. 김 한 장에 밥을 싸 먹고 부족하면 더 꺼내 먹는 모습도 평범하다. 선물세트부터 도시락용 소포장 제품까지 종류가 세분화돼 있다는 점 역시 한국에 처음 정착한 사람에게는 새로운 소비문화로 다가올 수 있다.

익숙한 식재료가 ‘흔한 반찬’이 된 모습이 가장 낯설다
감자샐러드와 계란말이, 김을 하나로 묶어보면 공통점이 보인다. 세 음식 모두 북한에 재료 자체가 존재하지 않아 놀라운 것이 아니다. 차이는 재료를 사용하는 방법과 한 번에 사용하는 양, 그리고 얼마나 손쉽게 먹을 수 있느냐에 있다.
감자는 마요네즈와 여러 부재료를 넣어 부드러운 샐러드가 되고, 계란은 여러 알을 한꺼번에 사용해 두툼한 말이가 된다. 김은 기름과 소금으로 간해 작은 봉지에 포장되고 식당과 가정에서 언제든 꺼내 먹는 밑반찬이 된다. 결국 일부 탈북민이 한국 식당에서 느끼는 놀라움은 음식 자체보다 익숙했던 식재료가 훨씬 다양하고 풍성한 방식으로 일상적인 식탁에 올라오는 모습에서 시작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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