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혈관 건강을 위해 특별한 식품만 찾을 필요는 없다. 밥상에서 쉽게 만나는 참깨와 시금치, 양파에도 혈압과 혈중 지질, 혈관 기능과 관련해 연구된 성분이 들어 있다. 참깨에는 불포화지방과 세사민을 비롯한 리그난, 시금치에는 질산염·칼륨·엽산, 양파에는 퀘르세틴이 풍부하다. 세 식품을 짜지 않게 조리해 꾸준히 먹으면 심혈관 건강을 고려한 식단을 구성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참깨에는 불포화지방과 ‘세사민’이 함께 들어 있다
밥이나 나물 위에 조금씩 뿌려 먹는 참깨는 양이 작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기 쉽지만 영양 밀도가 높은 식품이다. 참깨 무게의 상당 부분을 지방이 차지하는데, 이 가운데에는 리놀레산과 올레산 같은 불포화지방산이 포함돼 있다. 포화지방을 불포화지방으로 대체하는 식생활은 LDL 콜레스테롤 관리와 심혈관 건강에 유리한 방향으로 알려져 있다.
참깨에서 더욱 눈여겨볼 성분은 세사민(sesamin)과 세사몰린(sesamolin) 같은 리그난이다. 식물에서 만들어지는 생리활성물질로 항산화 작용과 지질대사 등에 미치는 영향이 꾸준히 연구돼 왔다. 참깨에는 이 밖에도 단백질과 식이섬유, 마그네슘, 칼슘 등 여러 영양소가 들어 있다.
참깨와 혈압의 관계를 살펴본 임상시험들을 종합한 메타분석에서도 의미 있는 결과가 나왔다. 참깨 섭취가 수축기와 이완기 혈압을 낮추는 방향과 연관된 결과가 확인됐지만, 연구 간 차이가 있어 혈압 치료를 대신하는 식품으로 볼 단계는 아니다. 혈압과 혈중 지질을 관리하는 전체 식단에서 활용할 가치가 있는 식품으로 이해하는 편이 정확하다.
참깨를 반찬에 활용할 때는 많이 넣을 필요도 없다. 나물이나 두부, 채소무침 등에 조금씩 곁들이면 고소한 맛을 더하면서 불포화지방과 여러 미량영양소를 함께 섭취할 수 있다. 다만 참깨는 지방 함량이 높은 만큼 열량도 높은 식품이라 한꺼번에 많은 양을 먹기보다 양념처럼 적당히 사용하는 것이 좋다.

시금치의 질산염은 체내에서 혈관을 이완시키는 산화질소 생성에 관여한다
시금치는 흔히 철분이 많은 채소 정도로 알려져 있지만 혈관 건강 측면에서는 식이성 질산염(nitrate)도 눈여겨볼 만하다. 시금치와 상추, 루콜라 같은 잎채소에는 자연적으로 질산염이 들어 있는데, 섭취한 질산염의 일부는 체내에서 아질산염을 거쳐 산화질소(NO) 생성에 이용될 수 있다.
산화질소는 혈관의 평활근을 이완시켜 혈관이 적절하게 확장되는 데 관여한다. 이 때문에 질산염이 풍부한 채소와 혈압·혈관 기능의 관계를 살펴보는 연구가 꾸준히 진행돼 왔다.
실제로 무작위 대조시험들을 종합한 연구에서는 질산염이 풍부한 채소 섭취가 수축기 혈압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될 가능성이 확인됐다. 다만 연구마다 사용한 채소와 섭취량, 기간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시금치 반찬 하나가 혈압을 특정 수치만큼 떨어뜨린다고 해석할 수는 없다.
시금치에는 질산염 외에도 칼륨과 엽산, 비타민 K, 베타카로틴, 루테인 등이 들어 있다. 특히 칼륨은 체내 나트륨과 체액 균형 및 정상적인 혈압 유지에 관여한다. 미국심장협회(AHA) 역시 칼륨이 풍부한 식품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나트륨의 영향을 줄이고 혈압 관리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시금치나물은 좋은 재료도 ‘간장과 소금’을 많이 넣으면 장점이 줄어든다
시금치를 혈관 건강을 위한 반찬으로 먹을 때 의외로 중요한 것이 조리법이다. 시금치 자체는 칼륨을 비롯한 여러 영양소를 제공하지만, 우리 식탁에서는 데친 뒤 소금이나 간장으로 간을 하는 경우가 많다.
혈압 관리에서는 나트륨 섭취량을 낮추는 것이 중요하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성인의 나트륨 섭취를 하루 2,000mg 미만, 소금으로 환산하면 하루 5g 미만으로 제한할 것을 권고한다. 나트륨을 지나치게 섭취하면 혈압이 올라가고 심혈관질환 위험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금치나물을 만들 때는 간장과 소금을 많이 넣어 맛을 내기보다 참깨나 참기름, 다진 마늘 등으로 풍미를 보완해 짜지 않게 만드는 것이 좋다. 시금치에 참깨를 곁들이면 두 식품을 한 반찬에서 함께 활용할 수도 있다.
다만 만성 신장질환 등으로 의료진에게 칼륨 제한을 지시받은 사람이라면 시금치를 무조건 많이 먹는 방식은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 이런 경우에는 개인에게 안내된 식사 기준을 우선해야 한다.

볶은 양파의 핵심 성분은 대표적인 플라보노이드 ‘퀘르세틴’이다
양파를 볶으면 매운맛은 줄고 자연스러운 단맛이 살아난다. 고기나 달걀과 함께 볶아도 좋고 반찬으로 만들어 먹기도 쉬운데, 양파가 혈관 건강 식품으로 연구되는 이유 중 하나는 퀘르세틴(quercetin)이라는 플라보노이드 때문이다.
퀘르세틴은 양파에 비교적 풍부하게 들어 있는 식물성 생리활성물질이다. 항산화 작용을 비롯해 혈관 내피 기능과 염증 반응, 혈압 등에 미치는 영향이 연구되고 있다. 특히 양파의 바깥쪽에 가까운 층에 퀘르세틴이 상대적으로 많이 분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껍질을 지나치게 깊게 벗겨내지 않는 것도 방법이다.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들을 종합한 메타분석에서는 퀘르세틴 보충이 전체적으로 혈압을 낮추는 방향의 결과를 보였으며, 특히 일정 용량 이상을 사용한 연구에서 효과가 관찰됐다. 하지만 이러한 연구는 고농도 퀘르세틴 보충제까지 포함한 결과이므로 양파볶음 한 접시가 같은 효과를 낸다는 의미는 아니다.
양파의 장점은 특정 성분을 고용량으로 섭취하는 것보다 일상적으로 채소 섭취량을 늘리는 데 있다. 양파에는 퀘르세틴뿐 아니라 식이섬유와 비타민 C, 여러 황 함유 화합물도 들어 있어 다양한 채소와 함께 먹기 좋은 재료다.

양파는 볶아도 좋지만 기름과 양념을 많이 넣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양파를 익힌다고 퀘르세틴이 모두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조리 조건에 따라 함량에는 변화가 생길 수 있지만, 양파를 익혀 먹는 것 자체를 피할 이유는 없다. 오히려 생양파 특유의 매운맛 때문에 많이 먹기 어려운 사람이라면 가볍게 볶는 방식이 일상적인 채소 섭취량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만 ‘양파볶음’이라는 이름보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볶았느냐다. 식용유를 지나치게 많이 사용하고 설탕이나 간장, 소금을 듬뿍 넣으면 열량과 나트륨이 함께 증가한다. 혈관 건강을 생각해 먹는 반찬이라면 양파 자체의 단맛을 이용하고 기름과 소스는 필요한 만큼만 사용하는 것이 좋다.
양파는 단독으로 볶아도 좋지만 버섯이나 피망, 당근처럼 다른 채소를 함께 넣으면 식물성 식품의 종류를 자연스럽게 늘릴 수 있다. 미국심장협회 역시 심혈관 건강을 위한 식사 패턴에서 다양한 과일과 채소, 통곡물, 견과류·콩류 등을 충분히 섭취하도록 권고한다.

세 반찬을 함께 먹으면 ‘불포화지방·칼륨·식물성 성분’을 다양하게 챙길 수 있다
참깨와 시금치, 양파가 혈관 건강에 좋은 이유는 세 식품에 똑같은 영양소가 들어 있기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각기 다른 성분을 공급한다는 점이 장점이다.
참깨에서는 불포화지방과 리그난, 시금치에서는 질산염과 칼륨·엽산, 양파에서는 퀘르세틴과 여러 식물성 화합물을 섭취할 수 있다. 한 가지 건강식품을 집중적으로 먹기보다 서로 다른 채소와 씨앗류를 식탁에 자주 올리면 다양한 영양소를 자연스럽게 섭취하게 된다.
이러한 방식은 심혈관질환 예방을 위한 전체적인 식생활 원칙과도 맞는다. 미국심장협회는 심혈관 건강을 위해 다양한 과일과 채소, 통곡물, 건강한 단백질 식품, 액체 식물성 기름을 중심으로 식사를 구성하고 소금과 첨가당, 고도로 가공된 식품을 줄이는 식사 패턴을 권고한다.
결국 세 반찬의 장점을 살리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특별한 양을 억지로 먹는 것이 아니다. 시금치나 양파를 식탁에 자주 올리고 참깨를 적당히 곁들이되 소금·간장·기름을 지나치게 많이 사용하지 않는 것이다. 좋은 식재료를 짜고 기름진 반찬으로 만들지 않는 것이 혈관을 생각한 식사의 마지막 조건이다.
한눈에 보는 핵심 정리
참깨 불포화지방과 세사민 등 리그난이 풍부해 혈중 지질과 혈압 관련 연구가 활발하다.
시금치 질산염·칼륨·엽산이 풍부해 정상적인 혈압과 혈관 기능 유지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양파볶음 퀘르세틴이 풍부하며 항산화 작용과 혈관 건강 측면에서 주목받는다.
핵심 세 반찬 모두 짜지 않고 기름을 과하게 사용하지 않는 조리법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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