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갑을 열기 전에 마음부터 열어 보이는 사람이 있습니다. 누군가를 만날 때마다 자신이 얼마나 벌고 있는지, 무엇을 샀는지부터 이야기하고, 남의 형편을 탐색하려 듭니다. 오랜 친구나 친척 사이에서도 돈 이야기가 나오면 분위기가 묘하게 경색되는 것을 느껴본 적 있으실 겁니다. 왜 그럴까요? 돈은 생활의 도구이기도 하지만, 그것을 대하는 태도는 그 사람의 내면을 고스란히 드러내기 때문입니다.
연세대학교 명예교수이자 107세를 맞은 철학자 김형석 교수는 오랜 삶의 관찰을 통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장수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욕심이 없고 남을 욕하지 않는 것이다.” 백 년이 넘는 세월을 살아오며 수많은 사람을 곁에서 지켜본 그의 말은 단순한 건강 비결이 아닙니다. 이는 돈 앞에서도 똑같이 적용되는 삶의 원리입니다. 돈을 지키고 싶다면, 돈을 다루는 마음가짐부터 살펴봐야 합니다. 그의 가르침에 비추어 오늘 우리가 경계해야 할 태도를 짚어봅니다.
3위 – 남의 형편을 들추는 습관
모임에 나가면 유독 다른 사람의 재산 상태나 수입에 관심이 많은 분들이 있습니다. “요즘 장사 잘되나요?” “그 집은 얼마 주고 샀대요?” 같은 질문을 스스럼없이 던지지요. 무심코 던진 말이지만, 이는 자신의 욕심과 비교 심리를 드러내는 신호입니다.
김형석 교수가 말한 ‘남을 욕하지 않는’ 태도는 단지 험담을 하지 말라는 뜻만이 아닙니다. 남의 삶을 품평하고 재단하려는 마음 자체를 경계하라는 것입니다. 남의 형편을 들추는 순간, 우리는 자신의 처지를 끊임없이 비교하게 됩니다. 그 비교는 불필요한 소비로 이어지고, 결국 자신의 돈을 새어나가게 만듭니다. 남의 지갑 사정에 관심을 끄는 것이 곧 내 지갑을 지키는 첫걸음입니다.
2위 – 더 갖겠다는 조급함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에 조급해지기 쉽습니다. “이제라도 한몫 잡아야 한다”는 마음에 검증되지 않은 투자처에 손을 대거나, 지인의 권유를 제대로 따져보지 않고 돈을 맡기는 일이 생깁니다. 더 많이, 더 빨리 불리고 싶은 욕심이 판단력을 흐리는 것이지요.
김형석 교수가 강조한 ‘욕심이 없다’는 말은 아무것도 바라지 말라는 뜻이 아닙니다. 지금 가진 것으로도 충분히 살아갈 수 있다는 여유, 서두르지 않는 평정심을 말합니다. 조급함은 사기꾼이 파고들 틈을 만들고, 잘못된 선택으로 이어집니다. 70년, 80년 살아온 경험이 무색하게 단 한 번의 조급한 결정으로 모든 것을 잃는 경우를 우리는 주변에서 봅니다. 천천히 가도 괜찮다는 마음이 오히려 돈을 지키는 방패가 됩니다.
1위 – 내 것을 자랑하려는 마음
은퇴 후 여유가 생기면 그동안 참았던 소비 욕구가 분출되기도 합니다. 자식들에게 “우리도 이 정도는 산다”는 걸 보여주고 싶고, 오랜 친구들 앞에서 초라해 보이기 싫은 마음이 듭니다. 그래서 필요 이상으로 비싼 물건을 사거나, 모임에서 기꺼이 계산서를 잡으려 합니다.
하지만 김형석 교수가 말한 ‘욕심 없음’의 핵심은 바로 이 자랑하려는 마음을 내려놓는 데 있습니다. 남에게 인정받으려는 욕구, 나를 드러내 보이려는 허영이야말로 가장 큰 욕심입니다. 이 마음은 끝이 없어서 한 번 만족시키면 또다시 더 큰 것을 원하게 만듭니다. 백 살이 넘도록 건강하게 사신 분들의 공통점은 소박함입니다. 내가 가진 것을 증명하려 애쓰지 않을 때, 비로소 돈은 새어나가지 않고 제자리에 머뭅니다.
오늘 저녁 집에 돌아가시면 지갑 속 카드들을 한번 꺼내 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이건 누구에게 보이기 위해 쓰는 걸까?” 하고 스스로 물어보십시오. 한 달에 한 번, 이 질문을 되풀이하는 것만으로도 돈을 대하는 태도가 조금씩 달라집니다. 107년을 살아온 한 철학자의 지혜는 거창한 재테크 비법이 아니라, 바로 이런 작은 점검에서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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