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조선일보
새 차가 출시되면 첫 달 판매량을 유심히 보는 편이다. 예약했던 사람들이 한꺼번에 차를 받는 시기라 숫자가 크게 나올 수 있는데, 진짜 평가는 그다음부터 시작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르노 필랑트가 딱 그런 모습이다. 3월 출시 당시 판매량이 5000대에 육박하며 존재감을 보였지만 7월 537대, 8월에는 520대까지 내려왔다. 불과 몇 달 사이 분위기가 크게 달라졌다.
사진= 나무위키
필랑트는 출시 초반 상당히 강했다. 국내 사전계약이 몰리면서 3월 판매량이 5000대에 육박했고 새로운 하이브리드 SUV의 등장이라는 기대도 컸다.
하지만 6월 1324대까지 내려온 뒤 7월 537대, 8월 520대로 감소했다.
물론 필랑트만의 문제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8월 르노코리아 전체 내수 판매도 2024대로 전년 동월보다 47.7% 감소했다.
그래도 신차 효과가 상당히 빠른 속도로 약해진 것은 분명하다. 특히 같은 8월 쏘렌토가 6397대 팔리며 국내 전체 베스트셀링카에 오른 것과 비교하면 격차가 크게 느껴진다.
사진= 녹색경제신문
가격표를 보면 이유를 조금 짐작할 수 있다.
필랑트 E-Tech 하이브리드는 친환경차 세제혜택 적용 기준 테크노가 4394만9000원부터 시작한다. 아이코닉은 4763만9000원, 에스프리 알핀은 5043만9000원부터다.
상위 트림에 선택사양까지 추가하면 구매가격은 더 올라간다. 문제는 이 가격대에 쏘렌토 하이브리드를 비롯한 강력한 국산차들이 함께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필랑트의 상품성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1.5 터보 가솔린 엔진과 전기모터를 조합해 시스템 최고출력 250PS를 내고 복합연비도 15.1km/L다.
주행성능과 연비를 동시에 원하는 소비자에게는 충분히 비교할 만한 구성이다. 결국 성능보다 가격을 포함한 전체 상품 경쟁에서 소비자의 선택을 받아야 하는 상황에 가깝다.
사진= 중앙일보
개인적으로는 쿠페형 디자인도 판매량을 볼 때 함께 생각할 부분이라고 본다.
필랑트는 일반적인 박스형 SUV보다 날렵한 형태를 강조한다. 디자인에서는 차별화가 되지만 넓은 공간을 우선하는 패밀리 SUV 소비자에게는 선택이 갈릴 수 있다.
무엇보다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출시 직후 계약물량이 소화된 뒤에도 월 500대 수준에 머무르는지 다시 1000대 이상으로 회복하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르노코리아 역시 판매 감소 속에서 생산량 조정을 추진한 바 있다. 필랑트 한 모델의 문제가 아니라 브랜드 전체 판매 회복이 필요한 상황이다.
결국 할인과 금융지원 같은 판매조건이 얼마나 강화되는지, 그리고 실제 계약량이 다시 살아나는지가 다음 숫자를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
사진= 르노코리아
필랑트는 250마력과 15.1km/L라는 제원만 보면 경쟁력이 없는 차가 아니다. 오히려 출시 초기 높은 관심을 받았다는 사실이 이를 보여준다.
개인적으로는 5000대에 육박했던 첫 달보다 최근 520대라는 숫자가 더 중요하다고 본다. 신차효과가 사라진 뒤 소비자가 4000만~5000만원대에서 필랑트를 계속 선택할 이유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가 진짜 시험대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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