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암살자(들)’ 이민호① “촬영장에서 있는 그대로의 나, 겪어보지 않고는 상상 못하는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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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암살자(들)〉의 엔진은 영일(이민호)인지 모르겠다. 사회부 신입 기자인 그는 1974년 광복절 행사에 취재를 갔다가 죽음을 목도한다. 영부인, 그리고 바로 얼마 전까지 대화를 나눴던 여학생. 신입이니 당황할 법도 한데, 영일은 곧바로 신문사에 사건을 전하고 각종 취재를 도맡는다. 누구보다도 종회무진하는 영일은 〈암살자(들)〉을 이끄는 삼인방 중 가장 젊은 피이면서 동시에 배후를 파헤치는 일을 결코 외면하지 않는다.
〈암살자(들)〉이 처음 발표됐을 때까지만 해도, 배우 이민호가 두 베테랑 배우 사이에서 과연 얼마나 활약할 수 있을지 의문을 갖는 사람이 많았으리라. 이민호는 그의 의문에 ‘느낌표’로 화답한다. 함께한 두 선배들의 말마따나 ‘스타’인 줄만 알았던 그는 영화 전반에 가장 활기찬 동력을 불어넣어 그 시대에 많은 사람들이 열망했을 자유를 형형하게 풀어낸다. 1970년대의 사회상을 넘어 동시대 세계 정세까지도 고민하며 캐릭터에 녹여낸 이민호는 그러면서도 “나를 겪어보지 않고 상상을 못하는” 스스로를 인터뷰 내내 소탈하게 드러냈다. 이번 추석 극장가를 찾아올 이민호를 9월 18일, 서울 종로구 모처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활자로 모두 옮길 수는 없겠지만 스타가 아닌 이민호의 모습을 조금이라도 엿볼 수 있길 바란다. 〈암살자(들)〉은 오는 9월 23일 개봉한다.
〈암살자(들)〉 개봉을 앞두셨는데, 소감이 궁금해요.
명절에 인사드리게 돼서 감개무량합니다. 영화로 뵐 때가 제일 행복한 것 같아요.
함께 촬영한 박해일 배우, 유해진 배우는 이민호 배우가 많은 걸 내려놓은 모습이었다, 정말 많이 노력했다고 얘기하시더라고요. 촬영은 어떠셨나요?
허진호 감독님과 선배님들을 제외하고도 이 영화의 모든 스태프들의 조화가 도서관 같았어요. 큰소리가 나는 법이 거의 없었고 한 컷이 끝나면 다들 모여서 도란도란 머리를 맞대고 얘기하는 분위기였어요. 불편하지 않고 편안하게 다가오는, 그런 점이 인상 깊은 현장이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인생 자체를 늘 내려놓고 사는데 저를 겪어보지 않고는 상상을 못하는 것 같아요. 두 선배님들 사이에서 튀지 않고 그 시대 인물로 잘 묻어날 수 있을까가 가장 큰 숙제였어요. 제가 중점적으로 염두에 둔 부분이고 현장에 가서도 애써 더 노력한다거나 그런 것보다는 제 있는 모습 그대로 편하게 있었어요. 그 모습이 저를 모르는 사람들이 봤을 때는 많은 걸 내려놓은 것처럼 보여서, 그렇게 표현하신 것 아닌가 싶어요.
기자간담회에서 영일 같은 캐릭터를 두고 추구미를 언급하셨었어요. 그 얘기를 좀 더 자세히 듣고 싶더라고요.
살다 보면 조금씩 생각이 달라지고 관점이 달라지는 부분이 있어요. 그런 면에서 저 스스로 늘 같은 키워드로 내리는 결론은 진정성이 있는 사람, 진실된 사람이 되자, 그게 늘 변하지 않는 것 같아요. 그런 면에서 이 작품과 저의 키워드가 부합한다고 생각했고, 그런 걸 이 작품을 통해 표현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기자 역할은 이번이 처음이셨어요. 어떻게 준비하셨을까요?
기자는 현상이나 상황, 그 사람에 대한 정보를 취합해서 내 주관을 배제한 상태로 왜곡되지 않고 정보 전달을 하는 것에서 출발을 했어요. 주관을 어느 정도 얹기도 하지만요. 또 사회에서 많은 관계를 맺다 보면 왜곡되는 지점이 있어서 그런 거에 대한 피로감도 있었고 그래서 있는 그대로의 소통에 목말라 있는 제 개인적인 것도 있었던 것 같아요. 나라가 들썩이는 사건이 있고 거기서 주목받지 못한 피해자가 있었지만 그것에 대한 기사나 언급이 최소화되는 상황이 불평등하다, 영일은 그렇게 느꼈지 않을까 생각해요. 그래서 인간적인 저널리즘을 추구하는 것이 제가 생각한 영일의 캐릭터입니다.
영일은 기자지만 그 배경이 남다르잖아요. 언뜻 현실적이지 않을 수 있는 캐릭터를 어떻게 해석하고 현실적으로 표현하려고 했나요?
물론 제가 사석에서도 귀티 난다는 말을 듣긴 하는데.(웃음) 그게 선입견 같은 게 있을 수 있는데 저한테는 어떤 자리에 있든 눈에 띄려고 노력하지 않는 바이브가 있는 것 같아요. 그런 저의 모습이 극중 과한 설정이나 상황을 담백하게 하는 게 아닐까 싶었어요. 대본만 봤을 때는 저도 과할 수 있다 싶어서 어떻게 하면 설득력 있게 풀 수 있을까 고민했어요. 영일이라면 그런 백그라운드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줄 아는 모습이어야 설득력이 있겠다 생각했어요. 그래서 좀 더 자유로운 영일처럼 표현이 되지 않았나 생각하고 있습니다. 실화에 대한 부담감은 제가 유튜브에서 이 사건을 접하고 하루 꼬박 ‘꼬꼬무’(〈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라던지 언급이 된 자료들을 쭉 봤어요. 그러고 다음 해에 이 시나리오를 받았어요. 저한테는 정말 흥미로웠던 사건과 소재였고, 그것을 사건의 타임라인을 쫓아가는 인물들로 재해석한 부분이 매력적이었어요.
박해일 배우가 말하길, 이민호 배우가 촬영장에 오면 각국의 팬들이 나타난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런데도 촬영이 없는 날도 현장에 온다고 무척 감탄하셨어요.
일단 해일 선배님도 소품과 공간 완성 전부터 거의 시찰하듯이 늘 오세요. 그런 모습을 본 저로선 안 갈 수가 없어요.(웃음) 그런 영향이 없지 않지만 제가 없는 중요신에서 선배들이 어떤 정서로 어떻게 하시는지 궁금해서 간 것도 있어요. 현장에 가면 저도 편안해요. 식구처럼 섞여서그냥 있는 것부터 편하기 때문에 좀 더 자주 가게 됐던 것 같아요.
극중 ‘쌍화차 마시자’는 말로 정보를 캐내는 듯한 모습이 나오는데, 감독님 말로는 이민호 배우의 애드리브라고 하더라고요.
대본에 좀 더 설명적인 대사였어요. 정보를 얻으러 온 의도가 드러나는 긴 대사인데, ‘한 문장으로 끝내고 싶다’ 생각해서 고민하다가 말씀을 안 드리고 첫 테이크에 했는데 좋아하시더라고요. 그런 대사는 스스로 잘생긴 걸 알아야 나오는 대사잖아요? 사죄의 말씀 드리겠습니다.(웃음)
영화 속 이민호 배우의 비주얼에 대한 호평이 많은데 스스로가 평가해본다면?
이것도 사실 저만 아는 얘기일 수 있는데 얼굴 부기가 왔다갔다 했어요. 고민이 많았어요. 드라마 때 쫙 빼면 멋을 부린 것처럼 보일까봐요. 어느 정도로 슬림하게 해야 될지 고민이 있었어요. 몸을 덜 쓰고 덜 힘든 날엔 좀 부어있고, 뛰어다니고 그런 날은 또 살이 빠져가지고 더 슬림하고. 그래도 외적인 부분은 신경을 안 쓰려고 임하려고 했어요.
박해일 배우와의 장면이 많은데 직접 호흡을 맞춰본 소감은 어떠셨나요?
현장에서 가장 크게 느낀 건 인간 오디오북이란 키워드였어요. 하고자 하는 얘기를 담백하게 중간에서 전달하는 데 최적화된 배우구나 느꼈어요. 그래서 선배님이 늘 사랑을 받으시고 주축이 되는 입지로 오랫동안 일을 하실 수 있었구나 했어요. 저도 이야기를 전달할 때 때로는 내 색깔이 많이 얹어지기도 하겠지만 되게 중의적인 느낌으로 표현하는 작업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굉장히 배울 게 많고 존경하는 선배님이 계셨어요.
영일이란 캐릭터가 일반적인 기자랑은 성장 배경이 조금 다르잖아요. 어떤 식으로 캐릭터를 접근했는지 궁금해요.
영일의 시작이 클리셰처럼 접하기도 했었던 장면 같은 느낌이어서 전날 밤을 새우고 뭔가 찾고 정보를 취합했다는 느낌으로 생각했어요. 기본적으로 그때쯤 해서 반유신운동이 대학가를 시작으로 적극적으로 일어났다 알고 있어서 영일은 영일만의 방식으로 그 자유민주화운동에 대한 책임과 그런 것을 하려고 한 인물이 아닐까 생각했어요. 대학가에 나가서 몸으로 민주화운동을 할 수 있었겠지만 내 장점을 살리는 방식으로 더 스마트하게 하지 않았을까, 그런 인물로 생각했습니다.
진실을 추구하는 모습이 프로 같으면서도 그 정도로 저돌적인 모습은 소년적인 면으로도 보여요. 이런 캐릭터를 어떻게 풀어내려고 했나요?
그런 부분은 가정사로 들어가야 할 것 같아요. 정말 잘 보호받는 가정 안에서 사랑받으며 큰 인물이라고 생각했어요. 그걸 물려받아서 현실과 타협해 안정적인 삶을 살 수 있는 인물이겠죠. 하지만 우리도 살다 보면 내가 가는 방향에 의심이 들 때가 있잖아요. 좀 더 자유롭고 싶다 생각도 하고. 그런 욕망의 지점들이 영일은 좀 청춘이지 않을까 생각했고 ‘내가 무엇을 했을 때 살아있다고 느끼는가’가 영일 스스로에 대한 가장 큰 질문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 면에서 기자란 직업을 택하고 재환을 보면서 처음으로 존경하는 어른이지 않았을까요? 극 중에서요. 우리 집안에서도 (정)우성이 형이 맡은 캐릭터처럼 어른들이 있겠지만 그게 내가 지향하는 방향이 아니다 갈증이 있었을 거 같아요. 재환을 만나고 같이 던져져서 이제 자유감을 느끼면서 열정적으로 살지 않았을까, 그래서 그런 소년미가 나올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이 됩니다.
앞서 본인은 늘 내려놓고 사는 편인데, 세상은 스타로서의 이민호를 보잖아요. 여기에 대해 평소엔 어떻게 생각하셨나요?
이른 나이에 주목받는 삶을 살게 됐는데 거기에 대한 불만족이나 답답함은 크게 느끼지 않았어요. 다만 거기에 갇혀서 그게 곧 내가 되는 상황에 진부함을 느끼는 사람 같아요. 이민호라는 사람은 신선한 것을 늘 추구하는 사람인데, 어찌 됐건 알려진 상황에서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여지가 많이 없었더라고요. 일을 할 때가 아니면 자유롭게 내 나이대에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찾아다니는 유의 사람이지 않나 생각해요. 저는 저랑 잘 맞는 성향의 시대라고 생각해요. 취미로 유튜브를 한 열 시간씩 보는데(웃음) 유튜브를 보면 개개인의 이야기가 펼쳐져 있으니까요. 그걸로 세상을 바라보는 시기인 것 같아요. 나가서 경험하는 경험은 최소화하고 있습니다.
※ 〈암살자(들)〉 배우 이민호 인터뷰는 2부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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