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0년 넘게 독일제 잠수함을 운용해온 칠레가 차세대 잠수함 확보를 준비하면서 한국 방산업계가 수주전에 공을 들이고 있다. 한화오션은 공동 설계와 현지 건조, 기술 이전까지 제안하며 유럽 업체들과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칠레 군사전문 매체 인포디펜사는 지난 18일 한화오션이 서울에서 열린 “2026 국제 함정 기술 콘퍼런스(ISTC)”에서 2000t급 수출형 잠수함 오션 2000을 칠레 해군의 차세대 잠수함 후보로 소개했다고 보도했다. 한화오션은 완성된 표준형을 그대로 판매하기보다 칠레 해군의 작전 요구에 맞춰 설계를 최적화하겠다는 구상을 제시했다. 칠레 국영 조선소 ASMAR와의 공동 설계 및 현지 건조 방안도 함께 내놨다. 단순 완제품 수출이 아니라 산업 협력 패키지로 접근하겠다는 전략이다.

“40년 넘게 쓴 톰슨과 심슨”
칠레가 교체를 검토하는 함정은 독일 HDW가 건조한 209/1400L급 톰슨(SS-20)과 심슨(SS-21)이다. 두 잠수함은 1984년 취역해 40년 넘게 운용됐다. 수명 연장 작업을 거쳤지만 칠레 해군은 두 함정이 마지막 운용 주기에 들어갔다고 밝히고 후속 전력 확보를 위한 사전 투자 단계에 착수했다. 현재는 새 잠수함의 기술 요구 사항과 예상 비용, 설계 대안을 검토하는 단계다.

“KSS-III에서 뽑아낸 수출형”
한화오션이 내민 카드는 오션 2000이다. 한국 해군의 3000t급 도산안창호급(KSS-III)을 개발·건조하며 확보한 기술을 토대로 해외 시장을 겨냥해 설계한 2000t급 잠수함이다. 국내 건조 실적이 있는 대형 잠수함 기술을 중형 체급으로 재구성한 것이어서, 설계 검증 이력이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칠레 해군이 요구하는 작전 반경과 승조원 규모에 맞춰 설계를 조정하겠다는 것이 한화오션의 제안이다.

“유럽과 다른 조건을 내걸었다”
유럽 업체들과의 차별화 지점은 현지 산업 참여다. 한화오션은 ASMAR와의 공동 설계와 현지 건조, 기술 이전까지 묶어 제시했다. 국방예산이 제한적인 중남미 국가들은 장비 도입 자체보다 자국 조선·정비 기반을 함께 키울 수 있는지를 중요하게 본다. 현지 건조 물량을 배분하면 도입국은 고용과 기술 축적을 얻고, 공급국은 장기 정비·후속 사업까지 연결할 수 있다.

칠레 잠수함 사업은 아직 요구 사항을 정리하는 초기 단계로, 기종 선정까지는 시간이 남아 있다. 다만 40년 넘게 유지돼온 독일제 잠수함 운용 관행을 흔들 수 있을지가 K방산의 유럽 시장 우회 진입 가능성을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사진 출처=서울신문 나우뉴스·한화오션, 다음 이미지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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