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퇴직한 뒤로는 도시락을 쌀 일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아침 식탁에 도시락이 놓여 있었습니다.무슨 일이냐고 물었더니 대답이 짧았습니다. 그날 하루가 내내 고마웠습니다.

다시 등장한 도시락
요즘 저는 주민센터 프로그램에 다니고 있습니다. 점심은 대개 근처에서 사 먹었습니다. 그날 아침에는 식탁에 도시락통이 놓여 있었습니다. 낡았지만 예전에 쓰던 것이었습니다. 아내는 그냥 싸 봤다고만 했습니다.

아내가 말한 이유
저녁에 이야기 끝에 이유가 나왔습니다. 제가 점심값을 아끼느라 대충 때운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했습니다. 끼니를 거르지는 않았으면 해서 싸 준 것이라고 했습니다. 생색내기 싫어서 말하지 않았다고도 했습니다. 저는 고맙다는 말밖에 하지 못했습니다.

그 뒤로 정한 규칙
그 뒤로는 일주일에 두 번만 도시락을 싸기로 했습니다. 나머지 날은 같이 나가서 먹기로 했습니다. 아내도 부담이 줄었다고 했습니다. 도시락통은 지금도 그 자리에 있습니다. 챙김은 오래 하려면 나눠야 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오래 산 부부는 서로의 사정을 말하지 않아도 아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표현은 늦게 나오기도 합니다.오늘은 고맙다는 말을 먼저 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그 한마디가 다음도 이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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