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버지를 보내 드리고 한 달쯤 지났을 무렵이었습니다. 형제가 모여 남은 짐과 서류를 정리하던 자리에서 형이 뜻밖의 말을 꺼냈습니다.아버지 통장을 당분간 그대로 두자는 이야기였습니다. 그 이유를 듣고 동생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정리하던 자리에서 나온 한마디
서류를 나누어 보던 형이 통장 하나를 손에 들고 한참을 보았습니다. 잔액은 많지 않았고 몇 달째 입금만 있던 계좌였습니다. 형은 이 통장만은 당분간 그대로 두자고 했습니다. 동생은 절차상 정리하는 편이 낫지 않겠냐고 물었습니다. 형은 잠시 말을 고르더니 이유를 꺼냈습니다.

통장에 남아 있던 기록
그 통장에는 매달 같은 날 같은 금액이 들어와 있었습니다. 아버지께서 오래전 시골 이웃에게 빌려주신 돈을 나누어 갚던 기록이었습니다. 상대는 아직 남은 금액을 다 갚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계좌를 닫으면 그분이 갚을 곳을 잃고 마음의 빚만 남게 된다는 것이 형의 설명이었습니다. 동생은 그 말을 듣고 아버지의 얼굴을 다시 떠올렸습니다.

형제가 지키기로 한 것
두 사람은 통장을 그대로 두고 남은 기간을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금액의 크기보다 상대의 마음을 지켜 주는 쪽을 택한 것입니다. 상속과 관련된 절차는 세무 전문가와 상의해 별도로 정리하기로 했습니다. 형제 사이에 오간 말은 길지 않았지만 다툼도 없었습니다. 아버지께서 남기신 것은 돈이 아니라 그 방식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부모님이 남기신 것을 정리하는 과정은 형제 사이가 드러나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무엇을 남겼는지보다 어떻게 나누는지가 더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상속이나 계좌 정리는 상황마다 절차가 다르므로 전문가와 상의하시는 편이 안전합니다. 다만 그 전에 부모님께서 지키려 하셨던 것이 무엇인지 먼저 떠올려 보시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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