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때 국산 준대형 세단의 대표 모델이던 그랜저가 중고차 시장에서는 1천만원대까지 내려왔다.
케이카가 2026년 8월 직영매물을 집계한 결과 그랜저 IG의 중앙 80% 가격대는 1,180만~1,690만원, 중간가격은 1,420만원이었다. 매물은 211대로 세대별 그랜저 가운데 가장 많았다.
같은 이름의 그랜저라도 세대가 바뀌면 필요한 예산은 크게 달라진다. 2019~2022년식 더 뉴 그랜저는 1,730만~2,480만원, 중간가격 2,085만원이다. 현행 GN7은 2,650만~3,750만원, 중간가격 3,280만원으로 올라간다.

1천만원대 예산이면 그랜저 IG가 본격적으로 들어오고, 2천만원 안팎까지 올리면 더 뉴 그랜저 주요 매물을 볼 수 있다. 신차 시장에서 준중형이나 소형 SUV를 고려할 돈으로 중고시장에서는 과거 준대형 세단까지 선택 범위가 넓어진 셈이다.
특히 IG는 매물 자체가 많아 2.4와 3.0 가솔린, 프리미엄과 익스클루시브 계열처럼 연식·트림·주행거리별로 비교할 여지가 넓다. 감가가 누적된 오래된 차라는 사실보다 지금 실제로 어느 가격대까지 내려왔는지가 구매자에게 더 직접적으로 와닿는 구간이다.
한 달 새 그랜저 IG 4.1%↓…K7도 3%대 하락

최근에는 가격대가 낮아진 데 더해 한 달 사이 추가 시세 조정까지 나타났다.
KG모빌리티플랫폼이 케이카의 8월 평균 시세를 분석한 결과 그랜저 IG는 전월보다 4.1%, 더 뉴 그랜저는 3.9% 떨어졌다. 같은 기간 국산 중고차 전체 평균 하락률은 1.6%였다.
기아 K7 계열도 비슷했다. 올 뉴 K7은 3.7%, K7 프리미어는 3.3% 내려갔다. 이전 세대 준대형 세단 네 모델이 모두 한 달 새 3% 이상 조정을 받은 것이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변화가 더 크게 느껴진다. 2,000만원짜리 차량에 4.1%를 적용하면 약 82만원, 2,500만원이면 약 102만5천원이다. 모든 매물이 똑같이 그만큼 싸졌다는 뜻은 아니지만 평균 시세 변화가 구매 예산에 미치는 크기를 가늠하기에는 충분하다.
9월 헤이딜러 실거래 기반 시세에서도 올 뉴 K7은 987만~1,604만원, K7 프리미어는 1,742만~2,342만원으로 형성돼 있다. 1천만원대에서 그랜저와 K7을 함께 비교할 수 있는 시장이 만들어진 셈이다.
신형으로 갈아타자 이전 세대 매물 늘었다

그랜저와 K7의 낙폭이 유독 컸던 배경에는 매물 증가가 있다.
케이카는 신형 그랜저를 구매하면서 기존에 타던 그랜저와 K7을 중고시장에 내놓는 소비자가 늘어 동급 세단 공급이 확대된 것으로 분석했다.
중고차 시장에서는 같은 연식과 주행거리의 차량이 늘어나면 판매자끼리 가격 경쟁이 생기기 쉽다.
신차처럼 정가가 정해진 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비슷한 차량이 많아질수록 먼저 팔기 위한 가격 조정이 평균 시세에 빠르게 반영된다.

반면 현행 더 뉴 그랜저 GN7은 같은 조사에서 전월 수준을 유지했다.
최신 세대까지 동시에 무너진 것이 아니라 이전 세대 쪽으로 하락이 집중됐다는 점이 이번 움직임의 특징이다.
그래서 이번 하락을 단순히 ‘세단 인기가 끝났다’고 보는 것보다 신차 교체 수요와 이전 세대 매물 증가가 겹친 결과로 보는 편이 정확하다.
같은 준대형이라도 세대에 따라 가격 방어력이 크게 갈렸다.
1천만원대 K7·G80도 들어온다…예산별 선택 폭 넓어져

그랜저만 1천만원대로 내려온 것도 아니다. 2026년 9월 헤이딜러 자료에서 올 뉴 K7은 987만~1,604만원으로 집계됐고, 2017~2020년식 제네시스 G80도 1,546만~2,348만원 범위에 들어와 있다.
예산을 2천만원대 후반까지 높이면 선택지는 더 넓어진다. K8은 2026년 9월 1일 실매물 기준 2021년식 평균이 2,876만원, 2022년식은 3,079만원이다. 전체 K8 실매물 886대의 평균 시세는 3,678만원으로 집계됐다.
G80 역시 2021~2024년식 더 올 뉴 G80이 3,150만~4,505만원 수준이다. 신차 당시 가격 차이가 컸던 그랜저·K7·K8·G80이 감가를 거치면서 중고시장에서는 일부 예산 구간이 겹치기 시작했다.
1천만원대에서는 그랜저 IG와 올 뉴 K7, 예산을 조금 더 올리면 더 뉴 그랜저·K7 프리미어·구형 G80, 3천만원대에서는 K8과 최근 연식 G80까지 비교할 수 있다. 감가가 커질수록 차급보다 예산을 기준으로 차량을 고르는 재미가 커지는 시장이다.
SUV는 오히려 상승…세단 감가가 구매자에겐 기회

같은 시기 인기 SUV는 정반대로 움직였다.
디 올 뉴 셀토스의 평균 시세는 전월보다 2.9% 상승했고, 더 뉴 쏘렌토 4세대 하이브리드는 1.3% 올랐다. 레이 EV도 0.2% 상승했다.
그랜저 IG가 4.1% 하락하는 동안 셀토스는 2.9% 오른 만큼 두 모델의 한 달간 방향 차이는 7%포인트에 달한다.
국산 중고차 전체 평균이 1.6% 하락했다는 점까지 보면 단순한 시장 전체 약세가 아니라 차종별 선호 차이가 시세에 직접 반영된 모습에 가깝다.

소비자가 많이 찾는 SUV와 하이브리드는 중고가격도 잘 버티는 대신 구매가격이 높게 유지된다.
반대로 이전 세대 준대형 세단은 공급 증가와 수요 이동으로 감가가 더 빠르게 진행되면서 같은 돈으로 더 큰 차체와 높은 편의사양을 선택할 수 있는 구간이 생겼다.
현재 그랜저 IG는 1천만원대 초중반, 올 뉴 K7 역시 1천만원 안팎부터 매물이 형성된다.
새 차에서 차급을 낮추기보다 감가가 진행된 준대형 중고차에서 공간과 정숙성, 편의사양을 가져가려는 소비자라면 지금의 가격 차이가 꽤 솔깃하게 보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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