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이가 들수록 관계를 정리하는 일이 필요하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그런데 막상 어떤 관계를 정리해야 하는지는 분명하지 않을 때가 많다. 오랜 인연이라는 이유로, 언젠가 필요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계속 연락을 주고받으며 지내는 사람들이 있다.
한 가지 기준을 제안한다. 일주일 동안 연락이 없을 때 그 관계가 어떤 모습인지 살펴보는 것이다. 평소에는 잘 보이지 않던 관계의 본질이 조금 시간이 지나면 선명하게 드러난다.
3위. 받기만 하는 친구
만날 때마다 내가 먼저 연락하고 장소를 제안하고 시간을 맞춰준다. 상대는 오기만 하면 된다. 만나서도 자신의 이야기만 하고 내 근황은 묻지 않는다. 밥값도 늘 내가 계산하고 차비도 내가 더 많이 쓴다.
일주일 동안 연락을 끊어보면 상대에게서 먼저 연락이 오는 경우가 거의 없다. 그제야 알게 된다. 이 관계는 내가 일방적으로 유지하고 있었다는 것을. 관계는 서로 주고받을 때 지속된다. 한쪽만 주는 관계는 우정이 아니라 의무에 가깝다.
2위. 부탁만 하는 지인
평소에는 연락이 없다가 무언가 필요할 때만 전화가 온다. 돈을 빌려달라는 이야기, 누구 좀 소개해달라는 부탁, 무거운 짐을 옮기는 것을 도와달라는 요청이 반복된다. 부탁을 들어주고 나면 고맙다는 말 한마디 남기고 다시 연락이 끊긴다.
일주일 동안 연락이 없으면 그 사람은 내가 필요 없는 시기를 보내고 있다는 뜻이다. 다시 필요한 일이 생기면 그때 연락할 것이다. 이런 관계는 인간관계가 아니라 거래에 가깝다. 나를 사람으로 대하는 것이 아니라 용건을 해결하는 수단으로 대하는 것이다.
1위. 비교만 하는 동창
학창 시절 추억을 나누기보다 지금 누가 더 잘사는지를 확인하려는 목적으로 만나는 사람이 있다. 자식 이야기, 집 이야기, 연금 이야기가 대화의 중심이 된다. 상대가 잘되면 은근히 불편해하고 내가 어려운 상황이면 위로보다 우월감을 느끼는 표정이 먼저 나온다.
일주일 동안 연락이 없으면 그 사람은 나를 비교할 거리가 필요할 때만 찾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내 삶을 궁금해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확인하기 위해 나를 이용하는 것이다. 이런 관계는 만날수록 내 삶이 초라하게 느껴지고 자존감만 깎인다.
일주일 동안 연락이 없다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서로 바쁘거나 연락 없이도 편안한 관계라면 오히려 부담 없는 사이일 수 있다. 문제는 연락이 없을 때 상대가 나를 전혀 떠올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필요할 때만, 비교할 거리가 필요할 때만, 받을 것이 있을 때만 찾는 관계라면 억지로 붙들 이유가 없다.
나이가 들수록 관계의 숫자보다 질이 중요해진다. 일주일 동안 연락 없이 지내보는 것은 관계를 시험하는 것이 아니라 그 관계가 원래 어떤 모습이었는지 확인하는 과정이다. 억지로 이어가는 관계를 내려놓으면 진짜 소중한 사람과 보낼 시간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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