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래 함께한 부부일수록 상대를 안다고 생각한다. 결혼 생활이 길어질수록 사랑한다는 말은 줄어들고, 익숙함이 이해를 대신한다. 그런데 정작 작은 다툼은 반복되고, 서로에게 서운함을 느끼는 순간은 늘어난다.
소통 전문가이자 강연가인 김창옥은 수많은 부부 상담과 강연을 통해 관계의 본질을 탐구해왔다. 그는 “부부에게는 사랑보다 이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감정만으로는 일상의 마찰을 견디기 어렵고, 상대를 제대로 이해하려는 노력이 관계를 지탱한다는 뜻이다. 그의 이 말에 비추어 보면, 부부가 놓치기 쉬운 것들이 보인다.
3위 – 상대의 변화
사람은 나이 들며 변한다. 몸도 마음도 예전과 다르다. 그런데 부부는 서로를 과거의 모습으로 고정시킨다. 배우자가 예전엔 활발했는데 요즘 조용해졌다면, 그것을 성격 문제로 단정하기 전에 피로나 건강을 살펴봐야 한다.
이해란 지금의 상대를 보는 일이다. 과거의 기준으로 현재를 재단하면 오해가 쌓인다. 배우자가 달라졌다고 느낀다면, 그 변화를 탓하기보다 이유를 물어보는 것이 먼저다. 변화를 인정하지 않는 순간, 사랑은 집착이 된다.
2위 – 말하지 않은 기대
오래 산 부부는 말하지 않아도 알 거라 믿는다. 생일 아침에 미역국을 기대하고, 힘든 날엔 위로의 한마디를 바란다. 하지만 상대는 모른다. 그리고 기대가 충족되지 않으면 실망이 쌓인다.
김창옥이 말한 이해는 상대방의 마음을 읽는 초능력이 아니다. 내 필요를 명확히 말하고, 상대의 말을 경청하는 과정이다. “오늘 힘들었어, 그냥 들어줄래?” 한 문장이면 충분하다. 말하지 않은 기대는 관계에 독이 된다. 상대가 내 마음을 몰라줘서 서운해하기 전에, 내가 제대로 표현했는지 돌아봐야 한다.
1위 – 상대의 속도
누구나 자기 속도가 있다. 어떤 사람은 결정을 빨리 내리고, 어떤 사람은 천천히 고민한다. 아침 준비 시간도, 화가 풀리는 시간도 다르다. 그런데 부부는 자기 속도를 기준 삼아 상대를 재촉하거나 답답해한다.
이해한다는 것은 상대의 템포를 존중하는 일이다. 배우자가 늦게 준비한다고 매번 재촉하면, 그는 압박을 느낀다. 화해를 서두르다 보면 진짜 감정은 묻힌다. 내 속도에 맞추라고 요구하는 순간, 사랑은 통제가 된다. 상대가 자기 리듬으로 움직일 수 있을 때, 관계는 비로소 숨을 쉰다.
오늘 저녁, 배우자에게 한 가지만 물어보면 어떨까. “요즘 어때? 내가 모르는 거 있어?” 거창한 대화가 아니어도 된다. 짧은 질문 하나가 이해의 시작이다. 사랑은 감정이지만, 이해는 행동이다. 그 행동은 지금 당장 시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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