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해협서 HMM 나무호 화재 발생…정부는 과거 탱커전·소말리아 해적 때와 다르게 대응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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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5월 4일 오후 8시 40분, 아랍에미리트 인근 호르무즈 해협 정박 해역에서 HMM이 운용하는 컨테이너선 나무호의 기관실에서 폭발과 화재가 발생했다. 선박에는 한국인 선원 6명과 외국인 선원 18명 등 총 24명이 승선 중이었으며, 현재까지 인명 피해는 보고되지 않았다. 선체 좌현 기관실 일부가 손상됐고, 폭발 원인에 대해서는 내부 사고인지 외부 공격인지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이번 사건이 주목받는 이유는 발생 장소가 호르무즈 해협이라는 점이다. 전 세계 원유 수송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이 해협은 미국과 이란 간 군사적 긴장이 고조될 때마다 민간 선박이 직접적인 위협에 노출되어 온 해역이다. 정부와 선사는 피격 여부를 포함해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는 입장이지만, 미·이란 전쟁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외부 공격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한국 정부는 이번 사고에 대해 신속한 대응 체계를 가동했다. 청와대는 사고 발생 다음 날인 5일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 주재로 점검 회의를 열어 사고 상황을 점검하고 대처 방안을 논의했다. 해양수산부와 청해부대는 사고 선박과 실시간 소통을 유지하며 선박과 선원들의 안전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 중앙해양안전심판원 소속 조사관과 소방청 감식 전문가를 현지에 급파해 객관적인 원인 규명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며, 원인 분석까지는 수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대응 방식은 과거 한국 선박이 해외 해역에서 위기를 맞았을 때와 비교해 몇 가지 차이점을 보인다. 1980년대 후반 이란·이라크 전쟁 당시 발생한 이른바 ‘탱커전’에서는 호르무즈 해협과 페르시아만 일대에서 한국 관련 유조선이 미사일과 기뢰 공격에 노출됐다. 미 해군사 자료에 따르면 1987년 말까지 이 해역에서 451건의 선박 공격이 발생했으며, 한국 선박도 피해를 입었다. 당시 정부는 주로 외교적 항의와 협상을 중심으로 대응했고, 군사적 개입이나 직접적인 구조 작전은 제한적이었다.
2000년대 들어 소말리아 해적 사건에서는 대응 방식에 변화가 나타났다. 2011년 삼호드림호 피랍 사건에서는 협상을 통해 선원을 구출했으나, 같은 해 삼호주얼리호 사건에서는 청해부대 특수전여단이 군사작전을 수행해 선원 전원을 구출했다. 이는 한국 정부가 해상 위기 상황에서 외교적 해결과 군사적 개입을 상황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게 됐음을 보여준 사례로 평가된다.
이번 HMM 나무호 사건에서는 두 가지 접근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우선 현지 대사관을 통한 외교적 채널 가동과 함께, 청해부대를 통한 실시간 안전 확보 체계가 작동하고 있다. 또한 전문 조사 인력을 신속히 파견해 원인을 규명하려는 움직임은 과거보다 체계적인 사후 대응 시스템이 구축됐음을 시사한다. 정부는 호르무즈 해협 내측에 정박 중인 한국 선박 26척과도 지속적으로 연락하며 안전 확보에 나서고 있다.
다만 호르무즈 해협의 지정학적 특수성은 과거 사례와 다른 변수를 만들어낸다. 이 해역은 이란이 군사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전략 요충지이며, 미군의 호위가 제공된다 해도 런던 해상보험시장의 보험료 인상이나 선사들의 운항 기피로 이어질 수 있다. JP모건은 호르무즈 해협에 정박 중인 유조선 전체를 보장하려면 약 3520억 달러 규모의 보험이 필요하다고 추산했다. 이는 단순히 군사적 보호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경제적·구조적 리스크가 존재함을 의미한다.
한국 정부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중동 해역에서의 선박 안전 확보 전략을 재점검할 필요성에 직면했다. 외교부는 8월 31일 ‘제2차 서울 중동문제 국제회의’를 개최해 이란 전쟁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 상황에 대한 대응 방향을 논의한 바 있다. 110여 명의 국내외 전문가가 참석한 이 회의에서는 중동 지정학적 환경 변화와 한국의 대응 전략이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결국 이번 HMM 나무호 사건은 한국 정부가 1980년대 탱커전 시기의 수동적 외교 대응에서 벗어나 2011년 소말리아 해적 사건 때 보여준 능동적 군사 개입 능력을 갖추게 된 이후, 이제는 복합적인 지정학 리스크 속에서 외교·군사·경제적 수단을 통합 운용해야 하는 새로운 국면에 진입했음을 보여준다. 사고 원인 규명 결과에 따라 향후 정부의 중동 해역 선박 보호 전략과 국제 공조 방식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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