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세 장기수가 북한으로 가고 싶다고 외치는 사연

96세의 안악섭은 한국전쟁 당시 북한군으로 참전했다가 체포되어 무려 42년간의 기나긴 감옥 생활을 버틴 인물이다. 그는 과거 사상 전향을 완강히 거부한 채 끈질기게 버텼으며 1995년 광복절 특사로 극적으로 출소했다. 출소 이후에도 미군 철수를 주장하며 대한민국에 남아 투쟁을 이어갔고 최근에는 북한으로 송환해 달라고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과거 34년간 수감 생활을 하다 북한으로 돌아간 비전향 장기수 리인모는 북한에서 엄청난 영웅 대접을 받으며 말년을 보낸 바 있다. 안악섭 역시 이러한 전례를 기억하고 북한으로 건너가 영웅 대접을 받고 싶어 하는 것으로 강하게 추정된다. 하지만 현재 북한 정권은 안악섭의 북송 요구에 대해 어떠한 반응도 보이지 않으며 매우 시큰둥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과거 리인모가 북한으로 송환되었을 때 북한 당국은 그가 남조선 감옥에서 34년을 버틴 의지의 화신이라며 대대적인 선전 공세를 펼쳤다. 그러나 당시에 북한 주민들의 반응은 당국의 의도와는 완전히 다르게 흘러가며 이상한 방향으로 번져나갔다. 주민들은 남조선 감옥에서 무려 34년을 살았다는 사실에 경악하며 오히려 남조선이 생각보다 훨씬 살기 좋은 곳일지도 모른다는 소문을 퍼뜨렸다.
실제로 2005년에 입국한 탈북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북한의 상식으로는 감옥에서 수십 년간 생존하는 것은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북한의 교도소 환경은 가혹해서 보통 3년만 복역해도 목숨을 잃기 일쑤였기 때문에 리인모의 장기 생존은 오히려 체제에 독이 되었다. 당국이 리인모를 선전했던 행위는 오히려 북한 주민들에게 남조선이 살기 좋은 곳이라는 역효과를 낳았던 것이다.
이번에 북송을 요구하는 안악섭은 무려 42년이라는 경이로운 감옥 생활을 견뎌냈고 96세의 고령까지 생존해 있는 상태이다. 북한 당국은 과거의 뼈아픈 역효과를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에는 안악섭의 송환을 극도로 꺼리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96세의 나이로 남쪽 땅에서 북송을 외치는 그의 요구는 결국 북한의 침묵 속에서 외로운 메아리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
북한 정권은 과거 체제 선전에 악영향을 미쳤던 전례를 철저하게 학습하며 이번 사태를 냉정하게 외면하고 있다. 남한 내에서의 장기 수감 생활이 북한 주민들에게는 오히려 자유 세계의 인권과 생존력을 방증하는 지표로 읽혔던 셈이다. 따라서 북한 당국은 최고령 장기수인 안악섭이 북으로 넘어올 경우 발생할 정치적 부담과 혼란을 극도로 경계하는 모양새다.
결과적으로 안악섭의 간절한 북송 요구는 북한 지도부의 철저한 무관심과 침묵 속에서 좌절될 위험이 매우 크다. 42년이라는 세월 동안 신념을 지키며 감옥을 버텨낸 노인의 말년은 아이러니하게도 그토록 가고 싶어 했던 북한으로부터 외면받는 처지에 놓였다. 남북 간의 이념 대립이 낳은 비극적인 잔재 속에서 고령의 장기수가 마주한 현실은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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