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면 인터뷰] ‘스트리트 파이터’ ⑤ 히비키 단 역 앤드류 슐츠, “허세 넘치는데 실력은 없어서 매력적인 히비키 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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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트리트 파이터〉 춘리 역 칼리나 리앙 인터뷰로부터 이어집니다.
〈스트리트 파이터〉에는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요?
우리 영화의 숨은 주역인 프로듀서 케일 보이터가 어느 날 밤 제 스탠드업 공연을 보러 왔어요. 공연이 끝나고 같이 저녁을 먹으면서 이런저런 아이디어를 얘기하다가 케일이 ‘스트리트 파이터’를 꺼내는 순간, 제가 바로 ‘그거 제가 평생 제일 좋아한 비디오 게임이에요!’라고 했어요. 진짜 그래요. 스트리트 파이터는 제 어린 시절의 아주 중요한 기억으로 남아 있어요. 뉴욕에서 중학교를 다닐 때였는데, 부모님한테 훔친 동전을 잔뜩 들고 70번가와 1번가에 있는 동네 편의점까지 뛰어갔어요. 점심시간이 30분밖에 없어서 진짜 뛰어야 했거든요. 거기서 버터 바른 베이글을 하나 사면 편의점 특유의 은박지에 곱게 싸줬고, 남은 점심값으로 대전 격투 게임 ‘마블 vs. 캡콤’을 했어요. 그때는 게임을 두고 기싸움도 장난 아니었어요. 게임을 잘하면 학교에서 나름 한자리할 수 있었거든요. 저는 무조건 스트리트 파이터 캐릭터만 골랐어요. 어릴 때 처음으로 제대로 갖게 된 비디오 게임이 스트리트 파이터였기 때문이죠. 다들 ‘슈퍼 마리오’는 한 번쯤 하잖아요. 그런데 제가 정말 집착할 정도로 빠진 첫 게임은 스트리트 파이터였어요.
그렇게 각별한 추억이 있는 만큼, 이번 영화에서 처음 히비키 단 역을 제안받았을 때 기분이 어땠어요?
처음에 ‘우리 영화에 출연할 생각 있어요?’라고 물어보시기에, 전 곧바로 ‘그럼요!’라고 했죠. 당연히 속으로 ‘내가 류인가? 켄 마스터즈인가?’ 하고 있었고요. 그런데 돌아온 대답은 ‘아니요. 경쟁사 SNK가 캡콤을 따라 만든 게임이 있었는데, 그걸 놀리려고 캡콤이 만든 캐릭터가 있어요. 이름은 히비키 단이고, 싸움 실력은 형편없죠. ’파동권’도 고작 1인치밖에 안 나가고 분홍색 도복을 입어요’라고 하더라고요. 잠깐 생각해보니 ‘좋은데요. 딱이네요. 얘기 좀 더 들어보죠…’ 싶더라고요. 제가 맡은 건 친구들이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캐릭터였으니까요. 저희가 어릴 때 하던 ‘스트리트 파이터 2’에는 히비키 단이 없었거든요. 저희 세대는 히비키 단이라는 캐릭터 자체를 몰라요. 그런데 히비키 단을 알아갈수록 캐스팅이 정말 잘됐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니, 정확히 말하면 너무 정확해서 기분이 나쁠 정도예요. 히비키 단은 허세는 넘치는데 실력은 하나도 없는 캐릭터거든요. 프로듀서가 ‘이 역할이 당신한테 완벽하게 어울립니다!’라고 해서 캐릭터 설명을 읽어봤더니, 자신감만 넘치고 실력은 없다고 적혀 있다고 생각해보세요. 그러면 저도 묻게 되죠. ‘근데 왜 제가 이 역할에 그렇게 잘 맞는다고 생각하신 거예요? 대체 이 캐릭터의 어떤 점을 보고 제가 그렇게 잘할 거라고 생각하신 거죠?’
히비키 단을 맡으면서 몸은 어떻게 만드셨어요? 운동 강도는 높았을까요?
프로듀서에게 ‘이 역할 하려면 몸을 제대로 만들어야 하나요? 저 운동할 수 있게 아예 장비까지 다 갖춰놨거든요…’라고 물어봤어요. 촬영 전에 다시 한번 ‘그럼 근육질 몸을 만들어야 하는 거죠?’라고 물었더니, 프로듀서님이 ‘아니요. 그냥 웃기기만 하면 돼요’라고 하더라고요. 저한테는 정말 반가운 말이었어요. 촬영 중에 상의를 벗는 장면이 딱 한 번 있었는데, 그걸 촬영 첫날에 찍었어요. 그리고 정말 그 장면이 끝나자마자 그 뒤 두 달 동안 촬영장 간식 테이블에 있는 건 전부 먹어치웠습니다. 호주 간식이란 간식은 다 먹고, 과자도 빼먹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촬영하는 내내 근육질 몸하고는 거리가 멀어졌어요.
상의 탈의 장면 이후에, 촬영하면서 가장 좋았던 건 무엇인가요?
저와 노아 센티네오, 그리고 코디 로즈가 함께 나오는 장면이 있었어요. 코디에게는 촬영 첫날이었고, 가일이 처음 등장하는 장면이었는데 정말 재미있게 찍었습니다. 그 주말 동안 셋이서 장면의 흐름과 호흡을 미리 맞춰봤어요. 호흡을 미리 맞춰둔 덕분에 촬영할 때는 테이크 사이사이 웃음이 터져서 자꾸 촬영이 끊기곤 했어요. 다 같이 즉흥적으로 이것저것 해보면서 장난도 많이 쳤죠. 코미디 장면을 찍을 때는 그런 방식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진지한 장면을 찍을 때는 그 감정에 제대로 몰입하려고 했어요. 하지만 코미디 장면에서는 ‘좋아요, 한 스무 번만 찍어보죠. 재미있게 해봅시다. 매번 다른 대사를 해볼 테니까 두 사람을 웃겨서 연기를 못 이어가게 할 수 있는지 한번 보자’는 식이었어요. 노아와 코디부터 웃길 수 있다면 관객도 웃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렇다면 다른 대표 캐릭터들 얘기도 해볼게요. 어릴 때 게임할 때는 주로 어떤 캐릭터를 골랐나요? 그리고 성인이 된 뒤 촬영장에서 그 캐릭터를 매일 실제로 마주하니 기분이 어땠나요?
어릴 때는 류를 골랐어요. 가끔 켄 마스터즈를 하기도 했고요. ‘마블 vs. 캡콤’을 할 때는 류와 고우키를 골랐죠. 그래도 거의 항상 류였어요. 재미 삼아서라도 다른 캐릭터는 안 했을 정도예요. 그러니 촬영장에서 앤드류 코지가 류의 모습으로 나타나는 걸 보는데 정말 굉장했죠! 앤드류는 역할에 정말 진지하게 임했어요. 그게 또 너무 웃겼고요. 영화에 들어가기 전부터 앤드류의 작품은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어떤 사람인지는 전혀 몰랐어요. 노아는 제 스탠드업 공연에 왔을 때 잠깐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어서 캐릭터를 떠나 실제로 어떤 사람인지는 어느 정도 알고 있었고요. 그런데 앤드류를 처음 만났을 때는 정말 류를 만난 것 같았어요! 메소드 연기를 하고 있는 건지, 아니면 원래 이런 사람인지 도무지 구분이 안 되더라고요. (웃음) 앤드류가 테이크 사이에 자주 하던 행동이 하나 있었어요. 해변에 서서 한참 동안 바다만 바라보는 거예요. 진짜 캐릭터에 몰입하고 있었던 건지는 아직도 모르겠는데, 정말 오랫동안 꼼짝도 안 하고 바다를 보고 서 있었어요. 확실한 건, 앤드류 코지는 완전히 류에 몰입해 있었다는 겁니다.
켄 마스터즈 역의 노아는 어땠나요? 노아도 역할에 완전히 몰입했나요?
그럼요, 완전히요. 몸이 정말 장난 아니었어요. 켄 마스터즈가 ‘파동권’을 쓰려고 하는 장면이 하나 있는데, 그 바로 다음에 제가 찍을 장면이 있어서 노아가 촬영하는 걸 옆에서 보고 있었어요. ‘파동권’을 끌어내려고 복근에 온 힘을 주고 있는데, 대학 때부터 가장 친한 친구이자 지금은 제 매니저인 친구와 같이 보면서 ‘와, 이 사람 진짜 제대로네!’ 했죠. 노아는 촬영장에서도 말 그대로 하루 종일 운동했어요. 액션 스타가 되기 위한 각오부터가 남다른 사람이에요. 그런데 액션 스타가 되려면 저 정도까지 해야 하는 거라면, 저는 그냥 코미디 스타로 남아야겠어요. 저건 정말 미친 수준이거든요. 운동을 너무 많이 해서 근육에 경련이 올 정도였어요. 먹는 것도 하루 네 끼를 전부 스테이크와 달걀로 먹었고요. 몸은 정말 믿기지 않을 정도로 좋았어요.
관객들이 〈스트리트 파이터〉에서 또 어떤 점을 기대하면 좋을까요?
다들 자기 역할에 정말 믿기지 않을 만큼 몰입했어요. 그런데 그걸 떠나서 그냥 연기를 정말 잘하는 배우들이에요. 노아도 켄 마스터즈라는 캐릭터를 정말 잘 표현했습니다. 이번 영화에서는 약하고 흔들리는 모습도 보여줘요. 액션 피규어처럼 완벽한 외모를 가진 사람이 그런 모습을 보여주는 게 좋더라고요. 세상에 부딪히면서 자신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모습 말이에요. 저는 액션 히어로가 완벽한 건 보고 싶지 않아요. 그러면 재미가 없잖아요. 오히려 여기저기 깨져 있고, 때로는 재수 없게 굴기도 하는 모습이 보고 싶어요. 영화를 보고 나서 확실히 느낀 게 하나 있어요. 액션도 끝내주고, 영화 자체도 재미있고, 배우들 사이의 호흡도 정말 좋지만 무엇보다 연기가 좋아요. 보다 보면 완전히 빠져들게 됩니다. 특히 스트리트 파이터처럼 원작 IP가 중요한 영화를 만들 때는 다들 그만큼 진지하게 임하고, 제대로 해내고 싶어 하잖아요. 이번 현장에 있던 사람들도 어릴 때부터 스트리트 파이터를 하며 자란 사람들이라 정말 열정적이고 신이 나 있었어요.
원작 게임의 오랜 팬으로서, 키타오 사쿠라이 감독이 게임을 영화로 옮기면서 가장 잘 살렸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키타오 사쿠라이 감독님은 굉장히 독특한 스타일을 갖고 있고 그 부분에 대해 감독님과 정말 많이 이야기했죠. 촬영을 하면서 영화가 어떤 톤으로 가는지 점점 감이 오더라고요. 일단 드라마는 진짜예요. 웃음을 끌어내기 위한 장치로 쓰는 게 아니라, 진지한 장면은 그 자체로 정말 진지하게 밀고 갑니다. 그러다 감독님이 영화 곳곳에서 하듯 그 흐름을 갑자기 코미디로 꺾으면, 전혀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나오니까 훨씬 더 크게 웃겨요. 아주 진지한 장면을 이어가다가 갑자기 저질 농담 하나가 툭 튀어나오면 정말 웃기거든요. 그런 걸 전혀 예상하지 못하니까요. 감독님의 그런 스타일이 정말 재미있어요. 제가 이 영화에 대해 늘 하는 말이 있는데, 정말 신나게 현실을 잊고 즐길 수 있는 영화라는 거예요. 게임을 해본 분들이라면 ‘와, 정말 게임을 제대로 존중해서 만들었구나’라고 느낄 겁니다. 액션도 끝내주고, 팬들이 보고 싶어 하는 기술도 전부 나와요. 그런데 그런 요소들을 영화 안에 녹여낸 방식 자체가 원작 게임과 기존 설정에 정말 충실합니다. 게임을 정말 깊이 아는 사람들만 알아챌 수 있는 디테일도 일부러 넣어놨어요. 팬들은 영화를 보면서 어릴 때 게임을 하며 상상만 했던 세계에 직접 들어온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그때는 이 캐릭터들이 실제로 만나면 어떻게 어울릴지, 서로 어떤 관계를 맺고 어디서 갈등이 생길지 상상만 할 수 있었잖아요. 이제는 그걸 전부 직접 볼 수 있는 거죠. 그리고 원래 스트리트 파이터 팬이 아니었던 분들에게도 이 영화는 그냥 정말 재미있는 영화예요. 영화를 이끄는 제작진이 저희 모두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낼 수 있게 해줬고, 자기 캐릭터뿐 아니라 다른 캐릭터까지 더 잘 살아날 수 있도록 서로 도울 수 있게 해줬어요. ‘어떻게 하면 내 캐릭터가 제일 멋있어 보일까?’가 아니라 ‘켄 마스터즈와 류를 위해 우리가 뭘 만들어줘야 할까?’를 생각했죠. 다들 자기 욕심을 앞세우지 않았어요. 그래서 이 영화에는 경쟁심도 있고, 서로 부딪히는 감정도 있지만 사랑도 있어요. 이게 한데 모이니까 정말 엄청난 조합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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