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만7439대. 현대차가 지난달 미국에서 판매한 차량 대수로, 9월 한 달 실적으로는 역대 최고치에 해당한다. 전년 동월보다 9% 늘어난 수치로, 전기차 판매가 큰 폭으로 꺾인 와중에 나온 성적이라 더 눈길을 끈다.
하이브리드는 같은 기간 전체 판매의 28%를 차지할 만큼 비중이 커졌는데, 증가율로 따지면 39%에 달한다. 전기차 캐즘이 길어지면서 배터리 전기차 대신 하이브리드로 수요가 옮겨간 결과로 풀이된다. 투싼과 팰리세이드 등 SUV 라인업이 동반 성장하며 실적을 뒷받침했다.
기아도 다르지 않았다. 같은 9월 기준으로 기아 역시 역대 최고 판매치를 새로 썼고, 현대차·기아 두 브랜드가 나란히 기록을 갈아치우면서 국산 완성차의 미국 시장 성적표에 관심이 쏠리는 상황이다.
전기차 접고 하이브리드로 쏠리는 이유

순수 전기차 수요가 둔화하면서 하이브리드가 그 공백을 메우는 흐름은 비단 현대차·기아만의 얘기가 아니다. 다만 두 회사는 SUV 중심의 내연기관 라인업을 유지한 채 하이브리드 비중을 끌어올리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아이오닉6는 지난해 814대였던 판매량이 올해 9월 단 3대로 쪼그라들며 사실상 명맥이 끊긴 수준이고, 아이오닉5 역시 전년 동월 대비 65% 감소했다. 전기차에서 빠진 수요가 고스란히 하이브리드와 SUV 쪽으로 옮겨간 셈이다.
기아도 같은 흐름을 탔다. 152%. 기아의 9월 하이브리드 판매 증가율이다. 전기차·플러그인하이브리드까지 합친 전동화 모델 전체로 넓히면 증가율은 60%로 내려간다. 다만 하이브리드만 집계한 현대차의 28%와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
투싼·팰리세이드가 이끈 모델별 성적표

1만327대. 팰리세이드가 9월 한 달간 미국에서 판매한 대수이자 전년 동월보다 52% 늘어난 성적이다. 투싼의 상승세는 한 달에 그치지 않는다. 9월 2만3164대로 32% 늘어난 데 이어, 3·4분기 누적으로도 6만4075대를 팔아 분기 기준 역대 최고치를 새로 썼다.
싼타페와 쏘나타도 각각 21%, 39% 증가하며 힘을 보탰다. 쏘나타·싼타페 하이브리드 모두 9월 역대 최대 판매를 새로 썼고, 분기로 넓혀도 쏘나타 하이브리드는 1년 전의 두 배 넘게, 싼타페 하이브리드는 분기 역대 최대로 팔렸다.
기아 쪽에서는 셀토스, 니로, K4, 텔루라이드, 쏘렌토, 카니발, K5, 스포티지 등 주요 모델이 선전하며 9월 7만7009대, 3·4분기 23만6659대라는 역대 최고 실적을 합작했다. 하이브리드 모델별로는 쏘렌토 112%, 스포티지 53%, 카니발 47% 순으로 증가폭에 차이를 보였다.
기록 이면에 있는 숫자, 어떻게 읽어야 할까

다만 역대 기록이라는 수식어에 가려지기 쉬운 부분도 있다. 현대차의 하이브리드 비중 28%는 하이브리드만 집계한 수치인 반면, 기아가 밝힌 전동화 모델 60% 증가에는 전기차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까지 섞여 있다.
두 회사의 발표를 그대로 나란히 놓고 비교하면 실제보다 더 극적인 차이로 오해할 수 있다. 현대차의 1~9월 누적 판매는 69만7464대로 3% 늘었고, 3·4분기 전체 실적도 24만6896대로 3% 증가해, 이번 호조가 9월 한 달에 그치는 반짝 수치만은 아니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하이브리드 인기가 치솟으면서 투싼이나 싼타페, 쏘렌토 등 인기 하이브리드 모델은 출고 대기가 길어질 가능성도 있다. 실제 구매를 앞둔 소비자라면 트림별 재고와 출고 시점을 미리 확인해두는 편이 유리하다.

월간 기록은 한 달 치 수치일 뿐이라, 전기차 수요가 다시 살아나는지는 몇 달 더 지켜볼 필요가 있는 지표다. 이번 실적에 대해 랜디 파커 현대차 북미권역본부 최고경영자는 다양한 제품 라인업과 믿을 만한 딜러망이 소비자 선택지를 넓히며 판매세를 뒷받침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런 공식 설명과 별개로, 소비자 입장에서는 숫자 뒤에 가려진 재고·대기 상황까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결국 이번 기록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현대차·기아가 전기차 캐즘을 하이브리드로 버텨내고 있다는 사실 자체다. 전동화 전환이 지연되는 국면에서 하이브리드 라인업을 얼마나 탄탄하게 유지하느냐가 당분간 두 회사의 미국 실적을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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