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시아와 300㎞ 국경을 맞댄 에스토니아가 2021년 대비 국방비를 4배로 늘렸다. 다층 방공망과 드론·전자전 역량 강화가 핵심이다.
러시아와 약 300㎞의 국경을 맞대고 있는 에스토니아는 발트해의 대표적인 안보 요충지로 꼽힌다. 에스토니아 국방부는 올해 국방비 지출이 국내총생산(GDP)의 5.4%를 넘었다고 밝혔다. 지난해 대비 50% 이상, 2021년과 비교하면 4배 늘어난 규모다. 국방부는 내년부터 향후 4년간 국방 분야에만 100억 유로(약 15조8000억원) 이상을 집중 투입해 다층 방공망 구축과 드론·전자전 역량 강화, 탄약 비축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100㎞의 좁은 길, 수바우키 회랑”
에스토니아가 주목하는 위험 요인은 나토의 최대 아킬레스건으로 꼽히는 ‘수바우키 회랑(Suwałki Gap)’이다. 폴란드 동북부 도시 수바우키에서 이름을 딴 약 100㎞ 길이의 좁은 육상 수송로로, 폴란드와 리투아니아 국경을 이으면서 러시아 역외 영토인 칼리닌그라드와 벨라루스 사이를 갈라놓는다. 유사시 러시아가 이곳을 점령하면 에스토니아·라트비아·리투아니아 등 발트 3국이 나토와 격리된다. 육로를 통한 전력 증원과 군수 보급이 차단되기 때문이다.

“대피 계획부터 국경 통제까지”
육로 차단 공포가 현실화하자 폴란드와 리투아니아는 수바우키 회랑을 통한 민간인 공동 대피 계획 수립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리투아니아 국가위기관리센터 등 안보 당국은 유사시 라트비아와 에스토니아 주민까지 함께 대피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국경 위협 발생 시 군 동원에 차질이 없도록 핵심 직책 인력의 국외 이탈을 막는 국경 통제 조치도 들여다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화나 단순 사고는 절대 아니었다”
사보타주와 사이버 공격 등으로 사회 전반을 흔드는 러시아의 하이브리드 공세도 발트해 안보를 위협하는 핵심 요인이다. 에스토니아의 대표적 방산기업 밀렘 로보틱스(Milrem Robotics) 생산 시설에서는 최근 방화로 추정되는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 쿨다르 바르시 밀렘 로보틱스 대표는 “실화나 단순 사고는 절대 아니었다”며 “구체적 사실관계는 경찰이 수사 중이지만 특정 이웃 국가의 개입으로 강하게 추정된다”고 밝혔다.

인구 130만 명대의 소국이 GDP의 5%를 넘는 예산을 국방에 쓰는 일은 흔치 않다. 에스토니아는 그 수치를 위협의 크기가 아니라 대응의 속도로 설명한다. 발트해 전선의 기준선이 어디까지 올라가는지가 나토 전체의 국방비 논쟁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사진 출처=에스토니아 공동취재단, 다음 이미지 검색)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