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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륜이 무너졌습니다..” 아들을 고소하고 콩가루 집안을 자처한 엄마의 본심

소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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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 나는 전북 작은 읍내에서 삼십오 년 동안 떡방앗간을 했다. 새벽 네 시면 쌀 불리는 소리로 하루를 열었다. 명절 대목이면 손목에 파스를 붙이고 가래떡을 뽑았다.

그렇게 모은 돈으로 방앗간 자리에 이층 상가주택을 올렸다. 아래층은 방앗간, 위층은 살림집이었다.

외아들은 어릴 때부터 몸이 약했다. 자리를 못 잡고 이 일 저 일 전전하다가 서른다섯에야 결혼을 했다. 우리는 아들이 하는 작은 정비소 자리라도 마련해주려고 상가주택 명의를 아들 앞으로 넘기기로 했다.

미용실 원장이 해준 이야기

명의를 넘기기 한 달 전, 단골 미용실에서 파마를 하고 있을 때였다.

원장이 가위를 멈추고 옆 동네 이야기를 꺼냈다. 집이랑 논을 아들한테 다 넘긴 노부부가 삼 년 만에 요양원으로 보내졌다는 얘기였다.

“언니, 물려줄 땐 꼭 종이에 조건 써두세요. 마음은 변해도 종이는 안 변해요.”

그날 밤 남편한테 그 얘기를 했다. 남편은 우리 아들이 그럴 리 있냐며 웃었다. 그런데 다음 날 아침, 남편이 먼저 읍내 법무사 사무실에 가자고 했다.

부모를 성실히 부양하고, 지키지 않으면 재산을 돌려놓는다는 내용으로 각서를 썼다. 아들은 서류를 보더니 얼굴이 굳었다.

“저를 못 믿으세요?”

“못 믿어서가 아니라, 엄마 마음 편하자고 쓰는 거다.”

아들은 한참 말이 없다가 도장을 찍었다.

남편이 방앗간 바닥에 쓰러졌다

처음 몇 해는 괜찮았다. 손주가 태어났고, 며느리는 아이를 안고 방앗간에 들러 떡 한 조각씩 받아 갔다.

정비소 일이 기울기 시작하면서 아들 발길이 줄었다. 전화를 하면 바쁘다는 말이 먼저 나왔다.

작년 겨울, 남편이 젖은 방앗간 바닥에서 미끄러졌다. 고관절이 부러졌다. 수술은 잘됐지만 의사는 혼자 걷기까지 오래 걸릴 거라고 했다.

아들은 수술 날 저녁에 잠깐 들렀다. 수술복 차림의 아버지를 보더니 몇 마디 하고 일이 있다며 돌아갔다. 며느리는 오지 않았다.

간병인을 쓸 형편이 안 돼서 내가 병실 보조 침대에서 석 달을 잤다. 방앗간 셔터는 그동안 한 번도 올라가지 않았다.

아들이 내민 요양원 안내 책자

퇴원하고 한 달쯤 지난 일요일이었다. 아들이 혼자 이층으로 올라왔다. 손에 얇은 책자 두 권이 들려 있었다.

“엄마, 두 분 요양원 알아봐 놨어요. 시설 좋은 데예요.”

남편이 지팡이를 짚고 있던 손을 멈췄다.

아들은 말을 이었다. 정비소 빚이 밀렸다고 했다. 이 건물을 담보로 대출을 받으면 숨통이 트인다고 했다. 두 분이 요양원에 가시면 위층을 세 줄 수 있다고 했다.

“그건 각서 쓴 집이다.”

“엄마, 그게 무슨 법적 효력이 있다고요. 그냥 형식이잖아요.”

아들이 내려가고 나서 남편이 지팡이를 내려놓고 오래 앉아 있었다. 그날 밤 남편이 처음으로 울었다.

법률구조공단 상담 창구 앞에서

일주일을 고민했다. 그리고 버스를 타고 시내 법률구조공단을 찾아갔다. 상담원이 각서를 꼼꼼히 읽더니 말했다.

“부양 조건을 붙인 증여라서, 조건을 안 지키면 증여를 되돌릴 수 있습니다. 소송을 하셔야 해요.”

자식을 상대로 소송을 한다는 게 손이 떨렸다. 동네에서는 금방 소문이 돌았다. 방앗간 집이 아들을 고소했다더라, 집안 콩가루 됐다더라.

시장에서 아는 얼굴을 만나면 다들 눈을 피했다. 나는 그 시선을 다 받으면서도 소장을 접수했다.

조정실에서 아들이 고개를 숙였다

석 달 뒤, 법원 조정실에서 아들을 마주했다. 아들 얼굴이 많이 상해 있었다.

조정위원이 서류를 넘기다가 물었다.

“어머님, 건물을 돌려받으시면 어떻게 하실 생각이세요?”

“아들 정비소는 그대로 쓰게 할 겁니다. 월세도 안 받고요.”

아들이 고개를 들었다.

“엄마, 그럼 왜 소송까지 하셨어요?”

“집을 뺏으려던 게 아니다. 네가 그 종이를 형식이라고 했잖아. 엄마는 그 종이에 너를 걸었는데.”

아들은 한참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러다 조정위원 앞에서 고개를 숙였다.

“제가 잘못했습니다.”

조정은 그날 끝났다. 건물 명의는 다시 내 앞으로 돌아왔고, 정비소는 아들이 그대로 쓰기로 했다.

다음 주 토요일 새벽 네 시, 방앗간 셔터 올라가는 소리가 들렸다. 내려가 보니 아들이 쌀 포대를 나르고 있었다.

“엄마, 아버지 걷기 연습 아침에 같이 할게요. 가래떡 뽑는 것도 좀 알려주세요.”

그날 아침 남편은 아들 팔을 잡고 방앗간 앞을 두 바퀴 걸었다. 나는 가래떡을 뽑으며 두 사람 뒷모습을 오래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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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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