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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른다고 다 가지마라..” 정약용 선생이 말하는 절대 가면 안 되는 경조사 1위

소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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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하고 나면 식탁 위에 청첩장과 부고 문자가 쌓이기 시작한다. 한 달에 몇 번씩, 많을 땐 한 주에 두세 번도 온다. 봉투를 열 때마다 가야 하나 고민한다. 결국 이번에도 가야겠다며 한숨을 쉰다.

경조사는 사람 사이의 도리다. 기쁜 날 함께 웃고 슬픈 날 곁을 지키는 건 귀한 일이다. 하지만 수입은 줄고 몸은 예전 같지 않다. 그런데도 부르는 자리마다 다 가야 하는 걸까.

3위. 너무 먼 곳

몇 시간씩 차를 타고 가야 하는 자리가 있다. 지방 예식장이나 먼 곳의 장례식장이 그렇다. 새벽에 일어나 길을 나서고, 북적이는 곳에서 오래 서 있다가 밤늦게 돌아온다. 젊을 땐 하루면 풀리던 피로가 이제는 며칠씩 간다.

특히 날이 궂거나 감기가 도는 철이라면 무리할 필요가 없다. 몸을 상해가며 오는 걸 바라는 사람은 없다. 정약용 선생도 유배지에 있어 먼 자리에 직접 갈 수 없었다. 대신 아들들에게 제철 과일이라도 보내 마음을 전하라고 당부했다. 먼 자리라면 정중한 연락과 작은 정성으로 충분하다.

2위. 옛 직장 사람들 경조사

현역일 때는 경조사장에 가면 다들 먼저 알아보고 반겼다. 은퇴하고 나면 분위기가 달라진다. 옛 동료들의 대화는 회사 소식으로 흐르고, 나는 조용히 웃으며 듣기만 한다. 한쪽 구석에 앉아 있다 돌아오는 날이 늘어난다.

그런 자리에서 쓸쓸함을 느꼈다면 내 가치가 줄어서가 아니다. 그 자리가 이제 내 자리가 아닐 뿐이다. 예전 직함을 확인하러 가는 자리라면 굳이 안 가도 된다. 정말 가까웠던 두세 사람만 챙기고, 나머지는 축하 문자 한 통으로 대신해도 서운해할 사람은 많지 않다.

1위. 의무로 가는 자리

직장에 다닐 때 경조사는 사회생활의 일부였다. 안 가면 일에 지장이 생길까 봐 비가 와도 갔다. 문제는 은퇴 후에도 그 습관이 그대로 남는다는 점이다. 이름도 가물가물한 사람의 청첩장에도 도리를 못 하는 사람이 될까 봐 봉투를 챙긴다.

한 번에 5만 원, 10만 원씩 나가는 돈은 일 년이면 적지 않다. 정약용 선생은 아들들에게 논밭 대신 부지런함과 검소함을 물려준다고 했다. 가진 게 적을수록 쓸 곳을 가려야 한다는 뜻이다. 몇 년째 연락 없던 사람에게 의무로 내는 봉투보다, 고마운 사람에게 건네는 봉투 하나가 훨씬 값지다. 한 해 경조사비를 미리 정해두면 고민도, 미안함도 줄어든다.

모든 자리를 끊으라는 말은 아니다. 오랜 벗이 부모를 잃었을 때처럼 가지 않으면 두고두고 마음에 걸릴 자리는 꼭 챙겨야 한다. 그런 자리에 쓸 힘과 돈을 남겨두려면, 의무로 가던 자리부터 하나씩 줄여나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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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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