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퇴하고 시간이 많아지면 뭔가 허전한 느낌이 계속 따라다닌다. 집을 더 넓게 쓰고 싶어 이사를 하거나 친구 모임에 자주 나가도 마음 한편이 텅 빈 것 같은 기분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그 허전함은 물리적인 공간이나 사람 수로 채워지지 않는다. 정작 필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있다.
3위. 가족과의 시간
가족이 곁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든든할 거라 생각하지만 막상 은퇴 후 하루 종일 집에 있으면 서로 부딪히는 일이 늘어난다. 배우자와 얼굴을 마주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말투 하나에도 예민해지고 자식이 자주 연락하지 않으면 섭섭한 마음이 쌓인다.
가족과의 시간은 양보다 질이 중요하다. 매일 붙어 있어도 각자 할 일 없이 무료하게 보내면 오히려 관계가 무거워질 수 있다. 일주일에 한두 번이라도 함께 산책하거나 밥을 먹으며 서로 얼굴을 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의도적으로 만들어두는 편이 낫다.
2위. 쓸 곳이 명확한 돈
노후자금을 모아두었어도 막상 쓸 곳이 명확하지 않으면 불안한 마음은 줄어들지 않는다. 통장 잔고가 있어도 언제 병원비가 들지 모르고 자식에게 도움을 줘야 할 일이 생길지 몰라 함부로 쓰지 못하게 된다.
돈은 있는 것만큼이나 어디에 쓸 것인지 미리 정해두는 게 중요하다. 생활비와 의료비, 여가비를 구분해두고 매달 일정 금액은 자신을 위해 쓰겠다고 정해두면 돈이 있어도 못 쓰는 답답함을 줄일 수 있다. 자식에게 줄 돈과 자신이 쓸 돈을 섞어두면 결국 자신의 몫은 계속 미루게 된다.
1위. 하루를 채우는 일과
가장 중요한 것은 아침에 일어나서 저녁까지 무엇을 하며 보낼지 정해진 흐름이 있느냐다. 은퇴 전에는 출근 시간과 업무가 하루를 채워줬지만 그것이 사라지면 시간이 많아도 할 일이 없어 오히려 무기력해진다.
거창한 취미나 목표가 아니어도 된다. 아침에 신문을 읽고 점심 전에 산책을 나가며 오후에는 도서관에 들르거나 집에서 정리할 것을 찾는 식으로 작은 일과를 만들어두면 하루가 흐트러지지 않는다. 매일 같은 시간에 같은 일을 반복하는 것이 지루해 보여도 실제로는 그 반복이 마음을 안정시킨다.
일과가 없으면 시간은 많아도 하루가 길게만 느껴지고 저녁이 되면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 같은 허탈함이 찾아온다. 누군가를 만나지 않아도 스스로 하루를 채울 수 있는 사람이 결국 노후를 단단하게 보낸다.
넓은 집과 많은 친구, 두둑한 통장도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 허전함이 채워지지는 않는다. 가족과 적당히 얼굴 보고 돈을 어디에 쓸지 정해두며 매일 반복할 일과를 만들어두는 것이 노후를 흔들리지 않게 지탱하는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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