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영화 베꼈다” 색깔론 확산… ‘암살자(들)’ 둘러싼 표절 의혹의 실체

1974년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다룬 허진호 감독의 영화 ‘암살자(들)’이 극장가에서 뜨거운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 제기된 “북한 선전 영화를 그대로 베꼈다”는 주장이 거센 진실 공방으로 번지고 있다. 탈북민 출신 유튜버의 문제 제기로 촉발된 이번 의혹에 대해 언론계와 전문가들은 터무니없는 비약이자 사안의 본질을 흐리는 색깔론이라고 일축했다.
논란의 발단은 탈북민 출신 유튜버 한송이가 자신의 채널 ‘한송이tv’를 통해 영화 관람 후기를 공개하면서 시작됐다.

그는 ‘암살자(들) 북한 영화 리메이크?!’라는 영상을 통해 “영화관에서 마지막 장면을 보고 ‘민족과 운명’과 완전 똑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북한에서 직접 ‘민족과 운명’을 봤기 때문에 정확히 평가할 수 있는데, 이는 명백한 역사 왜곡이며 극장에서 퇴출당해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북한의 대표적 다부작 예술영화인 ‘민족과 운명’ 속 묘사와 ‘암살자(들)’의 전개가 흡사하다는 그의 주장은 일부 보수 정치권과 온라인 커뮤니티로 빠르게 확산하며 작품을 둘러싼 이념 공방의 불씨가 됐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이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는 반박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유튜브 방송 ‘매불쇼’ 등에 출연해 사건 관련 취재를 이어온 봉지욱 기자는 표절 주장의 허구성을 조목조목 짚었다.
봉 기자는 북한 영화 ‘민족과 운명’에서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이 다뤄지는 비중에 주목했다. 1990년대 김정일의 지시로 제작된 총 70여 부작 규모의 북한 대형 선전물인 ‘민족과 운명’에서 해당 사건이 등장하는 분량은 1편 말미에 단 36초 남짓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북한의 ‘민족과 운명’은 박정희 전 대통령을 향해 ‘자기 처를 제물로 바친 살인 악마’라며 노골적이고 원색적인 비난을 퍼붓는 체제 선전 영상에 불과하다”며 “불과 36초짜리 북한 선전 화면을 두고 2시간에 달하는 장편 극영화가 이를 리메이크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전형적인 왜곡”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영화 ‘암살자(들)’의 핵심은 북한의 프로파간다를 답습한 것이 아니라, 한일 양국의 공식 수사 기록과 당시 일본 외무성의 극비 문건 등 객관적인 역사 사료를 바탕으로 사건 당일의 구조적 의문을 파헤친 점에 있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 역시 영화 ‘암살자(들)’이 다루는 쟁점들이 북한 영화에서 기인한 것이 아니라고 선을 긋는다. 1974년 8월 15일 국립극장에서 발생한 문세광 사건 당시 현장에서 수거된 탄환의 일련번호 불일치, 국립극장 2층에서 추가 총성이 들렸다는 목격자들의 진술, 경호 실패에 대한 미스터리는 사건 직후부터 반세기 동안 언론과 학계에서 꾸준히 제기되어 온 사안이다.
실제로 과거 SBS ‘그것이 알고 싶다’나 MBC ‘이제는 말할 수 있다’ 등 국내 지상파 탐사보도 프로그램에서도 일본 경시청 자료와 현장 검증 결과를 토대로 해당 의혹들을 심층적으로 다룬 바 있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공식 문서와 사료를 바탕으로 역사적 사건의 이면을 추적한 탐사보도적 성격의 작품을 두고, 단지 국가 권력의 개입 의혹을 다뤘다는 이유만으로 북한 영화 리메이크라는 꼬리표를 붙이는 것은 창작의 자유와 합리적 의문 제기를 가로막는 행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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