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성철의 사물함] ‘암살자(들)’, 사라진 탄환에 대해 얘기하는 것이 무엇이 잘못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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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살자(들)〉이 오늘 10월 6일 개막하는 부산국제영화제 관련 행사를 모두 취소했다. 배우와 관객이 만나는 프로그램인 ‘액터스 하우스’에 참여하기로 한 이민호 배우의 불참을 시작으로, 무대인사 역시 줄줄이 취소됐다. 해마다 부산국제영화제 기간 중 열리는 부일영화상 시상식에서 〈왕과 사는 남자〉의 유해진 배우가 남우주연상 후보이기에 참석 여부 역시 큰 관심사다. 추석 연휴 개봉한 한국영화 중 최고 흥행을 기록하며 현재 223만 명이 관람한 〈암살자(들)〉은, 하반기 개봉 한국영화 중 최고 흥행작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영화를 향한 일부 극우 커뮤니티의 무차별 별점/악플 테러로 인해 논란에 휩싸였다. 심지어 한 극우 단체가 주연배우 유해진 자택 앞에서 무려 한 달 동안 집회를 열겠다고 하여 심각한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이에 소속사인 VAST엔터테인먼트는 “소속 배우와 관련한 허위사실의 생성 및 유포, 악의적인 인신공격과 모욕은 물론, 배우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하거나 신변을 위협하고 명예를 훼손하는 일체의 행위를 엄중하게 보고 있다”며 “불법 행위로부터 소속 배우의 권익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 밝혔다.
이러한 상황 속, 국민의힘은 한술 더 떠 장동혁 대표가 충북 옥천군의 고 육영수 여사 생가를 방문할 예정이다. 그런데 장동혁 대표는 지난해, 특별한 근거도 제시하지 못한 채 4·3항쟁을 공산주의 폭동으로 묘사한 〈건국전쟁2〉(2025)를 관람한 바 있다. 영화진흥위원회는 ‘해당 영화가 특별한 근거도 제시하지 못한 채 지나치게 편향되어 있고 완성도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독립영화로 승인하지 않았다. 하지만 장동혁 대표는 그러한 〈건국전쟁2〉에 대해 “역사적 사실은 새 검증과 새 기록이 가능하다”고 밝힌 바 있다. 〈암살자(들)〉에는 왜 같은 기준을 적용하지 못하는지 궁금하지만, 이에 동조하는 주진우 의원 역시 네티즌들과의 대화 도중 배우 유해진을 향해 ‘북한상’이라는 인신공격성 댓글까지 남겼는데, 비판이 커진 뒤에도 발언을 철회하거나 사과하지 않았다. 심지어 자신의 발언에 대해 ‘표현의 자유’라 밝히며, 10월 21일 개막하는 싱가포르국제영화제에 〈암살자(들)〉의 개막작 상영을 재고해 달라는 서한까지 보내며 논란을 더 키우고 있다. 주진우 의원 역시 ‘표현의 자유’를 편의상 사용하는 것 같은데, 그렇다면 〈암살자(들)〉은 그들의 주장처럼 ‘박정희 전 대통령이 부인의 죽음에 관여한 것처럼 묘사해 역사적 사실을 왜곡’했다고 할 수 있을까.
1974년 8월 15일 ‘육영수 여사 저격 사건’은 오래전부터 영화화되길 바랐던 사건이다. 당시 사건 현장 영상을 보면 이상한 점이 한두 개가 아니었다. 저격범인 문세광이 총을 가지고 국가행사장에 들어간 것부터 납득하기 힘들고, 저격 이후에도 연설은 계속됐을뿐더러 총성 이후 육영수 여사를 보호하기 위해 앞으로 나서는 게 아니라 뒤로 가는 경호원까지 있었다. 그 모든 것들이 궁금한 사건이었다. 〈암살자(들)〉은 바로 그 장충동 국립극장에서 거행된 8.15 기념행사를 탁월하게 재연해낸다. 익히 알고 있는 사건 현장 영상의 관중석 시선이 아닌 객석에서 펼쳐졌을 법한 풍경을 꼼꼼하게 그려낸다. 특히, 문세광이 실수로 첫발을 자기 허벅지에 쏜 일, 그러니까 전세계 저격 사건 역사상(?) 가장 황당하기 이를 데 없는 모습까지 잘 담아내고 있다. 〈암살자(들)〉 제작 소식과 소재를 들었을 때, 과연 그 장면을 어떻게 묘사할지 정말 궁금했다. 그리고 경찰 철구(유해진)가 문태광(박정민)을 행사장 안으로 들여보낼 수밖에 없었던 사연, 그리고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고등학교 2학년생 장봉화양의 사연을 상상력으로 덧붙인 것도 좋았다. 이미 알고 있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극영화를 굳이 극장에 가서 보는 이유가 거기 있다.
〈암살자(들)〉을 둘러싼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2005년 3월 방영된 MBC ‘이제는 말할 수 있다’, ‘1부 중앙정보부는 문세광을 알았다’와 ‘2부 문세광을 이용하라’로 이뤄진 ‘육영수와 문세광’ 편을 유튜브로 보면 된다. 〈암살자(들)〉 역시 이 다큐멘터리에서 출발한 것으로 아는데, 이에 비하면 영화는 오히려 더 조심스럽게 접근했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세다. 물론 일본까지 가서 취재했을 정도로 팩트에 기반한 세기다. 당시 이 다큐멘터리가 방영됐을 때 굉장히 파장이 컸는데, 너무나도 취재와 인터뷰가 꼼꼼해서 당시 한나라당 국회의원 박근혜는 아무런 반박도 하지 못했다. 최근에는 극우들의 여론몰이에 힘입었는지 박근혜 측에서 친필편지를 공개했는데, 냉정하게 말해 그 편지는 사건의 실체와는 사실상 아무런 관계도 없다.
〈암살자(들)〉은 공개와 동시에 올리버 스톤 감독 〈JFK〉(1991)와 비교됐다. 영화에서 케빈 코스트너가 연기하는 검사 짐 개리슨 「JFK: 케네디 대통령 암살의 진상」여러 발의 총성의 미스터리, 그리고 부실 조사와 조작 발표 등 많은 면에서 전개 양상이 비슷하다. 1963년 12월 22일 텍사스주 달라스, 케네디 대통열의 컨버터블 리무진을 향해 세 발의 총탄이 날았다. 첫 총탄은 케네디(스티브 리드)를 명중시키고, 앞 좌석에 타고 있는 텍사스 주지사에게 명중하여 나갔다. 다른 한 발은 표적이 빗나가 길에 맞았고, 파편이 튀어 서 있던 사람의 뺨에 튀었다. 느리게 움직이고 있던 차가 나무판자 있는 곳에 왔을 때 또 한발의 강력한 총탄이 그의 머리에 명중했고, 대통령의 몸을 뒤로 밀어냈다. 그렇게 총격이 있은 지 2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24세의 백인 남자가 체포됐는데 해병대 출신의 하비 오스왈드(게리 올드먼)는 한때 소련에 망명한 적이 있으며, 그해 여름에는 카스트로지지 운동을 하기도 했었다. 23시간 동안 계속된 수사에서 오스왈드는 계속 “아무도 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일 뒤, 경찰서에서 호송되던 오스왈드는 TV로 중계되던 중 총에 맞아 사망했다. 그를 쏜 것은 잭 루비(브라이언 도일-머레이)라는 자로 스트립 쇼를 하는 술집 주인이었다. 그런데 잭 루비 역시 곧 감옥에서 의문사했다. 뒤이어 대통령이 된 존슨 대통령은 급히 이 사건을 수사하기 위한 진상조사 위원회를 열었는데, 그 모든 의문을 뒤로 하고 오스왈드의 단독범행이라 결론지었다.
두 영화는 문세광과 조총련의 관계, 범행을 부인하는 문세광의 모습, 그리고 급히 결론지어지며 사형이 집행되어, 사건의 전말을 알고 있을 법한 범인이 신속하게 제거되는 과정이 너무나도 닮았다. 물론 〈JFK〉 역시 개봉과 동시에 암살의 배후를 지목하게 되는 과정에 대한 비판이 있었고, 올리버 스톤 감독도 ‘실화’로 단정짓지 않았다. 수많은 의혹이 한 곳을 가리키고 있음에도, 문세광과 오스왈드 모두 죽은 자는 말이 없기에 선을 그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대신 그는 영화의 오프닝 자막으로 모든 것을 이야기했다. “저항해야 할 때 침묵하는 것은 비겁한 죄악이다.”(To Sin By Silence When We Should Protest Makes Cowards Out Of Men.)라는 엘라 휠러 윌콕스의 시 ‘항의’(Protest)의 첫 두 행이었다. 〈암살자(들)〉의 경찰 철구를 비롯해 두 기자 재환(박해일)과 영일(이민호) 모두 진실에 다가서기 위해 내내 품었던 마음 아닐까. 〈암살자(들)〉은 바로 그 마음과 태도가 중요하다고 말하는 영화다.
PS. 엘라 휠러 윌콕스의 시는 다른 한국영화에서도 접한 적 있다. 바로 박찬욱 감독 〈올드보이〉(2003)에서 액자에 쓰여있던 시 “웃어라, 세상이 너와 함께 웃을 것이다. 울어라, 너 혼자만 울 것이다.”(Laugh, and the world laughs with you. Weep, and you weep alone.)라고 ‘고독’(Solitude)이라는 시의 역시 첫 두 행을 쓴 시인이 바로 엘라 휠러 윌콕스의 시다.
영화 속 물건들에 대한 과도한 의미 부여 ‘주성철의 사물함’을 시작으로 떡상을 기대하는 배우 사용 설명서 ‘김지연의 보석함’, 내 마음을 움직인 영화음악 감상실 ‘추아영의 오르골’, 서브컬처 잡상인의 구매일지 ‘성찬얼의 만화책’까지 씨네플레이 기자들이 저마다의 취향과 시선으로 격주 연재를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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