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는 종종 상대에게 좋은 말을 건넵니다. 격려하고, 위로하고, 응원하지요. 하지만 그 말들이 상대의 가슴에 닿지 못하고 겉돌 때가 있습니다. 분명 좋은 뜻으로 한 말인데, 듣는 사람은 형식적이라 느끼거나 오히려 서운해합니다. 왜 우리의 진심은 제대로 전해지지 않는 걸까요.
평생 낮은 곳의 사람들과 함께했던 김수환 추기경은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머리에서 가슴까지가 세상에서 가장 먼 여행이다.” 아는 것과 느끼는 것, 생각과 실천 사이의 거리를 표현한 말이지요. 이 통찰은 우리가 말할 때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머리로만 만든 말은 상대의 머리까지만 가지만, 가슴에서 나온 말은 상대의 가슴에 닿습니다. 추기경의 가르침에 비추어 보면, 진심을 망치는 언어습관을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3위 – 경험 없이 조언부터 하는 습관
누군가 힘든 이야기를 꺼낼 때, 우리는 곧바로 해결책을 제시하곤 합니다. “그럴 땐 이렇게 해봐”, “너무 걱정하지 마” 같은 말들이지요. 하지만 정작 그 사람이 원하는 건 조언이 아니라 공감일 때가 많습니다.
특히 우리가 겪어보지 않은 일에 대해 쉽게 조언할 때, 그 말은 가벼워집니다. 육아의 고충을 토로하는 며느리에게 “요즘 애들은 편하게 키우잖아”라고 말하거나, 직장 스트레스를 이야기하는 자녀에게 “우리 때는 더했어”라고 응수하는 순간, 대화는 단절됩니다. 머리로는 위로한다고 생각했지만, 가슴에서 우러나온 말이 아니기에 상대의 마음에 닿지 못하는 것입니다.
진심을 전하고 싶다면, 조언보다 먼저 “그랬구나”, “힘들었겠다”라고 상대의 경험을 인정해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2위 – 내 이야기로 대화를 돌리는 습관
상대가 자신의 이야기를 할 때, 우리는 무의식중에 자신의 경험담을 꺼내놓곤 합니다. “나도 그런 적 있어. 그때 나는 말이야…” 하면서 화제를 자신에게로 가져오지요. 공감한다는 표시로 하는 말이지만, 듣는 사람은 자신의 이야기가 중단되었다고 느낍니다.
이런 습관은 특히 오랜 세월 리더 역할을 해온 중장년층에게서 자주 나타납니다. 자신의 경험이 풍부하다 보니, 그것을 나누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지요. 하지만 상대는 귀담아 듣기보다 ‘내 이야기는 별로 중요하지 않았나 보다’고 받아들이기 쉽습니다.
진심 어린 대화란 내가 얼마나 많이 아는지 보여주는 시간이 아닙니다. 상대의 말을 끝까지 듣고, “그래서 어떻게 됐어?” “그때 네 기분은 어땠어?”라고 물으며 상대의 이야기에 머무는 것입니다. 머리에 가득한 내 경험담을 내려놓고, 가슴으로 상대의 이야기를 받아들일 때 비로소 진심이 전해집니다.
1위 – 말과 행동이 따로 노는 습관
가장 진심을 망치는 습관은 바로 이것입니다. 입으로는 좋은 말을 하지만, 실제 행동은 다른 모습을 보이는 것이지요. “언제든지 연락해”, “힘들면 말해”라고 했지만, 정작 연락이 오면 바쁘다며 미루거나 귀찮아하는 표정을 짓습니다. “네 의견이 중요해”라고 말하면서도 자기 생각대로만 결정해버립니다.
김수환 추기경이 말한 ‘머리에서 가슴까지의 여행’은 바로 이 간극을 의미합니다. 머리로는 좋은 말을 만들어낼 수 있지만, 그것이 가슴을 거쳐 행동으로 나타나기까지는 긴 여정이 필요하지요.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을 때, 사람들은 우리의 말을 더 이상 진심으로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특히 가족 관계에서 이 습관은 치명적입니다. “건강 챙겨”라고 말하면서 끼니 챙겨주지 않고, “사랑한다”고 말하면서 시간을 함께 보내지 않는다면, 그 말들은 빈말이 됩니다. 진심은 말이 아니라 행동에서 증명되기 때문입니다.
진심을 전하는 일은 멋진 말솜씨가 필요한 게 아닙니다. 오늘 저녁,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에게 말을 건넬 때 잠시 멈춰보십시오. 지금 내가 하려는 말이 머리에서만 나온 것인지, 가슴에서 우러난 것인지 스스로에게 물어보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말을 했다면, 내일은 그 말에 걸맞은 작은 행동 하나를 실천해보십시오. 바쁘다는 말 대신 십 분이라도 곁에 앉아주고, 걱정한다는 말과 함께 따뜻한 차 한 잔을 내밀어보는 것입니다. 머리에서 가슴까지의 여행은 그렇게 한 걸음씩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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