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머니를 먼저 보내신 뒤 아버지는 말수가 부쩍 줄어드셨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매일 아침 같은 시간에 집을 나서 동네 공원으로 향하셨습니다.산책이겠거니 하고 지나쳤는데, 어느 날 우연히 그 벤치 앞을 지나가게 되었습니다. 아버지 옆자리에 놓인 물건을 보고 한동안 발걸음을 떼지 못했습니다.

매일 같은 시간 공원으로 향한 아버지
아버지는 비가 오는 날에도 우산을 챙겨 공원으로 나가셨습니다. 아침 아홉 시가 되면 어김없이 현관문 소리가 들렸습니다. 처음에는 운동을 하시려나 보다 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습니다. 하지만 돌아오시는 아버지의 얼굴은 늘 조용하고 차분했습니다. 무엇을 하시는지 여쭤봐도 그냥 바람 쐬러 간다고만 하셨습니다.

벤치 옆자리에 놓인 보온병
멀리서 본 아버지는 벤치 한쪽 끝에 앉아 계셨습니다. 그리고 비어 있는 옆자리에는 낡은 보온병과 종이컵 두 개가 놓여 있었습니다. 아버지는 컵 하나에 차를 따라 옆자리에 가만히 내려놓으셨습니다. 그 보온병은 어머니가 생전에 늘 들고 다니시던 것이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는 순간 목이 메어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아버지가 들려준 이야기
그날 저녁 조심스럽게 공원 이야기를 꺼내자 아버지는 잠시 말이 없으셨습니다. 그 벤치는 어머니와 매일 아침 산책을 마치고 쉬던 자리라고 하셨습니다. 어머니는 늘 차를 두 잔 따라 하나를 아버지께 건네셨다고 합니다. 이제는 아버지가 그 차를 대신 따라 드리는 것이라고 담담하게 말씀하셨습니다. 그 말을 듣고 아버지의 하루가 얼마나 외로웠을지 처음으로 헤아리게 되었습니다.

부모님의 일상 속에는 자식이 미처 알지 못하는 그리움이 숨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말없이 반복되는 습관 하나에도 깊은 마음이 담겨 있을 수 있습니다.이번 주말에는 부모님의 산책길에 한번 동행해 보시면 어떨까요. 함께 걷는 그 시간이 부모님께는 무엇보다 큰 위로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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