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생일에는 자식들에게 아무것도 필요 없다고 미리 말해 두었습니다. 그런데 생일날 저녁 아들이 낡은 앨범 한 권을 들고 찾아왔습니다.오래전 이사하면서 잃어버린 줄 알았던 가족 앨범이었습니다. 한 장 한 장 넘기다 마지막 장에서 그만 손이 멈추고 말았습니다.

아들이 들고 온 낡은 앨범
아들은 쑥스러운 듯 앨범을 식탁 위에 내려놓았습니다. 창고를 정리하다가 우연히 찾았다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습니다. 표지는 바래고 모서리는 닳아 있었지만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젊은 시절의 우리 부부와 어린 아이들이 그 안에 그대로 있었습니다. 사진을 넘길 때마다 잊고 지낸 시간들이 하나씩 되살아났습니다.

사진 속에 남은 젊은 날
앨범 속에는 첫 집으로 이사하던 날의 사진이 있었습니다. 아들의 첫 돌잔치와 입학식 사진도 차례대로 꽂혀 있었습니다. 사진 속 나는 지금의 아들보다 훨씬 어린 얼굴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 시절에는 먹고사느라 바빠 웃을 여유도 없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사진 속에서는 온 가족이 환하게 웃고 있었습니다.

마지막 장에 적힌 한 줄
마지막 장에는 사진 대신 아들이 직접 쓴 짧은 글이 붙어 있었습니다. 아버지가 버텨 준 덕분에 우리가 이렇게 웃을 수 있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 문장을 읽는 순간 그동안의 고생이 한꺼번에 떠올랐습니다. 아들은 말로 하기 쑥스러워 글로 남겼다며 고개를 돌렸습니다. 그날의 생일은 평생 받은 어떤 선물보다 값진 날로 기억에 남았습니다.

부모가 살아온 시간은 자식의 기억 속에 생각보다 깊이 남아 있습니다. 힘들었던 날들도 자식에게는 감사한 시간으로 기억되는 경우가 많습니다.이번 주말에는 오래된 가족사진을 꺼내 함께 넘겨 보시면 어떨까요. 사진 속 웃음이 지금의 가족을 더 단단하게 이어 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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