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혼생활이 길어질수록 배우자에 대해 모든 걸 안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함께 산 세월만큼 상대의 성격도, 습관도, 생각도 다 파악했다고 여기지요. 하지만 정작 배우자가 힘들어할 때, 우리는 그 마음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하고 “그럴 리 없어” 혹은 “이해가 안 돼”라는 말만 되풀이하곤 합니다.
생전 많은 이들에게 사랑의 실천을 강조했던 김수환 추기경은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머리에서 가슴까지가 세상에서 가장 먼 여행이다.” 안다는 것과 느낀다는 것, 이해한다는 것과 공감한다는 것 사이의 거리를 표현한 말입니다. 결혼생활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배우자를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가슴으로 느끼지 못할 때 우리는 가장 가까운 사람과 가장 먼 거리에 놓이게 됩니다.
4위 – 상대가 옳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 태도
부부싸움 후 배우자의 말이 맞다는 걸 머리로는 압니다. 하지만 그것을 인정하고 말로 표현하는 일은 쉽지 않지요. 자존심이 걸리고, 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 때문입니다.
머리에서 가슴으로 가는 여행이 멀다는 것은, 안다고 해서 자동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배우자가 옳다는 것을 알면서도 인정하지 않으면, 그 거리는 점점 더 멀어집니다. 인정은 패배가 아니라 관계를 지키는 용기입니다.
3위 – 배우자의 아픔을 분석으로 대하는 자세
배우자가 힘들어할 때 우리는 종종 해결책을 제시합니다. “그건 이렇게 하면 돼” “너무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거 아냐”라며 머리로 분석하고 조언하지요. 상대의 감정을 이해했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그 마음을 느끼려 하지는 않습니다.
김수환 추기경이 말한 먼 여행은 바로 이 지점을 가리킵니다. 배우자의 아픔을 이해하는 것과 함께 아파하는 것은 다릅니다. 분석은 거리를 만들지만, 공감은 거리를 좁힙니다. 해법보다 먼저 필요한 것은 “힘들겠구나”라는 한마디입니다.
2위 – 사랑한다고 말만 하고 행동하지 않는 습관
“사랑해”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하면서도 정작 배우자가 필요로 하는 것은 외면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기념일을 챙겨달라는 작은 바람,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소망을 머리로는 알지만 실천으로 옮기지 않지요.
머리에서 가슴까지의 거리는 말과 행동 사이의 간극이기도 합니다. 사랑을 안다고 해서 사랑하는 것이 아닙니다. 사랑은 아는 것이 아니라 하는 것입니다. 작은 실천 하나가 천 마디 말보다 배우자의 가슴에 닿습니다.
1위 – 배우자를 개념으로만 이해하고 사람으로 느끼지 않는 것
결혼생활이 익숙해지면 배우자를 하나의 역할로만 보게 됩니다. ‘아내’ ‘남편’이라는 개념, ‘집안일 하는 사람’ ‘돈 버는 사람’이라는 틀 안에 가두지요. 그 사람이 어떤 꿈을 품고 있는지, 지금 무엇이 두려운지, 어떤 외로움을 느끼는지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
김수환 추기경이 말한 가장 먼 여행의 핵심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배우자를 머리로 정의하는 순간, 가슴으로 만날 수 없습니다. 상대를 개념이 아닌 살아있는 한 사람으로 느낄 때, 비로소 진짜 가까워집니다. 옆에 있어도 멀게 느껴진다면, 우리가 배우자를 역할로만 보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볼 일입니다.
오늘 저녁, 배우자에게 한 가지만 물어보면 어떨까요. “요즘 마음이 어때?”라고요. 답을 듣고 조언하려 들지 말고, 그저 들어주십시오. 머리에서 가슴으로 가는 여행은 질문 하나에서 시작됩니다. 이해하려는 노력보다 느끼려는 마음이 먼저일 때, 우리는 비로소 가장 가까운 사람과 진짜 가까워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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