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 할 정도로 이름은 중요하다. 흥행에 중요한 각종 대중매체의 제목도 비슷하다. 단번에 기억돼야, 오래 기억돼야 하면서도 작품을 정확히 담아내야 사람들에게 오래도록 인기를 얻기 좋다. 그런데 의도치 않게 두 개의 이름을 얻은 시리즈들이 있으니, 이번에 신작을 공개한 두 작품을 포함해 국내외 이름이 다르게 통용되는 작품을 살펴보자.
먼작귀 = 치이카와

근래 한국 극장가는 해마다 ‘의외의 애니메이션 흥행작’이 나오곤 했는데, 2026년은 〈극장판 치이카와: 인어 섬의 비밀〉에 그 타이틀이 주어질 듯하다. 9월 30일 개봉한 후 일주일 만에 74만 관객을 돌파하면서 “귀여움이 세상을 구한다”는 21세기 명언을 다시금 상기시켰다. 〈극장판 치이카와: 인어 섬의 비밀〉은 동명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 작품인데, 아이러니하게도 국내에선 ‘동명의 만화‘가 존재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만화를 정발할 당시, 「먼작귀」라고 로컬라이징한 제목으로 발간했기 때문이다.
「먼작귀」는 ‘먼가 작고 귀여운 녀석‘의 줄임말이다. 제목에다가 구어체에 줄임말이 되냐 싶겠지만 의외로 이 제목은 원어 제목을 제대로 옮긴 사례로 꼽힌다. 원작 ‘치이카와’ 역시 뭔가 작고 귀여운 녀석으로 난카 치이사쿠테 카와이이 야츠(何か小さくてかわいいやつ)라는 발음에서 치이카와라고 줄였던 것이기 때문. 사실상 원작 그대로 번역해서 옮겼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원작은 주인공 이름과 작품명이 같은 이포님머스이지만 국내판은 제목과 주인공이 일치하지 않아 아쉽다는 반응도 있다.
그러다 국내에서 인기가 높아지고, 결과적으로 작품 자체보다 캐릭터들의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이제는 ‘치이카와’라는 원어 제목을 주로 사용하고 있다. 이번 극장판뿐만 아니라 근래 열었던 팝업스토어나 상설 매장 역시 ‘먼작귀‘가 아닌 ’치이카와’라는 명칭을 적극적으로 밀고 있으니, 이제는 원작 만화를 부를 때를 제외하면 대부분은 치이카와라고 표기하고 있다.
레지던트 이블 = 바이오하자드
레지던트 이블과 바이오하자드, 이중 어느 쪽이 익숙한가? 이 질문이면 답변자가 ‘영덕’인지 ‘겜덕’인지 판별이 가능하다. 지난 9월 17일 개봉한 〈레지던트 이블: 0번째 밤〉은 그간 진행한 ‘레지던트 이블’ 실사 시리즈의 리부트 작품이다. 한국인들에게 익숙한 〈레지던트 이블〉은 2002년 개봉해 2016년까지 총 6편의 영화로 완결됐다. 밀라 요보비치가 주인공인 당시 시리즈는 ‘원작과 완전히 딴판이다’라는 비판을 들으면서도 액션을 극한으로 밀어붙이며 인기를 얻었고, 완결 이후 2021년 〈레지던트 이블: 라쿤시티〉로 원작에 보다 가까운 내용으로 실사화됐다. 그리고 그 작품이 미적지근한 결과를 남기자 원작 실사화와 오리지널 스토리 어딘가의 〈레지던트 이블: 0번째 밤〉라는 작품으로 이어지게 된 셈이다.
그런데 아마도, 시리즈의 원작이 궁금했지만 꼼꼼하게 파고들지 않았다면 이 ’레지던트 이블’이 도대체 무슨 작품인가 싶을 수 있다. 왜냐하면 국내엔 이런 제목의 작품이 없으니까. 사실 ’레지던트 이블’의 원작명은 ‘바이오하자드’다. 게임 개발사 캡콤의 대표 시리즈 ‘바이오하자드’는 1996년 발매된 후 지금까지 총 9편의 본편과 4편의 리메이크, 10여 종의 스핀오프로 구성된 초인기 장수 시리즈다. 그럼에도 이 ‘바이오하자드’가 할리우드에서 ’레지던트 이블’이 된 이유는 상표권 때문이다. ‘바이오하자드’가 미국에서 발매할 당시 동명의 밴드가 상표 등록을 해둔 상태였고, 때문에 ‘레지던트 이블’이란 새로운 이름으로 전 세계 발매하면서 시리즈 전체가 해당 제목으로 불리게 됐다. 한국은 일본과 가까운 데다 ‘바이오하자드’라는 상표가 따로 없었기에 그대로 발매됐고, 그래서 보통 게임으로 입문한 사람은 ‘바이오하자드’라는 이름이 더 익숙하다. 반대로 영화만 봤거나 영화로 유입된 사람들에겐 ’레지던트 이블’이 훨씬 친숙하게 됐다.
주토피아 = 주트로폴리스
상표권에 패배(?)한 건 캡콤만이 아니다. 이 상표권으로 제목이 갈린 사례가 최근에도 있었는데, 바로 디즈니 애니메이션 〈주토피아〉다. 해당 제목은 동물원을 뜻하는 Zoo와 실존하지 않는 이상향을 뜻하는 Utopia를 결합해 동물들이 하나의 사회를 이룬 문명이란 설정을 간결하게 담아냈다. 그리고 개봉 이후 전 세계적인 히트를 거두며 이 단어가 하나의 고유명사로 자리매김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주토피아는 세계 공용 단어가 되지 못했는데, 바로 몇몇 국가에서 이 단어가 상표 등록돼있어 전혀 다른 제목으로 개봉해야 했기 때문. 영국을 중심으로 ‘주토피아’를 사용할 수 없는 유럽 지역 국가에서 해당 애니메이션은 ‘주트로폴리스’(Zootropolis)라는 제목이 되었다. 원제와 비슷하게 Zoo와 대도시를 뜻하는 Metropolis를 결합시킨 단어다. 주토피아란 이름이 존재하지 않는 사회화된 동물들의 문명을 단적으로 담았다면, 대도시 주토피아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이 중심이란 점에선 주트로폴리스란 제목도 꽤 적절해보인다. 혹시라도 유럽권에서 〈주토피아〉를 찾게 된다면, 꼭 〈주트포폴리스〉로 찾아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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