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젊을 때는 비슷해 보이던 사람들도 50대를 넘기면 얼굴이 조금씩 달라진다. 누구는 늘 미간이 찌푸려져 있고, 누구는 볼 때마다 표정이 편안하다. 사는 형편이 크게 다르지 않은데도 분위기가 확연히 갈린다. 사람들은 그 차이를 두고 팔자가 폈다, 팔자가 사납다고 말한다. 마치 타고난 운처럼 여긴다.

그런데 가만히 들여다보면 팔자를 가른 건 돈이나 운이 아닌 경우가 많다. 하루를 어떻게 보내는지, 무엇을 붙잡고 무엇을 놓는지가 몇 년 쌓여 얼굴에 드러난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같은 하루를 보내도 누구는 가벼워지고 누구는 무거워진다. 50대 이후 팔자가 피는 사람들은 매일 무엇을 다르게 하고 있을까?

1. 스스로 할 일을 직접 계획한다
퇴직을 하거나 자식들이 독립하고 나면 하루가 갑자기 텅 빈다. 출근할 곳도, 챙겨야 할 도시락도 없다. 할 일이 없으니 텔레비전 앞에서 하루를 보내거나 누가 불러주기만 기다리게 된다. 자식에게 전화가 안 오면 서운하고, 모임이 없으면 괜히 우울하다. 남이 정해주던 하루가 사라지자 내 하루까지 사라진 셈이다. 그렇게 몇 달을 보내고 나면 몸도 마음도 눈에 띄게 처진다.
팔자가 피는 사람은 하루를 스스로 짠다. 아침에는 동네 한 바퀴를 걷고, 오전에는 문화센터에서 서예를 배우고, 오후에는 도서관 봉사를 간다. 거창한 계획이 아니라 달력에 내가 할 일을 직접 적어두는 것이다. 이번 달에 배울 것 하나, 만날 사람 하나, 가볼 곳 하나 정도면 충분하다. 할 일이 정해져 있으면 남의 연락을 기다리며 시간을 버리지 않는다. 오늘 내가 무엇을 할지 내가 정하는 사람의 얼굴에는 조급함이 없다.

2. 내 뜻대로 안 되는 일은 내려놓는다
나이가 들어도 자식이 내가 바라는 대로 살아주길 바라는 마음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결혼은 언제 하는지, 왜 그 직장을 그만뒀는지, 손주는 왜 그렇게 키우는지 하나하나 마음에 걸린다. 배우자의 오래된 습관도 여전히 거슬린다. 말해도 바뀌지 않으니 같은 잔소리가 반복되고 집 안 공기가 무거워진다. 내 뜻대로 안 되는 일이 많을수록 화낼 일도 늘어난다. 세상 돌아가는 방식까지 못마땅해지면 하루 종일 불평이 입에 붙는다.
팔자가 피는 사람은 바꿀 수 없는 것과 바꿀 수 있는 것을 구분한다. 다 큰 자식의 선택은 자식 몫으로 남겨두고, 배우자의 습관은 그 사람의 일로 인정한다. 그 대신 내가 할 수 있는 일에만 기운을 쓴다. 자식에게 잔소리하는 대신 내 건강을 챙기고, 배우자를 고치려는 대신 내 말투를 다듬는다. 놓아준다고 사랑까지 놓는 것은 아니다. 붙잡으려는 손을 펴는 순간 화낼 일이 눈에 띄게 줄어들고 마음에 여유가 생긴다.

3. 과거의 일을 내려놓는다
나이가 들면 지나간 일을 되새기는 시간이 늘어난다. 회사에서 잘나가던 시절, 동네에서 알아주던 시절을 떠올리면 지금의 내가 초라해 보인다. 그때 그 사람이 나한테 왜 그랬는지, 그때 내가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도 자꾸 곱씹게 된다. 대화를 하다 보면 어느새 옛날 이야기와 원망이 절반을 차지한다. 지나간 일에 붙잡혀 있는 동안 오늘은 그냥 흘러간다. 듣는 사람도 같은 이야기에 지쳐 슬그머니 자리를 피한다.
팔자가 피는 사람은 지나간 일을 지나간 대로 둔다. 예전 직함 대신 지금 내 이름으로 불리는 걸 편하게 받아들인다. 오래된 서운함도 오늘 하루만큼은 떠올리지 않기로 마음먹는다. 원망을 붙잡고 있으면 상처를 준 사람이 아니라 내가 계속 아프다. 과거를 내려놓은 빈자리에 오늘의 즐거움이 들어올 틈이 생긴다.

팔자는 타고나는 게 아니라 매일 쥐고 놓는 것들이 쌓여서 만들어진다. 하루를 내가 정하고, 바꿀 수 없는 것을 놓고, 지나간 일을 보내주면 된다. 손을 펴야 새로운 것을 쥘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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