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 5년. 단편만화 「룩 백」이 일본을 넘어 전 세계를 사로잡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후지모토 타츠키 작가가 2021년 공개한 단편 만화「룩 백」은 만화를 그리는 후지노 아유무와 그림 실력이 빼어난 등교 거부 동급생 쿄모토가 만나면서 생기는 일을 다뤘다. 공개 직후 그해 ‘이 만화가 대단하다!’ 남성편 1위를 받는 등 극찬을 받은 「룩 백」은 오시야마 키요타카 감독과 스튜디오 두리안의 손에서 애니메이션으로 재탄생해 2024년 전 세계를 사로잡았다. 그리고 그 「룩 백」에 매료된 또 한 사람이 있었다. 현재 일본영화계를 대표하는 감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다. ‘이건 하지 않을 수 없다’는 마음으로 상찬 받은 작품을 다시금 스크린으로 이끌어낸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룩백〉을 9월 28일 언론배급시사회에서 만난 후기로 전한다.
〈룩백〉이 제작된다고 전해졌을 때, 기존 팬들이 가장 의문을 가졌던 부분이 “장편이 될 수 있을까”였다. 원작이 한 권짜리 단편 만화인데다 2024년 애니메이션 역시 1시간이 채 안됐다. 이후 공개된 〈룩백〉의 러닝타임은 100분으로, 애니메이션과 비교해도 약 40분이 늘었다. 다만 그렇다고 〈룩백〉이 기존 작품과 많은 부분에서 차이가 나는 것은 아니다. 후지노와 쿄모토가 만나 만화를 그리게 되고, 두 사람의 사이가 변화하는 과정은 거의 그대로라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이렇게 러닝타임이 확연하게 다른 것은 애니메이션과 실사영화의 템포 차이, 그리고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섬세한 묘사들 때문이다.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룩백〉을 각색하면서 몇 가지 변화를 주었다. 이중 세세하지만 크게 다가오는 차이라면 후지노의 주변 환경이 좀 더 풍부해졌다는 것이다. 예컨대 선생님과 주고받는 대사가 좀 더 추가됐다던가, 원래 언니의 대사와 가끔 풍경처럼 그려졌던 후지노의 부모님이 더 자주 등장한다던가 하는 것이다. 의도에 따라, 혹은 작가 개인의 작업량 조율을 위해 생략됐던 주변인과의 모습이 좀 더 자주 그려지면서 〈룩백〉의 세계는 한층 더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그 점에서 특히 공들인 부분은 영화의 배경이 되는 아키타현을 최대한 자세하게 담아낸 것이다.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룩백〉을 원작자 후지모토 타츠키의 고향이자 만화의 배경으로 삼은 도호쿠 지방 아키타현(秋田県)에서 촬영했다. 그것도 거의 1년이란 시간을 꼬박 들였다.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2026년 신작으로 〈상자 속의 양〉과 〈룩백〉을 선보였는데, 이건 그가 촬영을 빨리 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룩백〉을 촬영하는 데 1년을 보내면서 생긴 공교로운 결과인 셈이다. 그렇게 1년이란 세월을 아키타현에서 보낸 건, 〈룩백〉에서 후지노와 쿄모토가 보내는 세월을 담아내고자 의도한 것이다. 더불어 주변 자연 환경 속에서 변화하고 성장하는 두 사람의 모습을 한층 더 아름답게 포착한다. 장담컨대 〈룩백〉의 호불호는 갈릴 수 있어도 이 영화 속 아키타현의 풍광만은 모든 사람에게 감탄을 자아낼 것이다.
기존 작품보다 주변 환경을 세세하게 담은 〈룩백〉은 이 작품의 중요한 소재 ‘만화’에도 공을 들인다. 두 주연 배우 나츠키 데구치와 마키타 아쥬는 촬영 전 실제로 만화를 그려보는 훈련을 거쳤고, 영화에서 두 인물은 이전 작품에서보다 더 세세하게 작업에 대한 대화를 나눈다. 아마도 어린 시절 한 번쯤 만화가를 꿈꿨던(그것도 태블릿 이전 시대에) 중장년층이라면 이 영화를 보며 그 시절 향수가 떠오를지 모르겠다. 그래서 영화는 자연 풍광의 비주얼만큼 작은 방 안에서 종이 위에서 펜촉이 와닿는 소리, 잉크를 머금은 펜이 밑그림선을 따라 움직이는 소리, 각종 도구들이 작가의 손에서 바쁘게 움직이는 소리 등 각종 환경음을 ASMR급으로 포착한다. 오죽했으면 음악감독 반도 유타 역시 영화 OST에 해당 사운드들을 수록했으니, 이런 환경음조차 〈룩백〉의 정서를 보강하며 관객들에게 존재감을 남긴다.
다만 이렇게 세세한 묘사가 더해졌음에도 〈룩백〉이 기존 작품들보다 뛰어나다고 확신하긴 어렵다. 이는 매체적 특성에 기인하는데, 생략과 강조 등이 보다 손쉽고 용인되는 만화·애니메이션과 달리 영화는 어쨌든 실재하는 것을 담아낸다. 그래서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과장된 카메라워크나 연출을 덜어내고 작품이 갖는 정서에 좀 더 천착하는데, 이게 기존 작품들을 알고 있는 팬들에겐 다소 심심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특히 클라이맥스에선 기본틀은 동일하나 연출이 완전히 달라져 기존 작품의 실사화로 접근하는 관객에겐 아쉬울 수 있겠다. 반대로 ‘고레에다 히로카즈표 룩백’을 기대한 관객에게도 원작과 거의 동일한 수준의 각색이 밋밋하게 느껴질 수 있겠다.
그럼에도 원작의 정서를 존중하며 스크린에 재현한 〈룩백〉은 아키타현의 전경과 자연스럽게 화면에 녹아들게 하는 사운드, 네 주연 배우의 앙상블 등으로 특유의 아름다움을 관객들에게 전하고자 한다. 〈룩백〉은 오는 10월 8일 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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