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구나 하루를 마감하며 후회와 원망을 떠올린다. 오늘 나를 무시한 동료, 내 말을 듣지 않는 배우자, 기대를 저버린 자식, 혹은 제대로 해내지 못한 나 자신. 잠자리에 들면서 이런 생각들을 되풀이하다 보면 어느새 원망은 단단한 덩어리로 굳어진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오은영 박사는 『오은영의 화해』에서 “매일 잠들기 전 나를 용서하세요”라고 말했다. 이 문장은 원망의 핵심이 타인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 있음을 암시한다. 우리가 밤마다 반복하는 몇 가지 습관이 원망을 키운다. 그의 통찰에 비추어 보면 세 가지로 정리된다.
3위 – 오늘의 실수를 반복 재생하기
잠들기 전 많은 사람이 오늘 저지른 실수를 곱씹는다. 회의에서 한 말, 아이에게 화낸 순간, 제때 처리하지 못한 일. 이런 장면들을 마음속에서 되감고 또 되감으면서 스스로를 질책한다.
오은영 박사의 말처럼 자신을 용서하지 않으면 그 실수는 원망의 씨앗이 된다. 처음에는 나를 향한 원망으로 시작하지만, 점차 상황을 만든 다른 사람, 환경, 운명으로 번져나간다. 실수를 인정하되 반복 재생하지 않는 것이 원망을 멈추는 첫 단계다.
2위 – 상대의 잘못을 증거처럼 모으기
밤이 되면 유독 선명해지는 기억이 있다. 배우자가 내 말을 무시한 순간, 상사가 나만 편애하지 않은 장면, 친구가 약속을 어긴 날들. 이 기억들을 마치 법정 증거처럼 차곡차곡 쌓아둔다.
이 습관은 관계를 원망의 저울 위에 올려놓는 행위다. 상대의 잘못을 세는 동안 나는 피해자가 되고, 상대는 영원한 채무자가 된다. 오은영 박사가 강조한 용서는 상대를 위한 것이 아니라 이 저울에서 내려오기 위한 것이다. 증거를 모으는 밤을 보낼수록 원망은 두터워진다.
1위 – 내일도 오늘과 같을 거라 단정하기
원망을 가장 단단하게 만드는 건 미래에 대한 체념이다. 잠들기 전 많은 사람이 생각한다. ‘내일도 똑같겠지. 저 사람은 변하지 않아. 나도 달라질 수 없어.’ 이 단정은 원망을 고착시킨다.
오늘을 용서한다는 건 내일의 가능성을 열어두는 일이다. 오은영 박사의 조언은 단순히 관대해지라는 뜻이 아니다. 오늘의 나와 상대를 내일까지 그대로 연장하지 말라는 뜻이다. 밤마다 미래를 닫아버리는 습관이 원망을 영속화한다.
오늘 밤 잠들기 전, 종이 한 장에 오늘 용서할 것 하나만 적어보자. ‘회의 중 실언한 나’ 혹은 ‘약속 시간에 늦은 남편’ 같은 짧은 문장이면 충분하다. 적고 나면 그 종이를 접어 서랍에 넣거나 찢어 버린다. 용서는 거창한 선언이 아니라 이런 작은 마침표에서 시작된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