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40년 동안 한 번도 설거지를 안 했는데..” 어느 날 싱크대 앞에 서 있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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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후 40년 동안 남편은 손에 물 한 방울 묻히지 않고 살아온 사람이었다.
퇴근 후에는 늘 소파에 누워 텔레비전만 보던 남편이 어느 날 갑자기 싱크대 앞에 멍하니 서 있었다.
나는 고무장갑을 끼고 어설프게 접시를 문지르는 남편의 뒷모습을 보며 낯선 충격을 받았다.

남편은 내가 다가가자 놀란 듯 손을 멈추고 주방 세제 용기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무슨 일이 있느냐고 묻는 내 질문에 남편은 그저 그릇이 많아 보여서 시작했을 뿐이라고 무뚝뚝하게 답했다.
평소 고집스럽고 무심하던 남편의 입에서 나온 그 짧은 대답은 왠지 모르게 어색하게 느껴졌다.

식탁 위에는 며칠 전 내가 병원에서 받아온 손관절 염증 진단서가 슬며시 놓여 있었다.
식사 후 무심코 던져둔 진단서를 남편이 혼자 낮에 읽어보았던 모양이었다.
손가락이 붓고 아파 밤마다 잠을 설치던 나를 위해 남편은 나름대로 마음의 빚을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서툴게 거품을 내며 그릇을 헹구는 남편의 등 뒤로 은은한 주방 불빛이 넓게 비쳤다.
40년 세월 동안 표현 한 번 제대로 못 했던 남편의 무거운 미안함이 그 뒷모습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나는 남편의 옆으로 살그머니 다가가 그릇을 닦아낼 건조대 위치를 조용히 알려주었다.

남편이 뽀득뽀득 소리가 나도록 깨끗이 씻어낸 접시를 가지런히 얹어놓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평생 무뚝뚝하게만 살았던 남편의 묵직한 변화는 거창한 말 대신 싱크대 앞의 거친 손길로 찾아왔다.
나는 남편이 건넨 따뜻한 찻잔을 나누어 쥐며 그동안 쌓였던 서운함을 조용히 내려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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