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랜 친구와 통화를 끊고 나면 왠지 모를 불편함이 남을 때가 있다. 분명 즐겁게 이야기했는데, 마음 한편에 찝찝함이 가시지 않는다. 문제는 상대가 무엇 때문에 불편했는지 나는 알아차리지 못한다는 데 있다. 친구 사이에도 조금씩 쌓이는 말의 상처들이 있다.
소통 전문가이자 강연가인 김창옥은 “말을 잘하는 사람보다 잘 듣는 사람이 더 매력적이다”라고 말했다. 화려한 말솜씨보다 귀 기울이는 자세가 관계를 지킨다는 뜻이다. 그의 가르침에 비추어 보면, 친구를 멀어지게 만드는 것은 말의 부족함이 아니라 듣지 않으려는 태도에서 비롯된 몇 가지 습관들이다.
3위 – 조언으로 대화 끊기
친구가 고민을 털어놓으면 곧바로 해결책을 내놓는 사람이 있다. “그건 이렇게 하면 돼”, “내가 겪어봐서 아는데” 같은 말로 대화를 매듭짓는다. 친절한 의도이지만, 상대는 해법이 아니라 공감을 원했을 수 있다.
조언은 상대의 이야기를 다 듣고 난 뒤에도 늦지 않다. 먼저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친구는 위로받는다. 성급한 조언은 오히려 “네 말은 이제 그만 들어도 충분해”라는 신호로 전달된다. 친구는 말을 멈추지만, 속마음까지 닫아버린다.
2위 – 자기 이야기로 화제 돌리기
친구가 요즘 힘든 일을 이야기하는데, 듣다가 “나도 예전에 비슷한 일 있었어”라며 자기 경험담을 펼치는 경우가 있다. 공감의 표현이라고 생각하지만, 대화의 주인공이 바뀌는 순간이다. 친구는 자신의 이야기가 중단됐다고 느낀다.
진짜 듣기는 상대의 이야기 안에 머무르는 것이다. “그래서 어떻게 됐어?”, “그때 기분이 어땠어?”처럼 상대의 이야기를 더 깊이 끌어내는 질문이 필요하다. 자기 경험을 나누고 싶다면, 상대의 이야기가 충분히 끝난 뒤에 해도 늦지 않다.
말 잘하는 사람은 자기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낸다. 하지만 잘 듣는 사람은 상대의 이야기를 끝까지 소중히 다룬다. 후자가 오래 기억되는 친구다.
1위 – 평가하며 듣기
친구의 말에 “그건 네가 잘못한 거야”, “그 정도는 별로 힘든 일도 아닌데” 같은 반응을 보이는 사람이 있다. 옳고 그름을 가르거나 상대의 감정을 재단한다. 친구는 판사가 아니라 동료를 원했는데, 판결문을 받는 기분이 든다.
평가는 들음을 멈추게 만든다. 상대가 말하는 동안 머릿속으로 이미 결론을 내리고 있다면, 그것은 듣는 척일 뿐 진짜 듣기가 아니다. 친구는 그 미묘한 차이를 감지한다. 자신의 이야기가 존중받지 못한다고 느낀 사람은 점점 말을 아끼게 된다.
듣는다는 것은 상대의 세계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일이다. 동의하지 않더라도, 그 사람의 입장에서 이해하려는 노력이 관계를 지킨다. “네 마음 충분히 이해해”라는 한마디가 평가보다 친구를 더 가깝게 만든다.
오늘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최근 어떻게 지내는지 물어보되, 상대가 말하는 동안 조언이나 평가를 하지 않고 끝까지 들어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통화를 끊기 전 “이야기 들려줘서 고마워”라는 말 한마디를 덧붙이면, 그것이 친구를 지키는 가장 작지만 확실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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