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수 청소 전문가 박제이미 씨가 들어가는 집에는 한 사람의 죽음과 그 뒤에 남겨진 삶의 흔적이 함께 놓여 있다. 여름철 고독사 현장에서는 현관부터 심한 악취가 났고, 운동기구 주변에는 시신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젊은 남성이 극단적 선택을 한 현장에서는 심하게 부패한 흔적을 마주하며 충격과 트라우마를 겪기도 했다. 그가 청소하는 곳은 오염된 공간이지만, 그곳에서 오랫동안 바라보게 되는 것은 도움을 청하지 못한 고립과 끝내 쓰이지 못한 내일이다.
쓰이지 못한 물건이 보여 주는 것
박제이미 씨는 고인이 다음 날을 위해 준비해 둔 물건이 그대로 남은 현장을 보았다. 그는 “본인이 이제 내일을 위해서 준비를 해 놨는데 그런 거를 쓰지 못하고 돌아가신 걸 보면 좀 마음이 아프죠”라고 말했다. 물건은 주인이 내일도 살아갈 것이라는 전제 아래 마련된다.

그래서 뜯지 않은 새 물건과 정리되지 않은 짐은 단순한 폐기물이 아니라 갑자기 멈춰 선 계획의 흔적이 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이 늘려 가는 일이 아니라, 지금 가진 것을 실제로 쓰고 감당할 수 있을 만큼만 남기는 일이다. 미뤄 둔 연락과 마음의 표현도 언젠가 쓸 물건처럼 쌓아 두어서는 안 된다.
혼자 견디는 시간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기
극단적 선택이 남은 현장을 정리하면서 박제이미 씨는 죽음의 원인을 단정하지 않았다. 다만 “힘들면 힘들다고 얘기를 하지 왜 이렇게 혼자 참았을까 그런 생각도 들기는 합니다”라고 말했다. 이 말은 누군가에게 털어놓으면 문제가 곧 해결된다는 낙관이 아니다.
견디기 어려운 상태를 혼자 숨기는 시간이 길어지지 않도록 경계하자는 의미에 가깝다. 실제로 그는 현장 경험을 거치며 혼자 살지 말고 친구들을 만나며 소통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버티는 힘만 기르기보다 힘들다고 말할 사람과 통로를 평소에 남겨 두는 일이 삶을 지키는 현실적인 준비다.
기억을 없애지 않고 다루는 방법
죽음의 흔적은 청소가 끝났다고 모두 사라지지 않는다. 박제이미 씨는 오래 기억에 남는 현장이 떠오르면 마음속으로 기도하고 운동하며 땀을 흘린다. 그러면서 “그러면 그냥 생각날 때마다 그냥 마음속으로 기도하고, 그리고 저는 운동 좀 하고 그래서 땀 흘리고 이러면서 좀 잊으려고 해요”라고 말했다.
그는 기억이 없었던 것처럼 꾸미지 않고, 자신이 할 수 있는 행동으로 그 무게를 다룬다. 고통스러운 기억을 붙잡고 계속 의미를 캐내는 것만이 책임은 아니다. 기억을 인정한 뒤 몸을 움직이고 일상으로 돌아오는 것도 자신을 소진시키지 않기 위한 태도다.
주인이 숨진 집에서 고양이가 사료 봉지를 뜯어 먹고 싱크대 물을 마시며 한 달을 버틴 사례는, 한 사람의 부재가 주변 생명에 어떤 시간을 남기는지 보여 준다. 유가족이 결혼사진은 버려 달라고 하면서 장롱 속 물건은 찾아 달라고 했던 현장도 남겨진 관계가 언제나 한 방향으로 정리되지 않음을 드러낸다.
박제이미 씨의 경험이 건네는 메시지는 죽음을 두려워하라는 것이 아니다. 살아 있는 동안 짐을 줄이고, 안부를 주고받으며, 힘들다는 말을 건넬 관계를 미루지 말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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