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혼은 법적 관계만 끝내는 게 아니다. 함께 나누던 공간, 시간, 그리고 사람들까지 한꺼번에 사라지는 경험이다. 많은 이들이 이혼 후 홀로 남겨진 듯한 공허함을 느끼는 이유다. 특히 중년 이후의 이혼은 새로운 관계를 만들기보다 기존 관계마저 멀어지는 경우가 많다.
숭실사이버대 교수이자 노년상담가인 이호선 교수는 『이호선의 나이 들수록』에서 “나이 들수록 모든 걸 줄여도 관계만큼은 줄이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말은 이혼이라는 큰 변화 이후에 더욱 절실해진다. 삶이 축소되는 시기에 관계마저 잃으면 회복은 더 어려워진다. 그렇다면 이혼 후 어떤 관계를 지켜야 할까. 그의 가르침에 비추어 정리해본다.
3위 – 직장 동료
이혼 후 많은 사람이 직장에서도 움츠러든다. 개인사를 들킬까 봐, 동정 어린 시선이 부담스러워 점심도 혼자 먹고 회식도 피한다. 하지만 직장 동료는 하루 중 가장 오랜 시간 함께하는 사람들이다.
이들과의 관계를 끊는다는 건 일상의 대부분을 고립 속에서 보낸다는 뜻이다. 굳이 속마음을 털어놓을 필요는 없다. 그저 점심을 함께하고, 업무 후 가벼운 차 한 잔을 나누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일상의 연결이 주는 안정감은 생각보다 크다.
2위 – 오랜 친구
이혼 후 연락이 뜸해지는 사람 중 상당수가 오랜 친구들이다. 부부 동반 모임에 혼자 가기 민망해서, 혹은 자신의 실패를 숨기고 싶어서 먼저 연락을 끊는다. 하지만 진짜 친구는 결혼 여부와 상관없이 당신을 봐왔던 사람들이다.
이들은 당신의 과거를 알고, 현재를 이해하며, 미래도 함께 걸을 수 있는 존재다. 이혼이라는 변화 속에서 변하지 않는 관계의 가치는 더 커진다. 먼저 연락하기 부담스럽다면 짧은 메시지 하나라도 보내볼 일이다. 대부분의 오랜 친구는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담담하게 받아들인다.
1위 – 자녀
이혼 후 가장 지켜야 할 관계는 자녀다. 이는 법적 의무를 넘어선 문제다. 많은 부모가 이혼 후 자녀를 만나는 일을 ‘양육권’이나 ‘면접교섭권’이라는 틀 안에서만 생각한다. 만나야 할 날짜를 지키는 것으로 의무를 다했다고 여긴다.
하지만 자녀는 부모의 이혼으로 이미 큰 상처를 입었다. 이때 필요한 건 정해진 날짜의 만남이 아니라 지속적인 관심이다. 전화 한 통, 메시지 한 줄이라도 꾸준히 이어가는 게 중요하다. 자녀가 부모의 존재를 일상에서 느낄 수 있어야 한다.
특히 나이 든 부모일수록 자녀와의 관계가 더 절실해진다. 이호선 교수가 강조한 것처럼 모든 것이 줄어드는 노년에 관계는 생명줄과 같다. 자녀와의 연결이 끊어지면 노년의 고립은 더욱 깊어진다.
오늘 당장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자녀에게 전화를 걸어보는 것이다. 거창한 말은 필요 없다. “잘 지내니”, “밥은 먹었니” 같은 평범한 안부면 충분하다. 관계는 특별한 순간보다 이런 일상의 반복 속에서 유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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