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년이 되면 친구를 만나는 일이 조심스러워진다. 누군가는 사업이 번창했고, 누군가는 자녀가 좋은 대학에 갔고, 누군가는 건강이 나빠졌다. 같은 나이를 먹었어도 삶의 좌표는 제각각이다. 그래서 옛 친구를 만날 때면 무심코 자신의 성취를 늘어놓거나, 반대로 지나치게 비굴해지기도 한다.
세계적인 축구선수 손흥민의 아버지이자 지도자인 손웅정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겸손하라. 네게 주어진 모든 것들은 다 너의 것이 아니다.” 자녀 교육에 대한 조언이었지만, 이 말은 친구 관계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지금 내가 가진 것이 온전히 내 능력만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라면, 그것을 친구 앞에서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돌아보게 만든다.
3위 – 운을 실력인 양 말하기
친구 모임에서 누군가 자신의 성공담을 늘어놓을 때가 있다. 회사가 성장한 이야기, 투자가 맞아떨어진 과정, 자녀가 좋은 결과를 얻은 경위 등이다. 문제는 그 과정에 작용한 운과 타인의 도움을 지우고, 오직 자신의 판단과 노력만 부각시킬 때다.
손웅정 감독의 말처럼 우리에게 주어진 것은 순전히 우리 것이 아니다. 좋은 시기에 시작한 사업, 마침 오른 부동산, 건강하게 자라준 자녀, 이 모든 것에는 시대적 배경과 주변의 도움이 있었다. 그것을 인정하지 않고 마치 자신만의 혜안으로 이룬 것처럼 말하는 순간, 친구는 조용히 거리를 둔다. 그 자리에서는 웃으며 듣지만, 다음 모임부터는 핑계를 댄다.
2위 – 처지가 달라졌다고 태도를 바꾸기
오랜만에 만난 친구의 태도가 예전과 다를 때가 있다. 전에는 격의 없이 농담을 주고받던 사이였는데, 어느 순간부터 미묘한 위계가 생긴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겼거나 사회적 지위가 올라간 쪽이 무의식적으로 주도권을 쥐려 한다.
“네게 주어진 모든 것들은 다 너의 것이 아니다”라는 말을 곱씹어보면, 지금의 처지가 영원하지 않다는 뜻이기도 하다. 오늘 내가 위에 있다고 해서 그것이 내 본질은 아니다. 친구는 그 본질을 알고 지내온 사람이다. 서른 살 때 함께 라면을 끓여 먹던 그 사람과, 오십 살이 된 지금의 나는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다. 처지가 바뀌었다고 태도까지 바꾸는 순간, 친구는 더 이상 친구가 아니라 불편한 관계가 된다.
1위 – 받은 것을 잊고 준 것만 기억하기
친구 사이를 가장 빠르게 망치는 태도는 자신이 베푼 것은 선명하게 기억하면서, 받은 것은 쉽게 잊는 것이다. 예전에 돈을 빌려준 일, 소개해준 일, 도와준 일은 또렷하지만, 친구가 내게 해준 작은 배려들은 당연하게 여긴다.
손웅정 감독의 말대로 우리에게 주어진 것은 다 우리 것이 아니다. 친구 관계도 마찬가지다. 지금 이 우정이 유지되는 것은 내가 잘해서만은 아니다. 친구가 내 서툰 농담을 웃어주고, 갑작스러운 연락에 응해주고, 변한 모습을 못 본 척해준 덕분이다. 그런데 자신이 준 것만 세는 사람은 친구에게서 점점 멀어진다. 친구도 같은 방식으로 세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오늘 저녁, 오랜 친구에게 짧은 메시지 하나를 보내보면 어떨까. “그때 네가 도와줘서 지금의 내가 있다”거나 “네 덕분에 그 고비를 넘겼어” 같은 문장이면 충분하다. 받은 것을 기억하고 입 밖으로 꺼내는 일, 그것이 우정을 지키는 가장 구체적인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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