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고 난 뒤 묘하게 기분이 나빠진 경험이 있다. 상대는 아무렇지 않은 듯 웃으며 헤어졌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불편함이 남았다. 돌이켜보면 그가 던진 특정한 말들이 작은 바늘처럼 꽂혀 있었다.
소통 전문가이자 강연가인 김창옥은 “말을 잘하는 사람보다 잘 듣는 사람이 더 매력적이다”라고 말했다. 그의 이 통찰은 우리가 흔히 착각하는 지점을 짚는다. 많은 이들이 말을 유창하게 하는 능력을 소통의 핵심으로 여기지만, 정작 관계를 망치는 것도 바로 그 말이다. 그의 가르침에 비추어 보면, 우리가 입 밖에 내지 말아야 할 말들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4위 – 충고로 포장한 비난
“너를 위해서 하는 말인데”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말들이 있다. 상대의 단점을 지적하거나 행동을 교정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말하는 사람은 선의라고 믿지만, 듣는 사람은 자신이 부족하다는 메시지만 받는다.
이런 말은 대개 상대가 요청하지 않은 순간에 나온다. 상대의 이야기를 충분히 듣지 않은 채, 자신의 판단과 기준을 앞세운다. 충고는 상대를 돕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상대의 현재 상태를 부정하는 폭력이 될 수 있다.
3위 – 자기 경험으로 덮는 말
“나도 그런 적 있는데 말이야”라며 상대의 이야기를 가로채는 말이 있다. 상대가 힘든 상황을 털어놓으면, 자신의 과거 경험을 꺼내 그 위를 덮어버린다. 공감하려는 시도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대화의 주인공을 바꾸는 행위다.
이야기를 듣다가 자신의 이야기로 전환하는 순간, 상대는 더 이상 말할 공간을 잃는다. 듣는다는 것은 상대의 경험에 머무르는 일인데, 자기 이야기로 옮겨가면 그 머무름이 깨진다. 상대는 자신의 감정을 온전히 표현하지 못한 채 대화를 마무리하게 된다.
2위 – 상대의 감정을 판단하는 말
“그 정도 가지고 왜 그래” 혹은 “너무 예민한 거 아니야”라는 말이 있다. 상대가 표현한 감정에 대해 과하다거나 잘못됐다는 평가를 내린다. 이 말을 듣는 순간, 상대는 자신의 감정마저 의심하게 된다.
감정은 옳고 그름의 영역이 아니다. 누군가 슬프다고 말할 때, 그 슬픔의 적정선을 타인이 재단할 수 없다. 그런데도 우리는 자주 상대의 감정에 점수를 매긴다. 상대를 진정으로 듣는다는 것은 그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일에서 시작한다.
1위 – 끝까지 듣지 않고 결론 내리는 말
“그래서 결론이 뭔데”라거나 “그건 이렇게 하면 되잖아”라며 상대의 말을 중간에 끊고 답을 제시하는 말이 있다. 효율을 추구하는 사회에서 우리는 빠른 해결을 미덕으로 여긴다. 하지만 대화에서 속도는 때로 폭력이 된다.
상대는 대부분 해결책을 원해서 말을 꺼내지 않는다. 자신의 이야기를 누군가 들어주기를, 그 과정에서 스스로 생각을 정리하기를 바란다. 그런데 듣는 이가 성급하게 결론을 제시하면, 상대는 자신의 말이 불필요했다고 느낀다. 말을 끝까지 듣지 않는다는 것은 상대의 존재를 끝까지 존중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김창옥의 말대로 진짜 소통은 말하기가 아니라 듣기에서 완성된다. 오늘 저녁, 가까운 사람과 대화할 때 단 한 번이라도 상대의 말을 끝까지 듣고 아무 반응도 덧붙이지 않는 연습을 해보면 어떨까. 상대가 마침표를 찍을 때까지 기다리는 그 짧은 침묵 속에서, 관계는 조금씩 단단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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