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는 종종 상대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자신의 방식을 강요한다. 이것이 좋다고, 이렇게 해야 한다고, 내 경험으로는 이것이 정답이라고 말하면서 정작 상대가 무엇을 원하는지는 묻지 않는다. 배려라는 이름 아래 일방적인 호의를 베풀고, 상대가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섭섭해한다.
조선 4대 임금 세종대왕은 훈민정음 서문에 이렇게 적었다. “사람마다 쉽게 익혀 날마다 쓰기에 편안하게 하고자 할 따름이다.” 백성들이 글을 배우지 못해 억울한 일을 당하는 것을 안타까워한 그는, 자신이 아는 한자를 가르치려 하지 않았다. 대신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는 새로운 문자를 만들었다. 진정한 배려는 상대의 눈높이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보여준 말이다.
4위 – 상대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
관계에서 가장 흔한 불통은 서로 다른 언어를 쓸 때 생긴다. 나는 논리적으로 설명하는데 상대는 감정적 공감을 원하고, 나는 구체적 해결책을 제시하는데 상대는 그저 들어주기를 바란다. 세종이 한자 대신 훈민정음을 만든 이유는 간단하다. 아무리 훌륭한 지식도 상대가 받아들일 수 없으면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중장년이 되면 경험이 쌓이고 나름의 철학이 생긴다. 그것은 분명 가치 있는 것이지만, 그대로 전달하려 할 때 문제가 생긴다. 자녀에게, 후배에게, 친구에게 좋은 말을 건네지만 상대는 잔소리로 받아들인다. 내용이 틀려서가 아니라 상대가 받아들일 수 있는 방식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진정한 배려는 내가 하고 싶은 말이 아니라 상대가 들을 수 있는 말을 찾는 데서 시작된다.
3위 – 상대의 형편을 먼저 살피는 것
세종은 백성들이 한자를 배우기 어려운 현실을 직시했다. 농사짓고 장사하느라 바쁜 사람들에게 수년간 한문을 공부하라고 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하루아침에 익힐 수 있는 문자를 고안했다. 상대의 처지를 이해하지 못하면 아무리 좋은 것도 부담이 된다.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요즘 바쁜 자녀에게 자주 연락하라고 다그치거나, 형편이 어려운 친구에게 비싼 모임을 제안하거나, 몸이 불편한 이에게 멀리 나오라고 하는 것은 배려가 아니다. 좋은 의도라도 상대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으면 오히려 미안함과 부담을 안긴다. 세종의 가르침에 비추어 보면, 진정한 배려는 상대가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편안하게 받을 수 있는 것을 주는 일이다.
2위 – 일방적 선의가 아닌 쌍방향 소통
훈민정음은 세종 혼자 만든 것이 아니다. 집현전 학자들과 함께 연구하고, 실제 백성들이 쓸 수 있는지 끊임없이 시험했다. 주는 사람의 만족이 아니라 받는 사람의 편의를 최우선으로 삼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배려는 일방통행이 아니라 상대의 반응을 살피는 과정이다.
우리는 때로 자기만족적 친절을 베푼다. 상대가 원하지 않는데도 음식을 계속 권하고, 필요 없다는데도 물건을 사주고, 거절하는데도 도움을 강요한다. 그리고 상대가 고마워하지 않으면 서운해한다. 하지만 세종의 태도를 돌아보면, 진정한 배려는 내가 주고 싶은 것이 아니라 상대가 필요로 하는 것을 주는 일이다. 그것을 알기 위해서는 말하기 전에 먼저 들어야 한다.
1위 – 상대가 스스로 할 수 있게 돕는 것
세종이 백성들에게 물고기를 준 것이 아니라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친 것처럼, 훈민정음은 도구였다. 백성들이 스스로 글을 읽고 쓸 수 있게 함으로써 의존이 아닌 자립을 가능하게 했다. 진정한 배려의 최종 목표는 상대를 나에게 의존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스스로 서게 돕는 것이다.
중장년의 관계에서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이 바로 이것이다. 자녀를 위한답시고 모든 것을 대신해주거나, 친구를 돕는답시고 계속 문제를 해결해주면 상대는 성장할 기회를 잃는다. 진정한 배려는 당장의 불편을 없애주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스스로 불편을 해결할 힘을 키우도록 옆에서 지켜보는 것이다. 세종의 정신에 비추어 보면, 가장 큰 사랑은 상대를 독립적인 존재로 존중하는 일이다.
오늘 당신이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해주기 전에, 먼저 한 가지만 물어보라. “이것이 정말 당신에게 편한 방법인가요?” 그 질문 하나가 일방적 호의를 진정한 배려로 바꾼다. 상대의 대답을 듣고, 그에 맞춰 조금 불편하더라도 방식을 바꿔보라. 그것이 세종이 보여준 배려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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