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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 만에 돌아온 아들을 반길 수 없는 엄마… AI 시대의 ‘인간적’ 미스터리 ‘실낙원’ 후기&말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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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낙원〉 포스터

〈실낙원〉 포스터

한국영화계의 원동력이라 불러도 손색없는, 다채로운 장르와 다작을 담당하고 있는 연상호 감독이 신작 〈실낙원〉으로 돌아왔다. 제51회 토론토국제영화제,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로 각국의 관객을 만난 〈실낙원〉은 10월 12일 언론배급시사회를 열어 그 모습을 공개했다. 〈실낙원〉은 유괴 사건으로 아들 선우를 잃은 류소영(김현주)의 이야기다. 당시 여러 아이들이 납치돼 사체로 발견된 충격적인 사건 이후 AI 업체 ‘트랜스휴먼 ’은 피해자들을 인격화한 ‘낙원의 아이들’이란 프로그램을 유족들에게 제공한다. 그렇게 일순간에 선우를 잃고 삶의 의욕을 상실한 소영은 간신히 정신을 붙잡게 된다. 그렇게 9년이 지난 후, 주변 사람들의 말처럼 실종 상태인 선우를 이제 마음에 묻어두려는 소영 앞에 진짜 아들 선우(배현성)가 나타난다.

〈실낙원〉
〈실낙원〉

그동안 다양한 장르적 소재를 아우른 연상호 감독은 AI 시대에 걸맞은 소재로 이야기를 써 내려갔다. 사랑했던 그 모습 그대로 영원히 내 곁을 지켜주는 AI 아들과 9년 만에 돌아와 너무나도 낯설기만 한 진짜 아들. 그 자체로도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는데, 소영은 선우의 이상 행동을 목격하며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소영의 고민은 현재 AI 시대를 살고 있는 관객 모두 한 번쯤 생각해 볼 만한 질문을 남긴다. 과연 나와는 다른 시간을 보내온 사람을, 내가 기억하고 있는 그 사람과 같다고 할 수 있을까? 설령 같다고 하더라도, 이렇게 달라져버린 아이를 혈육이란 이유만으로 품어줄 수 있을까?

영화 '실낙원' [CJ ENM·와우포인트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실낙원〉

(왼쪽부터) 〈실낙원〉 류소영(김현주), 류선우(배현성)

연상호 감독은 〈얼굴〉(2025)처럼 최대한 예산을 줄이고 동료들과 합심하여 〈실낙원〉의 세계를 꾸려낸다. 이야기의 범주를 정확하게 정해둠으로써, 그리고 이전 작품처럼 손발이 잘 맞는 팀을 꾸림으로써 적확하게 영화 속 현실을 구현한다. 또한 김현주와 배현성을 비롯한 배우들의 앙상블이 프레임을 더욱 풍성하게 채운다. 배현성이 미심쩍은 선우의 모습을 보일 때면 김현주가 그 모습에 흔들리는 소영을 완벽하게 보여주며 시너지를 발휘한다. 클라이맥스에 치달을 때는 채민주 음악감독의 스코어가 긴장감을 한껏 북돋는다. 전반적으로 아귀가 잘 맞아떨어지는, 안정적인 모양새다.

〈실낙원〉
〈실낙원〉

다만 영화를 이끄는 미스터리가 힘을 받지 못한다. 우직하게 밀고 나가며 속도가 붙어야 할 이야기에 여러 일화들이 더해지며 호흡을 흐트러뜨린다. 가상의 AI 아들, 돌아온 실제 아들, 이 구도를 강조하기 위한 대사들이 작위적으로 남발되며 영화가 생기를 잃는다는 느낌까지 든다. 소재가 좋았지만 그 동력은 보는 사람에 따라 천차만별일 것이다. 특히 비슷한 환경으로 만들었던 〈얼굴〉을 떠올리면 〈실낙원〉의 무게감이 다소 아쉽다.

〈실낙원〉 기자간담회 연상호 감독 (출처=CJ ENM)
〈실낙원〉 기자간담회 연상호 감독 (출처=CJ ENM)

“어머니를 안심시키고자 한글만 알면 누구나 하는 것이라고 했더니 다음 해에 3편 쓰셨다”

– 연상호 감독

이번 〈실낙원〉의 원안은 다름 아닌 연상호 감독의 어머니다. 연상호 감독은 “명절에 애들을 데리고 본가에 가면 어머니가 늘 ‘글 쓰는 게 쉬운 게 아닌데’ 하면서 걱정하셨다. 그래서 안심시켜드리려고 ‘한글만 알면 누구나 쓸 수 있는 거야’ 했더니 다음 해 갔을 때 연습장에 쓴 글을 보여주셨다”며 “그 기묘한 정서라고 해야 할까, 그게 마음을 끌었다. 세 페이지에 거쳐 써져있는 그 심리를 알고 싶다 생각하며 대본 작업에 임했다”고 어머니의 글이 〈실낙원〉으로 거듭난 경위를 밝혔다. 그는 또 “(어머니께서) 세 편을 쓰셨는데 그중 이거 한 편만 샀다”고 덧붙여 웃음을 자아냈다.

〈실낙원〉 기자간담회 배우 김현주 (출처=CJ ENM)
〈실낙원〉 기자간담회 배우 김현주 (출처=CJ ENM)

“짧은 촬영 기간, 오히려 집중해서 즐겁게 촬영했다”

– 김현주

류소영 역을 맡은 김현주는 작중 소영이 겪는 혼란과 딜레마에 대한 질문에 “촬영 기간이 짧아서 (나 자신은) 그런 것을 느낄 겨를이 없었다”고 대답했다. 그는 “촬영 기간이 길었고, 중간에 시간이 있었다면 정신적인 피해가 있었을 수도 있었다”면서 “그랬다면 이번 촬영처럼 즐겁게 촬영하지 못했을 거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작중 소영이 겪는 많은 감정들에 대해 “류소영이란 인물이 가진 키워드를 가지고 시나리오를 보면 그 감정이 보이는 것이라 그걸 표현했다고 할 수 있다”라며 “다만 류소영의 감정을 따라가는 영화라서 진정성 있게 감정적인 연기를 해야지 하는 마음은 있었다”고 설명했다.

〈실낙원〉 기자간담회 배우 배현성 (출처=CJ ENM)
〈실낙원〉 기자간담회 배우 배현성 (출처=CJ ENM)

“엄마가 느낄 묘한 공기를 만들고자 느릿한 움직임을 하려고 했다”

– 배현성

〈실낙원〉으로 영화 첫 주연을 맡은 배현성은 엄마 류소영 역 김현주와의 호흡을 특히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는 대사가 적고 영화 막바지에서야 속내를 보이는 선우 역을 위해 “선우의 싸한 눈빛, 내가 나타날 때마다 엄마가 느끼는 그런 차갑고 묘한 공기를 만들려고 행동이나 걸음걸이를 느리게 하려고 많이 했다”면서 “그렇게 느리게 하면서 엄마의 주의를 끌려는 마음으로 했다”고 선우의 심리를 표현하고자 신경 쓴 부분을 언급했다. 또 “엄마와 감정적인 장면이 많았는데, 선우는 말이 많지 않아서 엄마가 하는 말과 눈빛을 잘 받아서 리액션을 하려고 했다”고 호흡을 맞춰갔다고 덧붙였다.

〈실낙원〉 기자간담회 (왼쪽부터) 배우 배현성, 김현주, 연상호 감독 (출처=CJ ENM)
〈실낙원〉 기자간담회 (왼쪽부터) 배우 배현성, 김현주, 연상호 감독 (출처=CJ ENM)

“구교환, 의상까지 가져와서 엑스트라 자처”

– 연상호 감독

이번 〈실낙원〉엔 숨은 조력자들이 많은데, 먼저 〈군체〉에서 연상호 감독과 함께 한 신현빈은 극중 다큐멘터리의 내레이션을 맡았다. 연 감독은 “〈군체〉 ADR(후시녹음)을 할 때였나, 신현빈 배우가 왔을 때 살짝 물어봤”다면서 신현빈이 참여하게 된 이유를 밝혔다. 연 감독은 또 “〈얼굴〉에서 배경에 걸린 사진으로 등장한 구교환 배우가 이번에도 등장했다. 이번엔 본격적으로 출연하고 싶다면서 의상을 챙겨와 엑스트라로 출연했다. 순식간에 지나가서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다”라고 귀띔했다. 이를 들은 김현주가 “(구교환은) 쫑파티도 왔다”고 덧붙이며 구교환의 독특한 열의에 웃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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