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위가 장모님만 오면 아이를 데리고 나가길래..” 손녀에게 들은 한마디에 멈췄다
Google 검색에서 뷰어스 기사를 더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친정어머니가 우리 집에 방문할 때마다 남편은 서둘러 딸아이를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장모와의 자리가 불편해서 일부러 자리를 피하는 줄 알고 남편에게 서운한 마음이 깊어졌다.
어느 주말에도 남편이 어김없이 아이 손을 잡고 나가자 나는 서운함을 참지 못하고 뒤를 쫓았다.

아파트 놀이터 그늘에 앉아 있던 딸아이에게 다가가 아빠가 왜 매번 나가자고 하는지 물었다.
딸아이는 “할머니가 자꾸 같은 말을 하셔서 부끄러워할까 봐 아빠가 피해주자고 했어”라고 말했다.
예상치 못한 아이의 한마디에 나는 놀라움과 함께 순간적으로 발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최근 들어 친정어머니가 기억을 놓치고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는 초기 치매 증상을 보였다.
남편은 장모님이 자신의 변화를 자각하고 자존심 상해할까 봐 자연스러운 외출을 핑계 대왔다.
어머니가 스스로 상처받지 않도록 배려했던 남편의 깊은 속내를 비로소 깨닫게 됐다.

오해로 가득했던 마음이 미안함으로 바뀌며 나는 멀리서 빵을 사 오던 남편을 바라보았다.
남편은 장모님이 좋아하시는 단팥빵을 손에 쥐고 딸아이와 환하게 웃으며 걸어오고 있었다.
가족을 위해 묵묵히 고군분투하던 남편의 진심을 확인하자 목이 메어왔다.

나는 집으로 돌아와 빵 봉지를 꺼내는 남편의 손을 따뜻하게 잡으며 고마움을 전했다.
어머니는 사위가 사 온 빵을 맛있게 드시며 아이처럼 밝은 미소를 지어 보이셨다.
남편의 세심한 배려 덕분에 우리 가족은 어머니의 기억이 희미해지는 시간을 온기로 채워가고 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