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대의 천재 소녀’인가 허위 스펙인가… 한동훈 딸 ‘스펙 의혹’ 재수사 불씨 지펴지나

MBC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 ‘조승원의 뉴스하이킥 12일 방송에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딸 한 모 씨를 둘러싼 학업·스펙 의혹과 과거 경찰 수사의 맹점을 집중 조명하며 파장이 일고 있다. 이날 방송에는 진행자인 조승원 앵커와 패널로 출연한 시사인(시사IN) 김동인 기자가 출연해 그간 불거졌던 각종 의혹의 실체를 조목조목 짚어냈다.
대담은 고등학생 신분으로 작성했다고 믿기 어려운 방대한 분야의 전문 학술 논문과 출판물,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외주 개발 의혹, 허위 수상 이력 논란 등을 구체적으로 분석했다. 두 패널은 “진짜 본인이 다 해낸 것이라면 한국이 낳은 희대의 천재이고, 그렇지 않다면 대입을 위한 조직적 허위 스펙 쌓기”라며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갔다. 최근 국정감사 등에서 경찰청장 직무대행이 과거 부실 수사를 일부 인정하고 재수사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의혹이 다시금 정국의 뇌관으로 부상하는 모양새다.
방송 대담과 관련 언론 보도에 따르면, 한 씨는 고등학교 1~2학년이던 2021년 하반기에만 해외 학술지에 총 6편의 영어 논문을 등록했다. 단독 저자로 이름을 올린 논문들의 주제는 일반 고교생의 학업 범위를 아득히 뛰어넘는다.

주요 논문 제목만 살펴보아도 ‘의료 분야의 머신러닝: 헬스케어 개선을 위한 고급 컴퓨팅 기법 적용’, ‘국가 부채가 중요한가: 경제 이론에 기반한 분석’, ‘미국 혐오범죄법: 현대화와 시장에 미친 영향’, ‘코로나19 공급과 수요: 팬데믹 이후 세계에 미친 영향 분석’, ‘팬데믹이 사회적 불평등에 미치는 영향: 파키스탄 사례 연구’, ‘분쟁 후 환경에서의 교육 및 의료 개혁: 코소보 사례 연구’ 등 보건, 컴퓨터공학, 거시경제학, 미국 법학, 국제정치학에 이른다.
더욱이 이 방대한 연구물 중 3편은 2021년 11월에, 2편은 12월에 연달아 등록된 것으로 나타나 집필 속도 자체에 강한 의구심이 제기됐다.
논란의 핵심은 대필 정황이었다. 언론의 추적 취재 결과, 논문 문서 파일의 속성(작성자 명의)에 ‘Benson(벤슨)’이라는 이름이 확인됐으며, 그는 케냐 출신의 전문 대필 작가로 밝혀졌다. 해당 작가는 언론 인터뷰에서 자신이 대가를 받고 작성한 것이 맞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아울러 해당 논문들이 게재된 곳은 엄격한 동료 평가(피어 리뷰) 없이 돈만 내면 글을 실어주는 이른바 ‘약탈적 학술지(Predatory Journal)’로 확인됐다. 학계에서 퇴출 대상인 학술지에 연구 실적을 올렸다가 논란이 일자 해당 논문들이 슬그머니 삭제된 점 역시 의혹을 짙게 만들었다.
학술 논문뿐만 아니라 전자책 출판 활동 역시 도마 위에 올랐다. 한 씨는 2020년부터 2021년 사이 아마존(Amazon) 등을 통해 10여 권의 영어 전자책을 출판했다.
특히 2021년 11월 한 달 동안에만 ‘기하학’, ‘기초 미적분학’, ‘세포 주기와 유사 분열’ 등을 주제로 한 전문 서적 4권을 동시 출간했다. 그러나 이 중 일부 서적은 이미 해외에 공개된 무료 오픈 소스 자료나 웹사이트의 학습 내용을 그대로 짜깁기해 0.99달러 등에 판매했다는 저작권 침해 의혹이 제기됐다.
당시 경찰은 저작권법 위반 혐의에 대해 원저작권자의 직접 고소가 없다는 이유 등으로 ‘공소권 없음’ 처분을 내렸으나, 이후 아마존 플랫폼에서 해당 도서들이 전량 삭제되며 논란의 불씨는 사그라지지 않았다.
IT 분야의 화려한 스펙 역시 외주 제작 정황이 드러나 충격을 안겼다. 한 씨는 시청각 장애인을 위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했다며 미국의 권위 있는 앱 제작 대회인 ‘테크노베이션(Technovation)’에 출품해 준결승까지 진출했다.

그러나 2022년 언론 보도를 통해 국내 프리랜서 마켓 플랫폼 ‘크몽’을 통해 소프트웨어 전문 개발자에게 200만 원을 지급하고 앱 개발을 의뢰한 사실이 폭로됐다. 해당 개발자는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신원을 알 수 없는 중년 여성으로부터 ‘조카의 방학 숙제’라는 명목으로 의뢰받아 프로그램을 직접 만들어 넘겼다”고 털어놓았다.
당시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대회 주최 측(미국 본부)에 원본 소스코드 제출을 요청했으나 회신을 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제3자의 대리 제작 여부를 최종 확인할 수 없다며 무혐의 결론을 내렸다. 이에 대해 조승원 앵커는 “외주를 맡겼던 국내 프리랜서 사이트(크몽)나 계좌 거래 내역만 압수수색했어도 전모가 드러났을 것”이라며 경찰의 소극적 수사를 강하게 비판했다.
대외 활동과 수상 경력에서도 석연치 않은 지점들이 잇따라 드러났다. 한 씨는 만 14세이던 2018년, 소외계층 학생들에게 무료 온라인 과외를 제공하는 비영리 단체 ‘피스 오브 탤런트(Piece of Talent)’를 설립해 한국·미국·중국·싱가포르 등 다국적 학생들을 봉사자로 모집하고 2만 시간 이상의 무료 교육을 진행했다고 홍보했다.
이 같은 활동은 2021년 11월 미국의 지역 매체인 ‘LA 트리뷴(LA Tribune)’에 ‘차세대 청소년 리더’로 인터뷰 기사화되며 화제를 모았다. 그러나 이 기사 역시 건당 약 4만 원가량을 지불하고 게재한 유료 홍보성 기명 글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더 큰 문제는 해당 인터뷰에 기재된 화려한 수상 내역의 진위였다. 기사에는 인천시장상, 서울시장상, 그리고 미국 최고 권위의 청소년 자원봉사상인 ‘푸르덴셜 공동체 정신상’을 수상했다고 적혀 있었다.
그러나 사실 확인 결과 인천시는 “포상 수여 내역이 전혀 없다”고 공식 확인했다. 이에 대해 한동훈 당시 후보자 측은 “산하 단체장의 상”이라고 해명했으나, 실제로는 산하 단체장도 아닌 시 위탁 기관 센터장 명의의 표창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아울러 ‘푸르덴셜 공동체 정신상’ 역시 미국 본선 시상이 아닌, 한국 법인이 주관한 국내 대회의 장려상 수준이었음에도 이를 부풀려 표기한 정황이 확인됐다.

김동인 기자와 조승원 앵커는 과거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에 대해 전방위적인 압수수색(수십여 곳)과 강도 높은 강제수사가 이루어졌던 것과 비교해, 한동훈 전 대표 일가 의혹에 대해서는 압수수색 영장이 단 한 건도 집행되지 않은 채 전원 무혐의·불송치 결정이 내려졌던 현실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특히 최근 국정감사에서 경찰 수뇌부조차 당시 수사가 통상적인 기준에 비추어 미진했음을 사실상 시인하고 재수사 착수 가능성을 시사함에 따라, 한 씨의 학업 스펙을 둘러싼 실체적 진실 규명 요구는 다시금 거세질 전망이다.
글로벌 명문대 진학을 목표로 한 입시용 스펙 부풀리기였는지, 아니면 당사자의 순수한 학문적 열정이었는지는 수사기관의 엄정하고 공정한 재조사를 통해 명명백백히 밝혀져야 할 중대한 과제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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