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대부분은 내 집 마련에 성공한 순간을 인생의 성취로 기억합니다. 수십 년간 모은 돈, 부부가 함께 흘린 땀, 밤잠 설치며 고민한 선택의 결과라고 생각하지요. 그래서 집을 얻은 뒤 “내가 해냈다”는 자부심에 빠지기 쉽습니다. 하지만 이 자부심이 지나치면,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치게 됩니다.
故 이어령 선생은 초대 문화부 장관이자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문학평론가였습니다. 그는 2019년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가 내 힘으로 이뤘다고 생각한 게 다 선물이더라고.” 자신의 성취를 돌아보며 깨달은 겸손의 언어였지요. 이 깨달음을 내 집 마련이라는 구체적 현실에 비춰보면, 우리가 경계해야 할 착각이 무엇인지 보입니다.
3위 – 타이밍은 내 능력이라는 착각
당신이 집을 산 시기가 2000년대 중반이었다면, 그 선택은 분명 행운이었습니다. 같은 돈으로 10년 뒤에는 그 집을 살 수 없었을 테니까요. 하지만 우리는 흔히 이것을 ‘안목’이라 부릅니다.
물론 결단력과 용기가 필요했던 건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때 그 가격에 집이 나왔다는 사실, 그 시기에 당신에게 목돈이 생겼다는 사실, 금리가 낮았다는 사실은 당신이 만든 조건이 아니었지요. 타이밍의 절반은 선물입니다. 이걸 잊으면 다른 사람의 어려움을 이해하지 못하게 됩니다.
2위 – 가족의 희생은 당연하다는 착각
내 집 마련 과정에서 배우자는 아껴 쓰고, 자녀는 학원 하나 덜 다니고, 부모님은 용돈을 보태주셨을 겁니다. 그런데 집을 얻은 뒤 우리는 종종 이렇게 말합니다. “내가 악착같이 모았으니까 가능했어.”
‘내가’라는 주어 뒤에는 보이지 않는 여러 사람의 양보가 숨어 있습니다. 아내가 미용실 가는 걸 미룬 시간, 아이가 친구들 따라 놀러 가지 못한 주말, 부모님이 당신 집 마련 위해 당신 형제에게 덜 준 용돈까지. 이 모든 게 선물이었다는 걸 기억하지 못하면, 집은 얻었지만 관계는 메마릅니다.
이어령 선생의 말처럼, 우리가 이룬 것 안에는 언제나 누군가의 선물이 들어 있습니다. 그걸 알아차리는 순간, 감사가 시작되지요.
1위 – 집값 상승은 내 실력이라는 착각
이것이 내 집 마련 후 가장 위험한 착각입니다. 10년 전 3억에 산 집이 지금 6억이 됐다면, 우리는 무의식중에 이렇게 생각합니다. ‘좋은 곳에 투자한 내 안목 덕분이야.’
하지만 솔직해집시다. 그 집 근처에 지하철역이 들어선 건 당신이 예측한 게 아니라 우연히 맞은 겁니다. 학군이 좋아진 건 교육청의 정책 덕분이었고, 재건축 호재는 조합원들이 만든 결과였지요. 집값 상승의 대부분은 시대와 정책과 우연이 만든 선물입니다.
이 착각에 빠지면 두 가지 불행이 찾아옵니다. 하나는 “나는 뭐든 잘한다”는 오만으로 무리한 추가 투자를 하게 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집 없는 사람을 “노력 안 한 사람”으로 쉽게 단정하는 것입니다. 둘 다 선물을 잊은 대가입니다.
이어령 선생이 “다 선물이더라고”라고 말한 건 자신을 낮추려는 의도만은 아니었을 겁니다. 그건 세상을 정확히 보는 눈이었지요. 내 힘과 선물의 경계를 아는 사람은, 성취 앞에서 교만하지 않고 실패 앞에서 과도하게 자책하지도 않습니다.
오늘 저녁, 당신의 집 거실에 앉아 잠깐 둘러보십시오. 그리고 작은 메모지에 이렇게 적어보는 겁니다. “이 집이 생기기까지 나를 도운 것들.” 배우자의 이름, 부모님, 때마침 들어온 보너스, 낮았던 금리, 좋은 시기. 다섯 가지만 적어도 충분합니다. 그 목록을 냉장고에 붙여두면, 집은 그저 자산이 아니라 감사의 공간으로 바뀝니다. 감사는 교만을 몰아내고, 당신의 집을 비로소 따뜻한 집으로 만들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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