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생 빠짐없이 제사를 지내온 70대 어르신들이 어느 날 갑자기 제사를 그만두겠다고 선언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젊은 시절에는 조상을 모시는 일이 자식으로서 당연한 도리라고 생각했고 아무리 몸이 아파도 제삿날만큼은 상을 차렸습니다.
그런데 정작 노년에 접어들자 자식들이 말리기도 전에 부모가 먼저 제사를 없애자고 이야기합니다. 오랫동안 지켜온 전통을 내려놓게 된 이유에는 단순히 몸이 힘들다는 것 이상의 변화가 숨어 있습니다.

1. 제사보다 병원비가 더 걱정되는 현실
예전에는 명절과 제사에 돈을 쓰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했지만 은퇴 후에는 상황이 달라집니다. 연금으로 생활하는 노년에는 식재료 가격이 오르는 것만으로도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제사에 사용할 음식을 여러 종류 준비하고 가족들이 모일 때마다 식사까지 챙기면 예상보다 지출이 커질 수 있습니다.
자식들에게 비용을 부담시키기도 미안하고 그렇다고 예전처럼 혼자 감당하기도 어려운 것입니다. 그래서 제사상을 간소하게 차리거나 가족끼리 식사하는 방식으로 바꾸는 선택을 하기도 합니다.

2. 제삿날만 되면 가족들이 서로 싸우기 때문
조상을 기리기 위해 모이는 날인데 오히려 가족 간에 감정이 상하는 일이 반복되는 집들이 있습니다. 누가 음식을 준비할 것인지, 비용은 얼마나 낼 것인지, 왜 누구는 일찍 오고 누구는 늦게 오는지를 두고 다툼이 생깁니다.
특히 특정 가족 구성원에게 준비와 뒷정리가 집중되면 오랫동안 쌓인 서운함이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제사가 끝난 뒤에도 가족들이 며칠씩 서로 연락하지 않는 모습을 보며 부모는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가족이 화목하게 모이기를 바랐던 제사가 오히려 관계를 멀어지게 만든다면 방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느끼는 것입니다.

3. 자신이 죽은 뒤 자식들이 제사 때문에 고생하지 않기를 바라기 때문
70대가 되어 제사를 그만두려는 의외의 이유 중 하나는 자신의 장례와 사후를 생각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평생 부모와 조상의 제사를 지내면서 명절마다 음식을 준비하고 친척들의 일정을 맞추느라 얼마나 많은 수고가 필요한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자신이 세상을 떠난 뒤에도 자식들이 똑같은 일을 반복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합니다.
특히 맞벌이하는 자식들이 어렵게 시간을 내고 손주들까지 먼 거리를 이동해야 하는 모습을 보면 미안한 마음이 들 수 있습니다. 자신을 기억해주는 것은 고맙지만 그 기억이 자식들에게 의무와 부담으로 남는 것은 원하지 않는 것입니다. 그래서 살아 있을 때 먼저 제사 방식을 바꾸고 자신이 세상을 떠난 뒤에도 복잡한 절차를 따르지 말라고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부모가 제사를 없애자고 말하는 것은 조상을 잊겠다는 뜻이 아니라 자신을 기억하는 일이 자식들의 짐이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일 수 있습니다. 제사를 지내는 방식은 가족의 가치관과 종교, 전통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다만 돌아가신 사람을 기억하는 방법이 반드시 많은 음식과 복잡한 절차여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사진을 보며 추억을 나누거나 가족이 함께 식사하는 방식으로도 고인을 기릴 수 있습니다.

제사를 지내는 일에는 오랜 전통과 가족의 기억이 담겨 있습니다. 하지만 그 방식을 평생 똑같이 유지해야만 조상을 공경하는 것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제사상을 얼마나 크게 차리느냐보다 가족들이 어떤 마음으로 고인을 기억하느냐입니다.
살아 있는 가족들이 서로를 원망하지 않고 편안하게 모일 수 있다면 그것 역시 소중한 추모의 방식이 될 수 있습니다. 전통을 지키는 일만큼 시대와 가족의 형편에 맞게 바꾸는 지혜도 필요합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