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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6 박정희 前 대통령 시해 목격자인 여대생 신재순의 이후 충격 근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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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년 만에 입 연 궁정동의 마지막 목격자, 신재순의 기구한 삶

출처:MBC

1979년 10월 26일 밤, 박정희 대통령의 마지막 순간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보았던 스물두 살의 여대생 신재순. 피격된 대통령을 부축하며 “난 괜찮아”라는 최후의 육성을 직접 들었던 그는 역사의 소용돌이에 휩쓸려 반평생을 침묵과 고통 속에 살아야 했다.

사건 직후 그를 따라다닌 것은 ‘궁정동 여인’이라는 주홍글씨와 거액의 위로금을 받았다는 무성한 악성 루머, 그리고 신군부 정보기관의 서슬 퍼런 감시와 도청이었다.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과 일거수일투족을 옥죄는 공권력의 압박을 견디지 못한 그는 결국 1983년 조국을 등지고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10.26 재연 현장 (출처:위키백과)

낯선 이역만리 미국 로스앤젤레스(LA) 근교에 정착한 뒤에도 과거의 그림자는 쉽게 걷히지 않았다. 신재순은 평범한 이웃으로 살아가기 위해 자신의 신분을 철저히 숨긴 채 숨죽여 지냈다.

세월이 흘러 1994년에는 그동안 가슴속에 묻어두었던 그날의 진실과 왜곡된 시선에 대한 억울함을 털어놓고자 자전적 소설 『그 곳에 그녀가 있었네』를 펴내기도 했다. 그러나 책 출간 이후에도 대중의 왜곡된 편견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았고, 그는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 세상과의 접촉을 끊은 채 생계를 위한 삶에 몰두했다. 2008년부터는 캘리포니아주 가디나(Gardena)에서 작은 고깃집(구이집)을 운영하며 식당 사장으로서 묵묵히 제2의 인생을 꾸려나갔다.

그렇게 현대사의 뒤안길로 완전히 잊혀 가던 신재순이 다시 세간의 주목을 받은 것은 사건 발생 32년 만인 지난 2011년 10월이었다. 중앙일보의 끈질긴 추적과 설득 끝에 미국 현지에서 성사된 단독 인터뷰에서, 그는 세 손녀를 둔 쉰네 살의 할머니가 된 모습으로 카메라 앞에 섰다.

이 인터뷰에서 신재순은 10·26 당시의 역사적 기록을 뒤흔드는 결정적인 진실을 털어놓았다. 바로 사건 직후 법정에서 자신이 진술했던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이 총을 쏘기 전 박 대통령을 향해 ‘각하, 이 버러지 같은 놈을 데리고 정치를 하니 올바로 되겠습니까?’라고 말했다”는 유명한 발언이 사실은 완전한 허위였다는 고백이었다.

신재순은 “당시 계엄사 합동수사본부(보안대) 취조실에 끌려가 혹독한 조사를 받으며 군부 수사관들이 미리 써놓은 각본대로 외워 법정에서 진술하도록 강요당했다”고 폭로했다. 현장에서 김재규는 ‘버러지’라는 말을 한 적이 없었으며, 단지 문을 열고 들어와 “건방져”라는 짧은 한마디를 뱉은 뒤 곧바로 총격을 가했다는 것이다. 10·26 사태를 ‘감정적 하극상’으로 몰아가려 했던 신군부의 치밀한 수사 조작 실체가 32년 만에 당사자의 입을 통해 명명백백히 드러난 순간이었다.

비극의 현장에 함께 있었던 가수 심수봉과의 질긴 인연도 인터뷰를 통해 재조명됐다. 총성이 울리던 참혹한 순간 공포에 질린 심수봉을 방 밖으로 피신시켰던 신재순은, 사건 이후 각자의 자리에서 모진 풍파를 겪는 와중에도 심수봉과 연락을 이어오고 있었다.

신재순은 심수봉의 따뜻한 권유를 계기로 신앙을 접하고 교회에 출석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평생을 짓눌러온 악몽 같은 트라우마와 세상의 손가락질 속에서 교회를 통해 비로소 마음의 평안과 위로를 얻게 되었다는 것이다.

군사 법정에서 마주친 심수봉(모자쓴 여성)과 신재순 (출처:온라인 커뮤니티)

역사의 비극이 스물두 살 꽃다운 청춘에게 남긴 상처는 너무나 깊었지만, 타국에서 일군 땀방울과 신앙, 그리고 같은 아픔을 공유한 인연의 위로를 통해 신재순은 비로소 1979년 10월 26일의 짙은 악몽에서 한 걸음씩 걸어 나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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