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데이터센터 프로젝트 47건 지연·취소, 10조달러 AI 붐 35%만 실현된다는 전망 현실화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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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올해 들어 최소 47건의 대형 데이터센터 프로젝트가 지연되거나 철회됐거나 승인이 막혔다고 보도했다. 규제정보업체 레그레이어가 제공한 자료를 근거로 한 이 수치는 최대 규모 프로젝트만 집계한 ‘보수적 추정치’다. 10조달러 규모로 추산되는 미국 인공지능 인프라 투자 붐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 배경이다.
투자은행 번스타인은 이달 미국에서 계획된 데이터센터 프로젝트 중 약 35%만 실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나머지 65%는 자금 조달 차질, 규제 장벽, 지역사회 반발 등으로 무산될 위험에 직면했다는 의미다. 파이낸셜타임스 자체 조사에서는 올해 미 전역 1000곳 넘는 지역사회가 AI 인프라 구축에 대한 모라토리엄이나 제한 조치를 도입하려 시도한 것으로 확인됐다.
월스트리트저널 제임스 매킨토시 칼럼니스트는 현재 AI 투자 붐이 과거 대규모 설비투자 열풍에서 나타났던 문제를 피할 수 있다는 근거가 아직 없다고 지적했다. 1840년대 영국 철도 투자 거품과 2000년대 전후 닷컴 버블 당시 광섬유망 구축을 대표 사례로 제시하며, 과잉 투자 후 수익성 악화로 이어진 역사적 패턴을 상기시켰다.
뉴욕타임스는 코어위브, 오라클, 소프트뱅크 등의 자금 조달과 부채 문제를 구체적으로 짚었다. 51개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코어위브의 부채가 720억달러에 달하자 시장은 디폴트 가능성을 60% 이상으로 평가했다. 지난주 코어위브 회사채 금리는 15%를 넘어섰다. 이것이 개별 기업의 취약점인지, 데이터센터 건설 전반의 구조적 문제로 번질 신호인지가 논란의 핵심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AI 인프라 투자가 현재 속도로 이어지면 네오클라우드 기업의 80% 이상이 2030년을 넘기지 못하고 독립적인 운영을 중단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인프라 투자 대비 수익성 부족이 주된 이유로 지목됐다. 이 보고서 발표 직후 코어위브는 15.46%, 아이렌은 12.18%, 네비우스그룹은 10.08% 하락 마감했다.
국내 증시도 이 파장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코스피는 지난 15일 7% 넘게 급락했고, 데이터센터 인프라에 부품을 공급하는 반도체·소재·부품·장비·전선주가 일제히 흔들렸다. 메모리 반도체 기업 비중이 높은 코스피 구조상 AI 산업 수익성 의구심이 직접적인 타격으로 전달됐다는 분석이다.
데이터센터 프로젝트 차질 원인은 복합적이다. 전력망 용량 부족, 환경 규제 강화, 지역 주민의 소음·용수 사용 우려, 토지 확보 난항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일부 프로젝트는 승인 단계에서 지자체와 충돌하며 무기한 연기됐고, 또 다른 프로젝트는 초기 투자 비용 급증으로 재무 타당성이 무너지며 철회됐다.
향후 쟁점은 AI 인프라 투자가 실제 수익을 창출하는 단계로 전환될 수 있는지 여부다. 투자 규모는 사상 최대 수준이지만, 데이터센터 가동률과 클라우드 서비스 수요 증가 속도 사이 간극이 벌어질 경우 수익성 위기는 현실화될 수 있다. 부채 의존도가 높은 신생 클라우드 업체들의 디폴트 리스크는 금융시장 전반의 신용 우려로 확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책적 대응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미 연방정부와 주정부 차원에서 데이터센터 건설에 대한 전력 공급 우선순위, 환경 기준, 세제 혜택 등을 재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동시에 과도한 레버리지로 확장한 기업들의 재무 건전성을 점검하고, 시스템 리스크 전이를 차단하는 감독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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