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같이 앉아 있었는데 어느새 서로 할 말이 없어졌더라고요..” 배우자·친구와 마주 앉아 대화로 기억을 지켜 가는 사람들의 공통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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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상을 물리고 나면 부부는 텔레비전 앞에 나란히 앉는다. 하루 종일 같은 집에 있었는데도 오가는 말은 “밥 먹었어?” “응” 정도가 전부다. 오랜 친구를 만나도 비슷하다. 건강은 어떠냐, 애들은 잘 있냐 하는 안부가 지나가면 각자 휴대전화를 꺼내 들고 조용해진다.
말수가 줄어드는 것을 나이 탓으로만 돌리기는 어렵다. 대화에도 쓰는 만큼 유지되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이 글에서는 특별한 준비 없이 오늘 저녁부터 마주 앉아 해 볼 수 있는 말습관 세 가지를 순서대로 정리했다.
3위. 새로운 화제를 일부러 꺼내보기
식탁에서 한쪽이 “요 앞 공원에 못 보던 나무가 심겨 있더라” 하고 말을 던져도, 상대는 “그래?” 한마디로 끝내는 일이 많다. 속으로는 늘 하던 이야기가 아니라 어떻게 받아야 할지 몰라서 말문이 막힌 경우가 적지 않다. 반대로 몇 년째 같은 화제만 돌고 도는 사이에서는 “또 그 얘기네” 하는 마음이 먼저 든다.
익숙한 이야기는 따로 애쓰지 않아도 입에서 나오지만, 낯선 화제는 단어를 고르고 순서를 세워야 한다. 그 수고가 생각을 움직이는 일이라고 여기면 된다. 거창한 주제일 필요는 없고 요즘 배우고 싶은 것, 어릴 때 처음 가 본 도시, 최근 눈에 띈 간판 같은 소소한 것이면 충분하다. 상대가 머뭇거리면 “나도 잘 몰라서 꺼내 본 거야” 하고 가볍게 덧붙이는 편이 무난하다.
2위. 같은 질문을 다르게 되묻기
“어제 모임에서 뭐 먹었다고?” 하고 물었는데 “아까 말했잖아” 하는 대답이 돌아오면, 묻는 쪽도 답하는 쪽도 마음이 상한다. 묻는 사람은 건성으로 들었다는 인상을 줄까 조심스럽고, 답하는 사람은 자기를 시험하는 것 같아 서운해진다.
같은 질문이라도 모양을 바꾸면 분위기가 달라진다. 한 번 들은 이야기를 “그때 누가 제일 많이 웃었어?” “그 집은 어떤 맛이었어?”처럼 다른 쪽에서 다시 물어보면, 듣는 사람은 확인받는 것이 아니라 관심받는다고 느낀다. 답하는 사람도 기억을 한 번 더 떠올려 다른 결로 꺼내야 하니 자연스럽게 머리를 쓰게 된다. 틀린 부분이 나와도 바로잡기보다 “그랬구나, 나는 이렇게 들었는데” 정도로 넘어가는 편이 낫다.
1위. 오늘 있었던 일을 구체적으로 이야기하기
“오늘 뭐 했어?” 하는 물음에 “그냥 있었지 뭐” 하고 답하는 부부가 많다. 말하는 쪽은 별일이 없었으니 할 말이 없다고 여기고, 듣는 쪽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지 않은가 보다 하고 물러선다. 서로 마음이 없어서가 아니라 하루를 말로 옮기는 습관이 없어서 생기는 거리다.
하루를 말로 풀어내려면 아침부터 순서대로 기억을 되짚어야 한다. 몇 시쯤 나갔는지, 누구를 만났는지, 무엇을 먹고 무엇을 봤는지를 구체적으로 떠올릴수록 기억을 꺼내 쓰는 힘이 쓰인다. 큰일을 말할 필요는 없다. “마트 앞에서 옆집 아주머니를 만났는데 파란 모자를 쓰셨더라”처럼 작은 장면 하나면 충분하다. 듣는 사람은 중간에 끊지 말고 “그다음엔?” 한마디만 얹어 주면 된다.
대화는 약속을 잡아야 하는 일이 아니라 저녁상 앞에서 이어 갈 수 있는 습관에 가깝다. 오늘 밤 텔레비전을 켜기 전에 하루 중 한 장면만 먼저 꺼내 보면 어떨까. 그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 주는 사람이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말은 다시 오가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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